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있는 실루엣이 특징인 시어서커 소재 크롭트 셔츠와 리넨 개더 스커트는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 이어링은 페라가모(Ferragamo).
색이 번진 듯한 효과의 폴로 셔츠, 커다란 시침 핀 장식의 가죽 버뮤다 팬츠, 유기적인 형태에 컬러 크리스털을 파베 세팅한 반지는 로에베(Loewe).
종이를 찢은 것처럼 끝단을 처리한 코튼 티셔츠와 가죽 팬츠, 움직일 때마다 티셔츠 아래 살짝 보이는 체인 벨트, 조각가 린다 벵글리스(Lynda Benglis)가 디자인한 이어커프는 로에베(Loewe).
몸매를 강조하는 라텍스 소재 케이프 드레스는 애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 실버 펌프스는 페라가모(Ferragamo).
라텍스 소재 러플 드레스는 에드워드 크러칠리(Edward Crutchley), 간치니 로고 모티브의 구조적인 힐이 특징인 실버 스트래피 샌들과 앤티크 뱅글은 페라가모(Ferragamo), 오렌지 컬러 에나멜 장식 이어링은 로에베(Loewe).
컨페티를 이어 붙인 듯한 프린지 톱과 스커트는 어웨이크 모드(A.W.A.K.E Mode), 조각 작품 같은 귀고리는 로에베(Loewe), 실버 펌프스는 페라가모(Ferragamo).
파워 숄더 크롭트 케이프 톱과 맥시스커트, 오페라 글러브는 어드바이저리(Advisry).
체크 패턴 블레이저와 실크 셔츠, 귀고리는 로에베(Loewe).
비대칭 드레이프가 드라마틱한 드레스와 펌프스, 귀고리는 로에베(Loewe).
지난해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처음 봤을 때, 그레타 리(Greta Lee)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보고 싶었다. 온갖 ‘머뭇거림’ 속에서 그가 보여준 놀랍도록 미묘한 표정과 눈빛을. 그 후 그레타를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 프로젝트에 초대하기 위한 <보그>의 러브콜이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3월호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차기작 <트론 3> 촬영을 위해 밴쿠버에 머물던 그레타가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냈다.
촬영을 진행한 패션 에디터는 그가 “똑 부러지는 모범생이 연상되는 완벽주의자였다”고 증언했다. 촬영 전날, 매년 오스카상 시상식 후보자들이 한데 모이는 런천 파티에 참석하느라 경미한 숙취에 시달리는 중이었지만(<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준비된 모든 의상과 액세서리를 빠짐없이 착용해보며 영혼을 준비시켰다.
촬영장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그레타는 디테일에 강하다.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해 2006년 드라마 <로 앤 오더: 성범죄전담반>으로 방송에 데뷔한 그는 왕성한 상상력과 캐릭터에 대한 진정성으로 20년간 한길을 걸어왔다. 콘서트 피아니스트 어머니와 의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만 생활한 그는 한때 인터뷰에서 “한국의 나탈리 포트만이 되겠다”며 공언하고 다녔다. 실제로 기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더 모닝쇼>의 극도로 예민한 뉴스 제작자, <러시아 인형처럼>의 보헤미안 파티광 역할로 사랑받으며 그는 매력적인 신 스틸러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레타는 그런 수식어에 거부감을 표했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덧 40세가 되었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너그러운 포용력이 생겼지만 할리우드의 기회 균등에 대한 그레타의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이제껏 동양인이 주인공인 대본을 접한 적은 거의 없어요. 동양인이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더라도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로 묘사될 뿐이죠. 전부 괴짜거나 지나치게 희극적인 인물들이었어요. 저는 정말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었죠.”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패스트 라이브즈>가 찾아왔다. 첫 주연작이자 자신에게 맡겨진 ‘노라’는 그토록 바라던 보통의 여성이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엇비슷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을 그에게 다시 한번 이 작품의 의미를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건 아마 삶에 대한 영화일 가능성이 높아요. 제가 좋아하는 ‘비포’ 시리즈나 사랑하는 배우 샬롯 램플링, 윤정희가 열연한 작품 또한 그런 영화죠. 긴 장면, 근거 있는 대화, 수많은 침묵…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가 배우로서 평생 갈망해온 이야기였어요.”
많은 부분을 한국어로 연기해야 했기에 촬영하는 동안 끝없이 자기 의심에 시달린 그레타에게 ‘이민자 가족’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소중한 친구 셀린 송 감독은 “네가 항상 비밀스럽게 간직해온 생각과 감정을 꺼내봐”라고 응원해줬다. 그리고 그 조언은 언제나 통했다. “영어 표현 중에 ‘단단한 허리, 부드러운 외양과 거친 심장(Strong Back, Soft Front, and Wild Heart)’이라는 말이 있어요. 노라가 바로 그런 사람이죠. 노라를 통해 저는 연인 간의 로맨스를 뛰어넘는, 삶에 대한 더 커다란 사랑을 배웠어요.”
그레타는 인연을 믿는다. <패스트 라이브즈> 후엔 더 그렇게 됐다. “좋은 대본, 동료, 관객, 모든 만남엔 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듯해요.” 그에게 꼭 맞는 페르소나를 선물해준 로에베와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2년 전 베를린영화제에서 로에베의 옷을 처음 입었어요. 아주 구조적인 실루엣의 그레이 니트 셋업이었는데 옷이 제 신체 일부처럼 느껴졌죠. 저 같은 중년 여성에게 대담하지만 편안한 로에베만의 뉘앙스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드물 거예요.” 조나단 앤더슨처럼 그레타는 “관습과 유행을 벗어나, 참을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매료된다. “한때 제가 너무 말괄량이 같고, 너무 햇빛에 그을렸고,(웃음) 떠들썩한, 충분히 미국적이지도, 그렇다고 한국적이지도 않은 어리숙한 여자라고 여겼어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죠. 하지만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꿈이 언젠가는 실현될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요. 만약 당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일어날 일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크고, 좋고, 멋질 테니까요.” (VK)
- 포토그래퍼
- 피터 애시 리(Peter Ash Lee)
- 패션 디렉터
- 손은영
-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
- 송보라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헤어
- 테디 찰스(Teddy Charles@Nevermind Agency)
- 메이크업
- 홀리 실리어스(Holly Silius@R3-MGMT)
- 네일
- 퀴니 응우옌(Queenie Nguyen@Tomlinson Management)
- 이그제큐티브 프로덕션
- 박인영(Inyoung Park@Visual Park)
- 에이전시 프로덕션
- CLM
- 로컬 프로덕션
- 로스코 프로덕션(Rosco 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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