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엑터스 배우들의 다큐 혹은 픽션
바야흐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나무엑터스’. 연기 신입 사원도, 데뷔 N년 차 부장도 새해 첫 출근은 숨 가쁘다. 인사와 덕담, 약속과 다짐으로 막 올리는 나무엑터스의 다큐 혹은 픽션.
NAMOO OFFICE Episode 1 On Time
출근 완료. 2024년 첫 회의 안건은 나무엑터스 창립 20주년과 배우로서의 다음 20년.
오전 10시. 아침부터 나무 오피스가 분주한 발소리로 가득하다. 최고의 실적으로 풍성한 연말을 보냈지만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게다가 올해는 창립 20주년. 2024년 첫 회의를 앞두고 회사 전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좋은 아침입니다!” 정적을 깨고 일등으로 출근한 신소현과 김소율.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우정을 키워온 ‘막내 라인’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무실로 입성한다. 나무 오피스의 공식 막내 신소현은 디즈니+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눈에 띄는 아역으로 활약하며 기분 좋은 연말을 보내고 출근한 참이다. 세 살 많은 김소율은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고마운 언니. “회사에서 (김)소율 언니랑 (최)효주 언니랑 제일 친해요. 언젠가 셋이서 작품을 찍거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신소현) 회사의 분위기 메이커로 꼽히는 김소율은 새해 첫 출근 날부터 에너지 100% 상태다. 변함없는 긍정 에너지의 비결은 사소한 행복에 집중하는 태도. “행복을 찾고 기록하는 습관 덕분인지 언제 어디서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어요. 항상 지금처럼, 모험하듯이 매일매일 즐기며 살 거예요.”(김소율) 뒤이어 2008년부터 커리어를 이어온 서예화가 등장한다. 뮤지컬에 이어 최근 드라마 <그랜드 샤이닝 호텔> 촬영으로 잦은 외근에 시달리다가 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했다. 업무 권태기에 빠질 법도 한 연차지만, 지난여름 나무엑터스가 신사옥으로 이전한 기념으로 지낸 고사와 파티에 참석하며 애사심이 부쩍 강해졌다. “새삼스럽지만 나무의 20주년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멋진 선배들이 튼튼하게 키운 울창한 나무의 작은 가지 정도는 된 것 같아 행복하더라고요.”(서예화)
자기혐오로 가득한 <스위트홈> 시리즈의 ‘차현수’와 자기애로 똘똘 뭉친 <마이 데몬> ‘정구원’의 간극 속에서 마주한 송강은 늘 그렇듯 의연한 모습이다. ‘릴랙스’를 꿈꾸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두 작품으로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며 다소 들뜬 연말을 보냈지만 흔들림 없는 일상을 유지한다. 전부 헬스와 독서로 다진 건강한 루틴 덕분이다. “행복하게 일하는 것. 꾸준히 운동하는 것. 오래오래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이 두 가지는 꼭 지켜요.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하니까요. 물론 마음도 건강해야 하고요.”(송강) 새로운 무대와 도전을 즐기는 송강이 오랜만에 마주친 동료들을 반기며 자리를 뜬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박은빈과 그의 ‘워너비’로 등장한 김효진도 좋은 기운을 몰고 출근을 완료했다. 2023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박은빈이지만 새해를 맞아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당연한 일은 없잖아요. 앞으로도 인내심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야죠.”(박은빈) 한결같은 열심의 비결을 궁금해하자 “적절한 균형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바쁜 와중에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지 잘 살피며 전진하는 것이 중요해요.”(박은빈) 단단하고 야무진 29년 차 배우지만 자신의 행복을 응원하는 동료들 앞에서는 마음이 금세 말랑말랑해지곤 한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건 사랑이에요. 일하기 위해 만났지만 같은 방향으로 걸으며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박은빈) 출산과 육아로 생긴 공백기 후 화려하게 복귀한 김효진 역시 자신을 기다려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다. “형용할 수 없는 끈끈함이 생겼어요. 이젠 정말 가족 같은 기분이에요. 오랫동안 함께 일하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와 지혜를 갖고, 주변을 더 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김효진) 쉼은 있어도 결코 멈춤은 없다. 김효진은 늘 웃으며 다시 돌아온다.
상무, 이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등장한 유준상은 나무엑터스의 시작을 함께한 창립 멤버다. 10년을 이끌어온 뮤지컬 <그날들> 전국 투어 일정 때문에 대전에서 부리나케 상경한 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제 오랜 직업관이 그거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자.’ ‘시간 약속 잘 지키자.’ 오늘처럼 회사 식구들이 다 함께 모여 있으니 왠지 아빠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나무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워요. 앞으로 30주년, 40주년도 함께해요, 여러분!”(유준상) 어떤 순간에도 여유가 넘치는 유준상 선배를 보며 오현중은 느긋한 기운으로 타인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한다. 나무 가족에게는 더더욱. “제가 입대할 때 사장님께서 잘 다녀오라며 맛있는 밥도 사주시고, 선물도 주셨어요. 따스한 애정이 정말 감동적이었죠. 그때부터 나무는 저의 두 번째 가족이 됐어요.”(오현중) 새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와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로 기분 좋게 새해를 맞이한 오현중이 어느새 길어진 머리카락을 넘기며 환하게 웃는다. 회사의 미소 천사로 꼽히는 이정하에게도 나무엑터스는 든든한 가족이다. “제가 처음 입사할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 일하고 계신 보물 같은 팀장님이 계세요. 항상 저를 세심하게 챙겨주는 회사 식구들은 제2의 부모님이라 할 수 있죠.”(이정하)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으며 함께 연기 수업을 받던 동료 배우들도 떠오른다. 좋은 시너지 속에서 2023년 최고의 화제작 <무빙>을 만나고, <쇼! 음악중심> MC로 거듭난 이정하는 배우로서 더 인정받는 20년 뒤를 그린다. “제 이름 앞에 ‘국가 대표 배우’ ‘역시 믿보배’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어요. 무럭무럭 성장하는 모습 계속 지켜봐주세요!”(이정하)
마지막으로 2001년생 노정의에게 마이크가 향한다. MC로 활약한 이력 덕분인지 군더더기 없는 말솜씨를 자랑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선배들의 마음이 흡족하다. “11주년 파티 때도 나무와 함께였는데, 같이 성장해가는 느낌이 참 든든합니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으로 신인상도 받고, 음악 방송 MC도 하고, 나무에서 참 좋은 일이 많았는데요. 20년 뒤에도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연기했으면 좋겠습니다.”(노정의) 노정의는 무려 세 편(<하이라키>, <황야>, <마녀>)의 차기작에서 모두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시작이 좋다. 아무래도 나무엑터스의 좋은 기세는 2024년에도 계속될 모양이다.
NAMOO OFFICE Episode 2 No More Up & Down
엘리베이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린다. 바쁘다, 바빠. 아무리 분주해도 나무엑터스 배우들에게 업 앤 다운은 없다.
출근한 인원이 많아서일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문이 열리자 롱 코트에 쇼츠와 레이스업 부츠를 매치한 강기영이 나타난다. 새해 첫 출근 날부터 사람 좋은 미소를 건네는 그에게 긍정의 비결을 물었다. “제 인생 모토가 뭔지 아세요? ‘즐겨라. 최선을 다해 즐기다가 얼떨결에 성공하자’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곳에 다다르게 되더라고요.”(강기영) 회사 동료 박은빈과 함께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부터 최근작 <경이로운 소문 2: 카운터 펀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 만난 기회라고 했다. 이어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그가, 24개월 된 아들 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를 뜬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들려온 다급한 외침. “혹시 구교환 배우를 만나면 꼭 한 번 같은 작품에서 만나자고 좀 전해주세요!”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최효주와 이정식, 김재경이 우르르 내린다. 문 앞에 바짝 붙어 있던 청소 도구 카트에 부딪힐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함께이기에 웃어넘길 수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며 출근한 최효주는 출근길의 다짐을 간직한 채 착실히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인간의 행복에 소속감이 미치는 영향이 크대요. 나를 위해, 소중한 동료들을 위해 즐거운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해요.”(최효주) 예쁘장한 눈·코·입을 지닌 최효주는 광고와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회사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행사에도 꼭 참석하는 편이다. 모델학과 출신 이정식도 떠들썩한 현장을 좋아한다. 새해가 시작됐지만 최근 촬영을 마친 차기작 <러닝메이트>의 촬영장이 여전히 그립게 느껴진다. “학원 정치 드라마라서 늘 교복을 입었어요. 매일 등교하는 느낌으로 촬영장에 갔죠. 촬영이 다 끝난 지금은 방학한 것처럼 어딘가 헛헛한 느낌이 들어요. 다음엔 나무엑터스 동료들과 꼭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이정식) 취미는 뜨개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김재경에게도 걸 그룹(레인보우)에서 나무엑터스 배우로의 직무 이동은 터닝 포인트였다. “외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회사에서 조를 짜서 연기 수업을 받도록 해줬어요. 내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동료들에게 어느 순간 마음을 활짝 열고 있더라고요.”(김재경) 회사 동료 중 특히 이준기의 열정을 ‘리스펙’ 하는 김재경이 도지원과 한참 동안 안부를 주고받는다. “선배님께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요. 저도 선배님처럼 좋은 배우는 물론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김재경) 어느새 무리에 합류한 도지원 역시 이준기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며 맞장구를 친다. “첫 영화 <발레 교습소>(2004)에서 함께 연기한 후 회사 식구로 만난 이준기 배우에게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았어요. 오래 건강하게 일하는 것의 기본은 긍정적인 마인드예요. 동료들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에 힘입어 20년 뒤에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 도지원을 상상합니다.”(도지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또 다른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이준기가 전기 바이크를 옆에 낀 채 떡하니 서 있다. 존재만으로 모두에게 웃음과 활력을 전하는 그에게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비결을 묻자 다소 철학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동료들의 순수한 열정이 저를 정화해줘요. 그들이 전해주는 순수함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기만 해도 삶이 금방 재미있고 즐거워지죠. 그래서 현장에 가면 동료들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 편이에요. 항상 주변 관계에서 힘을 얻거든요.”(이준기) 오랜만에 반가운 동료들을 만나고 함께 근사한 사진도 남긴 알찬 하루였지만, 그의 바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사장님께 수년째 단체 MT를 가고 싶다고 요청드리고 있어요. 결속력, 팀워크, 이런 것에 좀 진지한 편이거든요.”(이준기)
동료들과 나눠 먹을 커피를 잔뜩 사 들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서현은 드라마 <사생활>에서 함께한 김효진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커피가 식기 전에 자리를 떴다. “천사 같은 성격에 자기 관리까지 완벽해요. 존경스러웠죠. 선배님처럼 내면과 외면 모두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어 강기영이 부러워할 만한 이야기도 더했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왕을 찾아서>에서 꼭 한 번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던 구교환 선배님과 호흡을 맞췄는데요. 정말 멋있고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선배님 덕분에 더 행복한 현장이었어요.”(서현)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겠다 싶어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눈을 돌린다. ‘고객 탑승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오늘같이 건물에 사람이 많은 날 무거운 짐이 오가진 않겠다 싶어 머뭇거린 끝에 버튼을 누른다. 웬걸, 이미 짐보다 많은 사람이 그 안에 타고 있다. 먼저 눈인사를 건네는 김환희를 보고 영화 <곡성> 속 그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화들짝 놀란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자주 출연한 김환희는 차기작 <자기만의 방>을 통해 명랑하고 쾌활하면서도 조금은 얄미운 보통의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아요. 예전에 (노)정의 언니랑 나무엑터스 유튜브 콘텐츠도 찍고, ASMR에 도전하기도 했는데 학교에서 다들 ‘내가 알던 네가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반응이 재미있었어요.”(김환희)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도도한 인상의 이열음과 눈이 마주친다.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있는 강아지는 최근 가족이 된 그의 반려견.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건네자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가장 좋아하는 건 연기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지금으로부터 20년 뒤를 상상하면… 결혼, 육아 등 개인적인 영역에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더 많아지겠죠?”(이열음) 나무엑터스와 5년째 인연을 이어가는 이열음은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즐겁다. “작품으로 만난 관계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데 회사 식구들이랑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별을 고민할 필요 없는 가족이 생겨서 아주 좋습니다.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아요.”(이열음) 매일매일이 새롭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품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든 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각인된다. 오늘을 떠올리며 함께 웃을 미래를 상상하면서 좀 더 반가운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NAMOO OFFICE Episode 3 Always Be Cool
마라톤 회의 끝, 나무엑터스 창립 20주년 목표가 정해졌다. 삶과 일을 즐기고, 동료들과 맹렬하게 전진할 것!
그래서 나무엑터스 창립 20주년 목표는 무엇인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나무 오피스는 오늘 아침에 본 모습 그대로다. 환하고, 새하얗다. 새해 첫날부터 제멋대로 움직이는 복사기를 유심히 바라보던 구교환이 갑자기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에 낙서를 시작하더니 얼굴에 붙인다. 그 모습을 본 동료들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연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이게 나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솔직한 직업관처럼 구교환에게는 연기의 희열만큼이나 순간의 즐거움이 소중하다.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보여준 웃음 내공은 그런 소신에 의해 계발된 것임이 틀림없다. 그가 테이블에 둘러앉은 동료들을 바라보며 하는 상상도 예컨대 이런 것이다. ‘날씨 좋은 날 같이 5km 달리기하고 낮술 먹고 노래방에 가고 싶다.’ 박지현이 그런 구교환을 토끼 같은 눈으로 유심히 바라본다. 겉모습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유미의 세포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보여준 침착한 이미지 그대로지만, 실은 화끈하고 충동적일 때도 있다. 은근 웃음 욕심도 있다. “오늘 하루의 행복이 저에겐 중요하거든요. 평소 ‘내일 당장 죽어도 괜찮을 것처럼’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돈, 명예, 사랑, 건강 등 때에 따라 바라는 것들은 달라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후회 없는 하루를 사는 일이죠.”(박지현)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첫 회사인 나무엑터스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이 많다. “데뷔 전에 신인 친구들과 몇 년 동안 연기 레슨을 받았는데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즐거웠어요. 친구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 제가 다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친구들도 그렇겠죠?”(박지현)
비슷한 옷을 입고 출근한 데다가 나란히 붙어 앉아 있어 3남매처럼 보이는 박선호, 이나은, 이태선은 집중력이 떨어지자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1993년생 동갑내기인 박선호와 이태선이 먼저 분위기를 조성한다. 2022년 나무엑터스에 입사한 박선호에겐 나무에서의 모든 시간이 즐겁다. “평소 ‘나무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나무엑터스에 오게 된 건 아무래도 운명이 아닐까요(웃음)?”(박선호) <프로듀스×101> 참가부터 모델과 배우에 이르기까지, 실천력이 남다른 그는 최근 난생처음 군산으로 혼자만의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식당 사장님께 이것저것 묻고, 주변을 구경하면서 걷는 동안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어요.”(박선호) 2016년 데뷔해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청춘월담>으로 얼굴을 알린 이태선 역시 최대한 재미있게 일하자는 주의다. “재미를 느낄 때 열정을 쏟게 되고, 실력도 더 발휘되는 것 같아요. 매 순간 ‘지금 충분히 즐기고 있나?’ 돌아보곤 합니다.”(이태선) 8년 동안 몸담은 나무엑터스에서의 가장 즐거웠던 기억 또한 MT에서 다 함께 웃고 즐겼던 시간. 새해를 맞이해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회사도 그에겐 설레는 놀이터로 느껴진다. 키득거리는 두 오빠 틈에서 눈치를 보던 이나은이 끝내 실없는 장난에 합류한다.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관계를 이어가는 데 늘 조심스럽고 쑥스러워하는 편이에요.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이나은) <에이틴> 시리즈의 ‘김하나’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여주다’ 등 사랑스러운 고등학생 역할로 크게 사랑받은 이나은은 나무엑터스에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 행복하다. “특히 동갑 친구들이 생겨서 진짜 좋아요. 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에게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고요. 언젠가 한 작품에서 가족으로 만나도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아요.”(이나은)
근사한 수트를 빼입고 출근한 홍은희와 이윤지는 이야기가 좀처럼 마무리되지 않자 회의실 밖으로 나가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이곳저곳 바쁘게 종횡무진하는 워킹 맘에게 온전히 쉴 틈은 찾아오지 않는다. 홍은희에겐 오늘 아침 새삼스럽게 ‘창립 20주년’이라는 단어가 크게 와닿았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거잖아요. 삶의 절반을 함께한 나무엑터스는 이제 저에게 여유가 생기면 찾아가고 싶은 외갓집 같은 느낌이에요.” 긴 시간 우정을 나눴던 故 이은주처럼 때때로 그리운 배우들도 생각났다. “갑자기 스마트폰 갤러리에 나무엑터스 10주년 화보 촬영 사진이 뜨더라고요. 엊그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해요.” 최근 새로운 꿈도 생겼다. “직접 무대에 올랐던 연극 <돌아온다>와 서예화 배우가 초대해준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계기로 제 안에 무대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씩 도전해봐야죠.”(홍은희) 이윤지에게도 연기는 삶의 가장 큰 동력이다. 그는 20년 뒤에도 자신이 주어진 역할을 잘 연기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강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마이 데몬>에서 천방지축 쌍둥이 아들을 두고 고상한 ‘척’하는 ‘노수안’을 연기해요. 마음껏 꾸몄고, 마음껏 자유로웠죠.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된 건 천운이 아닐까요? 그 운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항상 열정을 다할 거예요.”(이윤지)
두 슈퍼우먼이 열정을 불태우는 사이, 또 다른 회의실 안에서 ‘입사 동기’ 조우리와 조민경이 혼신의 연기력을 발휘하며 남몰래 졸고 있다. 평소 만날 기회가 없었던 선배들까지 모두 모인 새해 첫 출근을 앞두고 은근히 긴장한 탓일까. 사무실에는 둘뿐이고, 오후가 되어 긴장이 풀리자 슬금슬금 졸음이 밀려온다. 조우리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오늘 내내 마주한 새로운 인연을 반겼다. 함께 연기 수업을 받으며 친해진 김재경, 박선호, 오현중과 있을 때보다는 확실히 긴장한 상태였지만. “저에게 나무엑터스는 도전 그 자체예요. 최근 개봉한 영화 <신체모음.zip>에 꼭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도 이제까지 공포물에서 연기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낯선 환경에서 펼쳐지는 도전은 늘 기대돼요.”(조우리)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배우 임수향의 라이벌로 등장해 임팩트를 남긴 그가 용감하게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간다. 조민경 역시 나무엑터스를 통해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었음을 고맙게 여긴다. 2020년 독립 영화 <이월>의 공시생 역할로 제7회 들꽃영화상을 수상한 후 독립 영화계에서 선전하는 조민경은 최근에는 연극 <일단 SF: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의 무대에 섰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기분이었어요. 덕분에 생명력을 얻어 하루하루 좀 더 힘차게 살아가게 되었죠. 많이 울고 웃으며 살자는 것이 제 인생 철학인데, 그런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 고마운 작품입니다.”(조민경) 각자의 꿈에 취한 후배들 뒤로 대선배 박중훈이 슬금슬금 사무실로 들어와 착석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배이자 동료가 되고 싶은 박중훈에게 조우리와 조민경은 그저 사랑스러운 후배들이다. “나무엑터스 친구들을 보면 항상 뿌듯하고 자랑스럽죠. 배우로 나무와 인연을 맺은 건 3년 정도지만 20년 전부터 김종도 사장, 김탄 부사장, 김동식 대표와 막역하게 지낸 사이인지라 제가 나무엑터스를 함께 만들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애정이 깊습니다.”(박중훈) 즐겁고 행복하게 연기하는 후배를 볼 때면 물불 안 가리고 연기에 몰두하던 지난 시절이 떠올라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아주 추운 겨울이었어요. 강원도에서 故 김주혁 배우랑 김종도 사장과 함께 영화를 찍으며 고생한 일이 떠오르는군요. 열아홉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 오래 달려왔죠. 최근 10년은 감독으로 살았는데 다시 나무엑터스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새롭게 태어난 기분입니다. 배울 것이 많아요. 연기의 본질은 시대를 막론하고 한결같지만 표현하는 방법은 그때그때 달라져야 하거든요. 저도 후배들처럼 미션을 즐기며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죠.”(박중훈)
즐기는 자가 결국 일류가 된다. 지치고, 피곤해도 다시 일어서는 비결이다. 새해 첫 회의는 결국 결론을 맺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성실하게 새해 첫 출근 도장을 찍은 29명의 나무엑터스 배우들은 똑같은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을 즐기고 동료들과 웃으며 전진하는 것.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충만한 하루를 보낸 나무엑터스 배우들의 얼굴이 만족스럽게 빛난다. (VK)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김신애
- 스타일리스트
- 김나현, 신지혜, 한승희, 황금남, 박선용, 성선영, 김명희, 김하늘, 서혜지
- 헤어
- 안미연, 장윤나, 이민, 강도희, 임안나, 백흥권, 케이트
- 메이크업
- 김지현, 김민정, 강미, 윤영, 이지영, 손예진, 조윤하
- 세트
- 최서윤(Da;rak)
- 로케이션
- 신사동 가로수길 COURT 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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