샤넬과 함께 춤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보낸 발레를 위한 하룻밤.
빛의 도시 파리, 그 중심에 자리한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은 발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곳이다. 금빛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무대가 더욱 특별한 건 샤넬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매년 가을 열리는 댄스 시즌의 오프닝 갈라를 후원하고, 올해부터는 주요 후원사가 되어 더 다양한 분야에서 발레와 함께하고 있다.
샤넬과 발레의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3년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안무를 맡은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을 본 가브리엘 샤넬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움직이는 몸이 주는 자유와 음악이 전하는 강렬함은 패션 디자이너를 크게 자극했다. 그리고 1924년 발레 뤼스가 공연한 <르 트랑 블루(Le Train Bleu)> 의상으로 발레를 통한 자신의 비전을 선보였다. 장 콕토,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한 작품에서 가브리엘 샤넬은 기존 발레 패션과 달리 일상적이고 기능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그 뒤를 이어받은 칼 라거펠트도 다양한 발레 무대에 함께했다. 2009년 <빈사의 백조(The Dying Swan)>와 2018년 <데카당스(Decadence)> 의상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샤넬 안주인이자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 역시 발레와 함께한다. 2019년 세르주 리파르(Serge Lifar)의 작품 <바리아시옹(Variations)>부터 시작된 비아르의 발레 의상은 특별하다. 샤넬 공방 중 하나인 르사주와 함께 파리 오페라 발레 아틀리에가 완성한 튀튀와 코르셋, 티아라까지 제작했다. 이제 이 의상은 매 시즌 오프닝 때마다 등장하게 된다.
지난 9월 21일 열린 시즌 오프닝 갈라 무대도 샤넬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발레 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파리 오페라 발레 단원들이 추는 군무가 그 시작을 알렸다. 동양인 최초의 에투알 박세은을 비롯해 수석 무용수들은 샤넬이 특별 제작한 코스튬과 티아라를 착용한 채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수석 무용수로 활약한 에밀리 코제트(Émilie Cozette)는 관객에게 작별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3월 서울 내한 공연 직후 에투알로 지명된 기욤 디옵(Guillaume Diop)이 첫인사를 건넸다.
안무가 니콜라 폴(Nicolas Paul)의 작품 <생귈라리테 플뤼리엘(Singularités Plurielles)>이 그날 밤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 무대 위에서 아망딘 알비송(Amandine Albisson),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 한나 오닐(Hannah O’Neill) 등 주역 무용수 세 명은 비아르가 특별히 제작한 무대의상을 각각 두 벌씩 착용했다. 지난 여름 컬렉션의 실루엣을 닮은 보디수트와 새틴 라펠 팬츠 수트에는 샤넬의 향기가 가득했다. 이번 시즌 테마에 맞춰 여성 안무가 마리옹 모탱(Marion Motin)과 셰신(Xie Xin)이 각각 완성한 <더 라스트 콜(The Last Call)>과 <호라이즌(Horizon)>이 그 뒤를 따랐고, 캐나다 출신 크리스털 파이트(Crystal Pite)의 안무를 단원 54명이 완벽하게 선보인 <더 시즌스 캐넌(The Seasons’ Canon)>은 관객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무대 위의 샤넬 의상부터 관객석에 자리한 샬롯 카시라기, 마린 백트를 비롯한 샤넬의 VIP까지 황금빛 오페라는 그날따라 더 반짝였다. 그리고 샤넬과 발레의 깊은 인연은 앞으로도 오래 계속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VK)
- 글
- 배우리
- 사진
-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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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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