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강스’란 무엇일까요?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매력적이고, 스타일이 좋은”이라 정의합니다. 그런데 엘레강스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남발되며, 본래의 뜻이 모호해졌는데요. 누군가는 클래식한 룩을 엘레강스하다고 설명하고, 누군가는 우아한 드레스를 보고 엘레강스하다고 얘기하죠. 엘레강스와 가장 가깝게 맞닿은 조용한 럭셔리와 올드 머니가 트렌드로 부상한 지금,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알아볼까요?

조르지오 아르마니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이 엘레강스다.”

은근한 여성성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시그니처와 같습니다. 89세인 그는 늘 심플하고 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엘레강스를 추구했죠.

가브리엘 샤넬

“진정한 엘레강스의 기조에는 늘 단순함이 깔려 있습니다.”

‘코코’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가브리엘 샤넬은 늘 심플함을 추구했습니다. 여성이 레이스, 크리놀린 드레스, 코르셋에 갇혀 있을 때 마드모아젤 샤넬은 모든 규칙을 부수기 시작했죠. 언제나 더 실용적인 스타일을 찾아 헤매던 그녀는 스커트 길이를 짧게 하고, 옷의 부피를 줄이며, 보이시한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무언가를 덜어내라”는 그녀의 말처럼, 코코 샤넬은 언제나 덜어냄의 미학을 추구했습니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엘레강스란 곧 제거의 과정이다.”

발렌시아가 하우스의 창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디자인 철학을 정립해나가며 엘레강스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결국 패브릭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죠. 모든 결정은 패브릭이 내리고, 크리스토발은 단지 이를 받쳐줄 뿐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모든 부가 요소를 제거하고, 오직 패브릭만 돋보이는 옷을 만들기에 이르죠.

발렌티노 가라바니

“엘레강스는 지성에서 온다.”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정서 지능에 주목했습니다. 커리어 초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엘레강스는 부(富), ‘비싼 옷’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엘레강스란 타고나는 것이고, 스타일은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크리스찬 디올

“진정한 엘레강스란 지하철에서조차 눈에 띄지 않는 것입니다.”

테일러링의 달인 크리스찬 디올은 여성적이고 우아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데 능했습니다. 1947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뉴 룩’을 선보이며 여성성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크리스찬 디올이 제시한 ‘무언의’ 엘레강스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엘레강스와 편안함은 양립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1928년 할리우드에 정착한 뒤 ‘스타들의 슈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은 살바토레 페라가모에게 편안함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당대 스타들을 위해 만든 수많은 구두는 지금도 피렌체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죠. 발이 편하지는 않지만, 아이코닉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장 폴 고티에

“엘레강스란 옷차림이 아니라 개성에서 온다.”

장 폴 고티에는 옷이 아니라, 개개인의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장 폴은 ‘개성 넘치는’ 여성과 함께 패션사에 남을 순간을 써 내려갔죠. 팝 아이콘 마돈나는 물론 스트립 댄서였던 디타 본 티즈가 완벽한 예입니다.

칼 라거펠트

“엘레강스란 옷이 아닌 몸에서 옵니다. 나체 상태로도 엘레강스함을 유지할 수 없다면, 어떤 옷을 입어도 소용없죠.”

샤넬과 펜디를 이끌었던 ‘카이저’는 발렌티노 가라바니와 똑같이 엘레강스란 타고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칼 라거펠트는 트렌드를 “지루해지기 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는데요. 그 말처럼 칼은 가장 심플하고 변화무쌍한 아이템인 흰색 셔츠에 집착하기도 했죠.

이브 생 로랑

“엘레강스와 속물근성을 혼동해선 안 된다.”

칼 라거펠트가 흰색 셔츠에 집착했다면, 이브 생 로랑의 집착 대상은 데님이었습니다. 범용성이 뛰어나면서도, 여성을 우아하게 만드는 아이템이었죠. 알제리의 오랑에서 태어난 이브 생 로랑은 당시 패션계에 만연한 엘리트 의식을 타파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레디 투 웨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죠.

도나텔라 베르사체

“엘레강스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늘 본인만의 방식으로 엘레강스를 표현해왔습니다. 베르사체의 상징과도 같은 메탈 메시 소재가 좋은 예죠.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선택지를 제시할 뿐”이라고 말한 지아니의 말처럼, 베르사체의 디자인에서는 늘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