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츠의 화려한 귀환
제목 그대로입니다. 타이츠가 돌아왔습니다.
여느 패션 아이템이 그렇듯, 타이츠 역시 굴곡진 역사를 지나왔는데요. 타이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입니다. 치마의 헴라인이 짧아지기 시작한 시기죠. 당시 여성들은 맨다리를 노출하길 꺼렸기 때문에, 무릎 위까지 오는 스커트와 얇은 타이츠는 일종의 ‘세트’였습니다. 1960년대에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나 앞서가는 패션 아이콘이었던 트위기조차 쇼츠 밑에 타이츠를 신었죠.
1980년대까지도 타이츠의 인기는 계속되었습니다. 1970년에는 최초로 미국 내 타이츠 판매량이 스타킹 판매량을 앞질렀고요. 펜슬 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 커리어 우먼부터, 주말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외출하는 여성들까지 전부 타이츠를 신었죠. 타이츠의 몰락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특유의 정숙하고 지적인 무드가 발목을 잡았죠. 한때 자유의 상징이었던 타이츠는 억압의 상징이 됐고, 코트니 러브 같은 여성 록 스타들은 너덜너덜해진 타이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타이츠는 런웨이에서도 자취를 감췄죠.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에 타이츠가 가끔 등장했지만, 다리를 가리기 위한 용도는 아니었습니다. 관객들이 옷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타이츠로 모델의 얼굴을 가리거나, 트렌치 코트의 벨트로 활용하는 식이었죠.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요? 타이츠가 완전히 새롭게 돌아왔습니다. 그 신호탄을 가장 먼저 쏘아 올린 건 미우치아 프라다였죠. 미우미우의 2023 F/W 컬렉션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타이츠 스타일링이 등장했는데요. 모델들은 타이츠 안에 정갈한 카디건을 욱여넣거나, 컬러 타이츠 위에 언더웨어만 입고 런웨이를 걸었습니다. 100년도 넘게 고착되어 있던 타이츠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2024 S/S 시즌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미우미우의 뒤를 따랐습니다. 루아르를 이끄는 라울 로페즈는 타이츠를 활용한 고딕 룩을 선보였죠. 슬릿 스커트와 레더 보디수트에 매치하니 키치한 무드까지 느껴졌고요.
타이츠의 컬러를 활용한 브랜드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타이츠 하나 더했을 뿐인데, 훨씬 센스 있는 ‘원 컬러’ 룩이 완성됐거든요. 미쏘니와 스포트막스는 일제히 순백의 드레스에 얇디얇은 화이트 타이츠를 매치했습니다. 보일 듯 말 듯한 다리 덕에 페미닌한 무드가 한껏 강조되었죠.
아크네 스튜디오의 컬렉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레스와 타이츠는 물론, 백과 슈즈까지 전부 같은 컬러로 통일했죠. 화려한 컬러가 부담스러워 도전하지 못하는 드레스가 있다면, 타이츠를 슬쩍 얹어봐도 좋겠습니다.
타이츠를 활용한 오피스 룩도 더 이상 촌스럽지 않습니다. 포멀한 매력의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를 선보인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컬렉션에 그 힌트가 숨어 있는데요. 해답은 바로 컬러 타이츠를 활용하는 것. 깔끔한 스커트만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시도해봄직한 조합이죠?
- 사진
-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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