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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토 데 사르노가 그리는 미래, 구찌 2024 F/W 컬렉션

2024.02.26

사바토 데 사르노가 그리는 미래, 구찌 2024 F/W 컬렉션

구찌 2024 S/S,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컬렉션이 쇼윈도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있었던 남성복 컬렉션에서 미러링이라는 흥미로운 컨셉을 제시하며, 한층 어른스러워진 ‘뉴 구찌’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했는데요.

Courtesy of Gucci

며칠 전 있었던 2024 F/W 컬렉션에서도 모종의 연속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무드는 여전히 클래식하고 차분했지만, 자그마한 디테일을 변주하며 전과 다른 느낌의 컬렉션을 선보였죠.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사바토 데 사르노가 가장 애정하고 또 ‘잘 만드는’ 아이템은 바로 코트입니다. 프라다의 코트 메이커 델리아 코치아(Delia Coccia)로부터 패턴 작업을 배우며 커리어를 시작한 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후 선보인 첫 룩에도 슬림한 실루엣의 롱 코트가 등장했으니까요. 이번 컬렉션에 등장한 코트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다름 아닌 움직임’이었습니다. 아틀리에의 디자이너들은 안감을 선택하는 것부터 라이닝 작업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거쳐 코트의 움직임을 극대화했죠. 덕분에 걸을 때마다 끝자락이 우아하게 펄럭이는 헤비 울 코트가 탄생했습니다.

Courtesy of Gucci

사바토 데 사르노는 컬렉션 노트에서 “규칙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보세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소하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전복적인 그의 상상력은 아우터 뒷면에 적용된 플래킷 디테일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남성적인 실루엣의 아우터 재킷을 각자의 방식으로 연출하도록 한 것이죠.

아카이브의 재해석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구찌처럼 풍부한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겐 언제나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톰 포드의 구찌를 레퍼런스 삼은 듯한, 슬림한 실루엣의 슬립 드레스를 반복적으로 선보였습니다. 톰 포드가 실크와 벨벳 같은 소재로 섹시한 무드를 자아냈다면, 사바토 데 사르노는 드레스에 시퀸과 크리스털 프린지를 수놓으며 한층 럭셔리해진 ‘뉴 구찌’를 표현했습니다.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예나 지금이나 구찌를 상징하는 것은 홀스빗 장식입니다. 승마와 승마복을 사랑했던 구찌오 구찌가 사망한 직후, 그의 세 아들이 고안해낸 불멸의 디테일이죠. 이번 컬렉션에서는 로퍼뿐 아니라 더 다양한 슈즈에 홀스빗 디테일이 적용되었습니다. 무릎을 전부 덮을 정도로 길쭉한 승마 부츠와 플랫폼 힐이 좋은 예입니다.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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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라인업은 클래식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클래식한 구찌의 백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 덕분이었죠. 승마복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반달 모양의 백, 폭신한 질감의 톱 핸들 백, 그리고 모던하게 돌아온 재키 백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구찌를 상징하는 또 다른 디테일, 뱀부 핸들 역시 메탈 소재와 함께 새 생명을 얻었고요.

‘뉴 구찌’의 시그니처

2024 S/S Collection, Courtesy of Gucci
2024 F/W Menswear Collection,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럭셔리 하우스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기 위해서는 과거를 탐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롯이 본인만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그니처를 만들어내야 하죠. 이제 세 번의 컬렉션을 선보였을 뿐이지만, 사바토 데 사르노는 벌써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모든 컬렉션에서 볼드한 초커가 등장했거든요.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Gucci

구찌의 지난 남성복 컬렉션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하늘하늘한 소재의 롱 스카프였죠.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번 컬렉션에서 초커 밑에 얇은 스카프를 레이어드하는, 재치 있는 스타일링을 제안했습니다. 스카프 컬러를 톱이나 드레스와 통일한 덕분에 룩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죠. 피비 파일로가 그랬던 것처럼 몇몇 모델은 긴 머리를 초커 밑으로 집어넣어 더 정갈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사진
Courtesy of Gucci,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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