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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W 밀라노 패션 위크 DAY 1

2024.02.23

2024 F/W 밀라노 패션 위크 DAY 1

2024 F/W 패션 위크가 후반기에 들어섰습니다. 달콤한 세레나데를 불렀던 뉴욕, 젊은 열정과 독창성을 뽐냈던 런던을 지나 세 번째 도시 밀라노입니다. 낭만주의적 요소를 물씬 풍겼던 밀라노 패션 위크 1일 차, 오늘의 쇼를 소개합니다.

펜디(@fendi)

1984년 펜디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은 2024 S/S 컬렉션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링을 지향했습니다. 참신함은 옷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 보디수트의 단추를 풀어버리고, 브이넥 스웨터는 몸에 걸친 채였죠. 1980년대 풍경도 그려졌습니다. 일본 디자이너들이 파리를 강타하고, 영국의 뉴 로맨티시즘이 부흥하던 당시에 펜디가 바라본 세상이었죠. 유럽의 문화적 기틀을 품은 로마라는 도시에 펜디가 있었음을 알리듯, 쇼장에 드리운 로마네스크 영혼에서 로맨틱함이 흘러내렸습니다.

Fendi 2024 F/W RTW
Fendi 2024 F/W RTW
Fendi 2024 F/W RTW
Fendi 2024 F/W RTW
Fendi 2024 F/W RTW
Fendi 2024 F/W RTW
Fendi 2024 F/W RTW

에트로(@etro)

조도 낮은 조명을 사용해 쇼장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고, 그리스비극에서 영감받은 마스크 인형이 런웨이 중심에 들어찼죠. 호메로스 <오디세이> 속 율리시스의 여정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에트로의 2024 F/W 컬렉션은 마르코 드 빈센조의 여정처럼 보였습니다. 감각적인 흙빛 톤에서 브랜드가 사용하지 않을 법한 블랙까지, 기존의 에트로와는 다른 분위기였죠.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의 발에 호기심과 도전 의식이 묻어났습니다. 진귀한 물건으로 가득 찬 트렁크를 가지고 베니스 항구에 발을 내디딘 사람처럼 말이죠. 호화로운 자수와 페이즐리, 고급 벨벳과 니트, 펠트에 입힌 금박까지, 장식과 자수는 중첩되었지만 표현은 대담했습니다.

Etro 2024 F/W RTW
Etro 2024 F/W RTW
Etro 2024 F/W RTW
Etro 2024 F/W RTW
Etro 2024 F/W RTW
Etro 2024 F/W RTW

디젤(@diesel)

1,000명의 사람들과의 줌(Zoom) 미팅이 열렸습니다. 6개의 거대한 스크린에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이 모두 디젤의 쇼를 기다리고 있었죠. ‘보는 걸 좋아해? 아니면 감시를 당할까?’라고 적힌 인스타그램의 쇼 소개 글처럼 옷은 투명과 불투명을 오갔습니다. 파티 후 흘린 땀 얼룩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의도가 맞아떨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인조 모피로 만든 오버코트, 외계 생물체의 알이 부화할 듯한 패딩 등 옷감을 겹친 강렬한 작업은 묘하게도 디젤의 핵심처럼 보였죠. 겹치고 얽히고 찢어져 새로움을 만들어나가는 스크린 속 수많은 사람들처럼요.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Diesel 2024 F/W RTW

누메로 벤투노(@numeroventuno)

파티 다음 날의 얼굴이 이럴까요. 모델들의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었습니다. 머리는 풀어헤치거나 덥수룩하게 묶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얇은 테크니컬 리본으로 간신히 이어진 블랙 드레스, 걸을 때마다 허리가 드러나는 트위드 앙상블, 시스루 드레스 안쪽으로 가슴을 살짝 가리는 직사각형의 패널, 엉덩이를 어색하게 감싸는 슬릿의 스커트까지, 어쩐지 루스하면서도 시크한 런웨이에는 허무주의적 에로티시즘이 감돌았죠. 1980년대 이탈리아 꾸뛰르의 화려한 룩에서 영감받았다는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부유층을 위한 컬렉션에서 진부한 클리셰를 해체하고 싶은 충동을 따랐다고 밝혔습니다. 특권의 성역이었던 외딴 오뜨 꾸뛰르 살롱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죠.

N°21 2024 F/W RTW
N°21 2024 F/W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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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1 2024 F/W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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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W MILANO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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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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