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시계 속 스포츠맨십을 들여다보다

2023.11.30

by 손은영

    시계 속 스포츠맨십을 들여다보다

    스포츠와 시계의 공통점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계를 초월하려는 모험가의 야심과 워치메이커의 혁신적 시도와 기술력은 스포츠맨십을 압도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지난가을 어느 오후, 이탈리아반도 서남쪽에 위치한 사르데냐섬 칼리아리(Cagliari)에서는 루나 로사 요트 개발이 한창이었다. 일찍이 디자이너 안토니오 마라스는 고향 사르데냐에 대한 찬양이 유별날 정도로 특별했다. 사르데냐의 작은 도시 알게로 출신인 그는 섬에서 작업하고 이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마라스 세계’를 만들곤 했는데 섬의 첫인상은 패셔너블한 영감을 주기에 한없이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그 섬 남쪽 끝자락에 최첨단 기술이 집결된 요트 기지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Luna Rossa Prada Pirelli)가 있었다. 루나 로사 팀은 프라다의 CEO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가 국제적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 컵(America’s Cup)에 출전하기 위해 1997년 창단한 요트 클럽. 파네라이는 해양 스포츠 시계 전문 브랜드로서 2019년부터 이탈리아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요트 팀의 공식 후원사로 함께하고 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매년 한정판 시계를 소개해온 파네라이가 해양 스포츠 시계 루나 로사의 새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루나 로사 요트 경기 체험 이벤트를 주최했고, 한국에선 유일하게 <보그>가 초청됐다.

    ‘아메리카 컵’은 근대 올림픽보다 45년이나 앞서 개최된 스포츠 역사상 가장 오래된 요트 대회다.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팀은 지금까지 총 10번의 레이스 중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이탈리아 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의 목표는 글로벌 스포츠 모델로 인정받는 것뿐 아니라 요트, 즉 스포츠의 경계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

    사르데냐 주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칼리아리 기지는 이크누사 부두의 구 크루즈 터미널에 인접해 있다. 점검 및 정비를 위한 격납고, 사무실, 체육관, 레스토랑 접객 시설을 갖춘 대형 인장 구조물까지 1만㎡에 이르는 거대한 시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세계 최고 클럽의 대규모 스케일과 자본력에 압도되기에 충분했다. 2021년부터 마케팅 총괄 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알레산드로 피카렐리(Alessandro Ficarelli)는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루나 로사와의 파트너십은 모험, 역동성, 대담함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강조할 뿐 아니라 브랜드가 새로운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파네라이의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하지요.” 그리고 수년 동안 파네라이는 루나 로사 보트에 사용되는 기술과 소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시계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파네라이의 디자인은 성능과 기능은 물론이고, 브랜드 헤리티지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걷어내고 가장 강력한 그래픽 요소를 활용해 타당한 방식으로 시계 제품군 전반에 이를 구현합니다.”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파네라이의 제품은 시각적으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성으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이얼과 케이스는 그 자체로 시계를 표현합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항상 시계의 기원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는 시계의 본질적인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늘 케이스 뒷면에 배치하고 다이얼에는 시계 본연의 필수적인 기능만 남기는 심플한 디자인이 이러한 파네라이 철학의 증거입니다.” 그는 덧붙여 설명을 이어갔다. “아메리카 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경기이자 연구와 혁신의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진보된 경기입니다. 루미노르 크로노 카보테크™ 루나 로사 PAM01519가 그 궤를 같이하죠. 이 익스피리언스 에디션 워치의 오너는 루나 로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의 설명처럼 스피드와 힘, 도전 정신뿐 아니라 결속력도 필요한 팀 스포츠는 각기 다른 재능을 보유한 선수 개개인이 뭉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시계와 많이 닮았다. 뉘앙스, 균형, 조화, 이 모든 섬세한 감각을 지닌 무한히 작은 조각의 조합이 엄청난 결과물을 낳듯이 테크닉과 팀워크가 생명인 요트 경기와 특히 그 코드가 비슷하다. “바다를 항해할 때는 모든 기능을 갖춘 스마트하고 기능적인 타임피스가 필요합니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에서 가장 희귀한 크로노그래프 기능 중 하나인 레가타(Regatta) 카운트다운은 레이스 시작 전 남은 시간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카운트다운 스테이지와 함께 레이스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물론 이 기능은 파네라이 워치 일부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피카렐리는 요트 세계의 기술 혁신과 장엄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은 이 특별하고 역동적인 루나 로사 컬렉션을 소개하고 세일링 팀의 현재를 보여주고자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파네라이가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860년 피렌체에서 공방이자 매장, 워치메이킹 스쿨로 설립된 파네라이는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 해군과 잠수 특공대에 장비를 공급했다. 라디오미르(Radiomir)와 루미노르(Luminor) 등 그 시절 파네라이가 개발한 시계 디자인은 오랫동안 군사 기밀법에 의거해 민간에 공개되지 않았다가 1997년 리치몬트 그룹에 인수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에 소개하는 루미노르 크로노 카보테크™ 루나 로사 PAM01519 익스피리언스 에디션은(2024년에 있을 제 37회 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했다) 44mm 카보테크 케이스에 블루 썬-브러시드 다이얼을 장착한 모델입니다. 카보테크의 구조는 소재의 심미성과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고압에서 복합 재료를 결합하는 고급 폴리머 폴리에테르 에테르 케톤(Polyether Ether Ketone, PEEK)과 얇은 탄소섬유 시트를 함께 압축해 내구성을 더 높였습니다.” 피카렐리는 특히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팀과의 협업이 혁신 정신, 탁월함을 향한 열정, 그리고 바다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두 브랜드 간의 완벽한 결합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목표는 공통의 가치로 경계를 허물고 한계를 뛰어넘는 현대 항해사에게 영감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 항해사를 위한 인큐베이터이자 스포츠맨십과 창의성을 위한 허브로 칼리아리 기지는 완벽한 공간이다. 나를 비롯한 프레스들은 요트 소재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체육관에서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선수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각각의 포지션에 맞게 구성된 운동 프로그램 역시 개인을 위한 체력 강화보다는 팀워크를 위한 체력 단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팀 단위의 꽤 강도 높은 체력 단련 시간을 가진 후 우리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안내됐다. 2인 1조가 되어 VR로 체험한 (실제 경기 루트와 같은) 요트 경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지만 오락실에서 즐기는 자동차 운전만큼 짜릿했다. 피카렐리는 ‘워치메이킹’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현대의 스포츠 영웅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혁신적인 원동력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같은 연관성을 띠고 시계 브랜드는 팀워크를 요하는 단체 스포츠를 후원하며, 개개인이 자신감을 갖고 열정적인 삶을 살도록 에너지를 공급한다. 용기, 연대, 포용, 통합, 창의성이라는 다섯 단어는 이번 루나 로사 체험을 통해 배운 핵심 가치다. (VK)

      사진
      COURTESY OF PANERAI
      SPONSORED BY
      PANE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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