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젊은 주얼리, 레포시
지금 가장 젊고 혁신적인 주얼리.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의 마지막 시즌에서 도디 알 파예드(Dodi Al Fayed)는 다이애나에게 청혼하고, 그녀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드라마 내용의 사실 여부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지만, 이때 등장하는 반지는 실제 존재한다. 삼각형 다이아몬드 네 개가 커다란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돔 형태의 반지, 바로 레포시(Repossi)의 주얼리다.
레포시는 195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코스탄티노 레포시(Costantino Repossi)가 설립했고, 1978년 아들 알베르토 레포시(Alberto Repossi)가 모나코 몬테카를로로 사업을 확장했다. 가장 특별하고 희귀한 보석으로 만든 특별한 주얼리 덕분에 모나코 왕실의 공식 보석상으로 지정된 레포시는 1986년 파리 방돔 광장에 입성하며 하이엔드 주얼리 하우스의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다시 2007년 창립자의 손녀 가이아 레포시(Gaia Repossi)가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레포시는 또 다른 시대를 맞았다.
토리노에서 태어난 가이아는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에서 회화를 공부하며 예술가의 꿈을 키우다 21세에 레포시 아티스틱 디렉터로 취임했다. “아버지가 해오신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패션의 창의성과는 동떨어진 부르주아적인 일이라고 여겼거든요.” 여느 예술가가 그러하듯 그녀는 3대째 내려오는 가족 비즈니스를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볼드한 칵테일 반지는 현대 미술과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모던하고 미니멀한 스타일로 진화했다. 최고급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너클 링, 이어커프 등 파격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은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15년에는 이 패셔너블한 주얼리 하우스의 잠재력을 알아본 LVMH가 레포시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레포시가 럭셔리 그룹에 합류하는 것이 원대한 목표였는데, 제가 그것을 해냈어요.”
리한나, 앤 해서웨이, 케이트 블란쳇, 틸다 스윈튼 등 여러 셀러브리티가 레포시 주얼리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레포시를 가장 탁월하게 연출하는 건 가이아다. 요란하게 차려입을 때도, 그저 민낯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을 때도 레포시를 착용한다. 그만큼 가이아의 주얼리는 젊고 혁신적이며 창의적이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날에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에 오픈한 레포시 부티크에 방문할 핑계가 하나 생겼다.
VOGUE MEETS GAIA
굉장히 차분한 톤의 나직한 목소리, 수화기 너머에서 느껴지는 친절한 영혼. 가이아 레포시의 세련된 매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파리지앵의 속물근성과는 결이 다르다. 럭셔리를 창조하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 중 이렇게 상냥한 사람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다.
패션을 통해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나?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룩을 연출할 때는 결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즉흥적이다. 유니폼을 입는 것처럼 그저 내 존재를 드러내는 거다. 남성적 요소를 결합해 그것을 다시 시대를 초월한 여성성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뎀나(Demna)의 작업은 매우 놀랍다. 그의 꾸뛰르 개념을 레포시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반영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특하면서도 매일 착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적은 수량, 최고의 품질’이라는 아이디어에는 럭셔리의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논리가 담겨 있다. 어머니로부터 신중하게 옷을 고르는 법과 의상에 주얼리를 매치하며 그 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 테일러링을 좋아해 알라이아 의상이 많은 편이다. 데님을 입을 때면 가장 예상치 못한 신진 브랜드 의상과 믹스 매치를 시도하곤 한다. 넨시 도자카(Nensi Dojaka)의 여성성, 오토링거(Ottolinger)의 남성성을 활용하는 식이다.
패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패션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만은 확실하다. 나와 내 작업에서 패션은 출발점이었다. 패션과 주얼리라는 두 세계가 연결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레포시 주얼리가 평범한 보석 매장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원석과 나란히 진열되기보다는 패션 칼럼에 실리기를 바랐다. 컬렉션과 제품, 심지어 브랜드 DNA 개념을 다룰 때도 패션은 매우 중요하다. 패션은 개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창조를 위한 창조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러티브도, 깊이도 없으니까.
소셜 미디어 활동에 적극적이다. 팬데믹 기간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신진 브랜드를 재고하고, 살피고, 지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매우 재미있는 방식으로 자기 브랜드를 표현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로움이다. 그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표현하는 법에선 선구자다. 이런 의미에서 소셜 미디어는 내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창작할 때는 디자인에 대한 끝없는 야망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항상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나는 진화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상징적 요소를 좋아한다. 메종의 이미지를 어떻게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 역시 재미있다. 그래서 작업할 때면 늘 Z세대를 고려하는 동시에, 과거에 깊이 뿌리내린 무언가에 대해서도 고려하려고 노력한다. 주얼리는 이런 이중적 특성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레포시에 패션을 접목해야 한다면 어떤 하우스를 택할 것인가? 수년 동안 많은 사람이 레포시를 알라이아와 연결 지었다. 극강의 럭셔리와 매우 명확한 코드를 지닌 동일한 제품을 다양한 색으로 반복하려는 나의 집착이 만들어낸 틈새시장이다. 개성 강한 극소수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알라이아라고 답할 수 있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만들어내는 보테가 베네타의 우아함과 로에베의 여성스러움, 뎀나의 놀라운 작품과도 어울린다. 브랜드 자체보다는 일종의 아이디어에 가깝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레포시를 누드 이미지와 결합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누드를 통해 주얼리만 부각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매우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주얼리는 룩의 마무리다. 의상과 매치하는 작업이 훨씬 흥미롭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동력이 있다면? 그림!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하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을 안고 자랐다. 덕분에 많은 예술가를 알게 됐고, 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드로잉으로 많이 표현하는 편이다. 예술은 항상 존재하기에 내게는 끊임없이 시각언어가 필요하다. 내적 균형을 유지하려고 15년 동안 요가도 하고 있다. 아침이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매트 위에 몸을 던진다.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채식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패션에도 이런 신념을 반영하고 있나? ‘매우 그렇다’고 답해야 하는데, 솔직히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소비를 줄여보려 하지만, 아쉽게도 패션에서는 한참 멀었다. (VK)
- 글
- Giorgia Feroldi
- 사진
- Courtesy of Repossi
추천기사
-
패션 뉴스
셀린느 걸, 수지
2024.11.15by 오기쁨
-
아트
200년 만에 발견된 쇼팽의 왈츠 악보
2024.10.31by 오기쁨
-
셀러브리티 스타일
그웬 스테파니가 30여 년 만에 다시 입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코르셋
2024.11.13by 오기쁨
-
셀러브리티 스타일
지금 아우터 트렌드는, 빅토리아 베컴의 시크릿 모드 코트
2024.11.18by 이소미
-
셀러브리티 스타일
가장 안젤리나 졸리다운 올해의 코트
2024.11.13by 이소미
-
뷰티 트렌드
볼터치를 문신으로?! 반영구적 블러셔에 관하여
2024.11.14by 황혜원, Margaux Anbouba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