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과장된 어깨의 재킷은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 로우 데님 팬츠는 페라가모(Ferragamo).
남성복의 테일러링을 꾸뛰르 기법으로 재해석한 거대한 패치워크 코트와 플랫폼 힐은 톰 브라운(Thom Browne).
거대한 풍선처럼 볼드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실크 코트는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 시퀸 장식 후드 드레스는 집시 스포츠(Gypsy Sport).
하얀 깃털 장식 코트는 미스리데이트(Mithridate), 연두색 가죽 셔츠와 검정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생지 데님으로 완성한 트러커 재킷과 팬츠, 화이트 니트 톱은 페라가모(Ferragamo), 귀고리는 1064 스튜디오(1064 Studio), 슈즈는 요위(Yowe).
남성복의 테일러링을 꾸뛰르 기법으로 재해석한 거대한 패치워크 코트는 톰 브라운(Thom Browne).
사선무늬 테일러드 수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건 그냥 야외 촬영 아니에요? 으하하.” 난데없는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날, 볕이 좋다는 이유로 성수동 스튜디오 바깥으로 얼마간 끌려 나온 박세리가 꽥 소리를 지른다. 그 말에 덩달아 흥분한 반려견 모찌가 암체어에 앉은 엄마 품으로 ‘쏙’ 들어가 안긴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말투와 호탕한 웃음소리. 말 몇 마디로 촬영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박세리는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자연스럽게 떠올린 이름이다. 감사하게도 그녀는 “<보그>는 믿는다”며 촬영 내내 우리의 판단을 믿고 따라줬다.
우리 역시 ‘박세리’란 이름에 대한 믿음이 깊다. IMF 경제 위기 직후인 1998년 US 여자 오픈에서 ‘맨발 샷’으로 우승을 거두며 국민 영웅으로 등극한 그녀는 2007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은퇴 후에도 국가 대표 팀 감독과 해설 위원으로 동분서주하며 대한민국 골프의 미래를 밝혔다. 그녀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리치 언니’로 남긴 명언이 폭넓은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이,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골프에 입문한 ‘세리 키즈’는 어느덧 훌쩍 성장해 세계 랭킹을 휩쓸었다.
이들은 지금의 박세리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다. “마지막 목표는 존경받는 사람으로 남는 거예요. 많은 상을 받았지만(박세리의 LPGA 통산 25승 기록은 국내에서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인격적인 부분에서 인정받는 것도 저에겐 중요해요. 선수 때부터 그런 생각이 강했죠. 오랜 롤모델이었던 낸시 로페즈처럼요. 그래야 훌륭한 후배들이 계속 나오죠.”
지난해 자선 행사 ‘박세리 & 아니카 인비테이셔널 아시아’와 두 번째 ‘박세리 월드매치’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는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LPGA 대회인 ‘퍼 힐스 세리 박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었다(대회는 3월 21일부터 나흘간 로스앤젤레스 부근의 팰로스 버디스 골프 클럽에서 열린다). “후배들도 이왕이면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되는 선순환을 기대합니다.” 후배, 꿈나무, 미래… 박세리의 시선은 항상 멀리 닿아 있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꿈이 현실화되는 속도다. “누군가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더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다른 사람 말은 신경 안 써요. 내 인생이잖아요. 자신감이 전부예요. 내가 못 믿는데 누가 나를 믿겠어요.”
그녀의 오랜 꿈이었던 ‘세리 파크’ 역시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용인시에 골프 유망주를 육성하고, 모든 시민이 즐기는 복합 시설 ‘세리 파크’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업무 협약을 드디어 지난해 체결했다. “20년 뒤면 거의 완성되지 않을까요? 이대로만 잘 진행된다면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러나 자신보다 후배들의 환경이 더 낫길 바라는 박세리가 의외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렇지만 힘든 것 같을 때는 힘든 거예요. 그럴 땐 살짝 물러서는 게 좋은 방법 같아요. 그런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밀어붙여서 저도 1년 반 동안 지옥 같은 슬럼프를 겪었죠. 후배들은 스스로를 아꼈으면 좋겠어요.”
선수 시절에는 풍부한 감성을 꼭꼭 묻어두던 박세리는 이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반려동물과 함께 온전히 누리는 소소한 일상은 은퇴 후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 “스쳐 지나갈 정도로 짧은 그 순간이 정말 소중한 거예요. 그때만큼은 다 잊고 즐기는 게 좋아요.” 요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100%’라는 확답이 돌아온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열심히 하는 만큼 보람이 따르는걸요. 박세리로 태어나서 가장 좋은 거요? 늘 부지런히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으하하.” 아직 남은 라운드가 많다. 홀인원은 꿈꾸지 않는다. 한 홀 한 홀 신중하게, 바람을 만끽하며 성실히 걸어가는 지금이 좋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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