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샤넬이 2023~2024 크루즈 컬렉션 쇼를 위해 선택한 장소는 로스앤젤레스입니다. 버지니 비아르는 할리우드와 에어로빅의 황금기, 베니스 비치의 활기찬 모습 등 20세기 로스앤젤레스의 아름다운 순간을 컬렉션에 담았죠.

그리고 11월 2일, 샤넬의 크루즈 쇼가 중국 선전에 도착했습니다. 선전은 중국에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수도로 여겨지는 도시입니다. 창조와 혁신에 열려 있어,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중 하나죠.

중국 선전 베이 스포츠 센터는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스타디움의 컬러를 모두 빼고, 흑백 스포츠 경기장처럼 단장했습니다. 파라마운트 영화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번째 쇼를 기념해 무대 중앙에는 커다란 스코어 보드를 매달고, 대형 스크린으로 이네즈와 비누드가 촬영한 흑백영화를 상영했죠. 스크린에서는 샤넬의 앰배서더와 모델, 그리고 선전의 스카이라인과 로스앤젤레스의 야자수가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흑백영화 속 이미지 같았던 컬렉션장은 모델이 등장하며 반전됐습니다. 컬러풀한 옷들이 런웨이를 빛내며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를 뽐냈으니까요. 흑백 TV에서 컬러 TV의 시대로 뛰어넘은 듯한 느낌이었죠. 샤넬은 스포츠와 롤러스케이팅의 세계, 20세기 영화배우의 화려함, 디스코 파티를 오가며 자수 수영복과 라인스톤 미니 쇼츠부터 수트, 캐주얼한 배스 로브와 파자마, 이브닝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또 샤넬의 앰배서더 마리옹 코티아르, 휘트니 피크, 캐롤라인 드 매그레 등의 셀러브리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죠. 쇼가 끝난 뒤에는 나일 로저스가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연주는 왜 <롤링스톤> 매거진이 그를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7위에 뽑았는지 증명했죠.

샤넬은 크루즈 쇼 전후로 선전의 예술 관계자와 학생을 초대해 토크쇼를 개최했습니다. 쇼 전날에는 샤넬이 각별히 여기는 예술 장르인 ‘영화’에 대한 토크쇼를 진행했는데요. 영화 속 여성의 다양성과 매력, 그리고 영화가 우리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죠. 쇼가 끝난 뒤에는 선전의 패션과 예술, 디자인 및 경영 대학 학생을 초대해 <모노클> 매거진 편집장 타일러 브륄레, 하우스 앰배서더 마리옹 코티아르 등과 토크쇼를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컬렉션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럭셔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 그들이 사회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