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은 2024 여름 컬렉션을 통해 간결함과 기본에 집중한 룩을 선보였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아멜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 아드리엔 볼랑(Adrienne Bolland) 그리고 항공과 카 레이싱 등 이른바 남성의 영역으로 침투한 선구적인 여성에게서 2024 여름 컬렉션의 영감을 받았다.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만든 ‘칼립소(Calypso)’ 백. 큼직한 형태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체인 스트랩으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 파일럿이 착용했던 가죽 장갑은 생 로랑 2024 여름 컬렉션의 핵심 아이템으로 활용된다. 바카렐로는 1967년 이브 생 로랑이 창조한 ‘사하리엔(Saharienne)’ 재킷을 셔츠로 재해석했다.
올해로 데뷔 4년 차 모델 클로이 오. 전 세계를 종횡으로 누비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클로이 오와 생 로랑이 만났다.
바카렐로는 올리브색과 적갈색, 모래색처럼 광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지의 색을 면과 리넨, 실크와 개버딘, 가죽으로 다채롭게 표현했다.
날카로운 물성의 액세서리와 뾰족한 하이힐은 생 로랑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사파리 재킷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사하리엔’ 재킷은 생 로랑 2024 여름 컬렉션에 다채롭게 변주됐다. 사파리 재킷을 점프수트로 변형한 룩에 벨트를 착용해 긴장감을 더했다.
1980년대 파리지엔을 상기시키는 볼드한 주얼리와 말간 얼굴의 클로이가 보여주는 생경하고도 아름다운 조합. 의상과 액세서리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보그> 커버에 여러 번 등장했죠. <보그>, 클로이 오, 생 로랑. 이번 조합에는 어떤 기대감이 있었나요?
춥겠다?(웃음) 뉴욕 거리에서 생 로랑의 2024 여름 컬렉션을 입고 촬영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였거든요. 하하. 하지만 지난해에 생 로랑과 함께 촬영한 화보 반응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이번 촬영도 많이 기대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보그> 에디터들에게 당신의 유일무이한 매력을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깨끗하고 동양적인 얼굴” “독보적인 개성” “의외의 너드함”… 공감하나요?
깨끗하고 개성 있는 얼굴이라는 말은 자주 들어요. 고양이 눈매도, 강아지 눈매도 아닌 쌍꺼풀 없는 큰 눈이 젠더와 국적을 흐릿하게 만드나 봐요. 아직 저랑 비슷한 느낌을 지닌 모델은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매력이든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물학도였지만 패션계에 남기로 결정했어요. 모델을 꿈꾸기 전엔 어떤 사람이었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좋아했나요?
큰 키에, 작은 머리, 독특한 마스크 때문에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모델 해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워낙 내성적이어서 엄두도 못 냈죠. 수업 시간에 발표는 상상도 못했고, 낯선 사람을 마주 보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는 덜덜 떨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맨 처음 에이전시의 연락을 받고 영문도 모른 채 밀라노로 날아간 것이 다행이었죠. 그게 프라다 2021 S/S 컬렉션의 런웨이 무대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분명 못 가겠다고 했을 거예요.
이후의 삶은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데뷔 후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어떤 감회가 드나요?
이제까지 수백 개 쇼에 섰고, 수백 번 촬영을 했어요. 일주일에 꼭 한 번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삶이죠. 런웨이를 걷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게 당연한 일상이지만 지금처럼 인터뷰에서 혹은 누군가로 인해 문득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젠 모델이 아닌 제 모습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이 삶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에요.
1년 전, 모델스닷컴이 선정한 세계 여성 모델 랭킹 톱 50에 올랐어요. 이 ‘50’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느껴지나요?
전 세계에서 50명이면 정말 작은 숫자 아니에요? 너무 신기하죠! 캐스팅 오디션에만 가도 ‘세상에 모델이 정말 많구나’라고 느끼거든요. ‘50’은 하나의 쇼를 채우기에도 부족한 숫자잖아요. 그만큼 특별하죠.
데뷔 직후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어느덧 7개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고 있어요. 특히 반가웠던 만남이나 기회가 있나요?
지난 가을, 런던 패션 위크에 초대받으며 드디어 4대 패션 위크를 처음으로 완주하게 됐어요(클로이는 당시 총 21개 패션쇼에 섰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다 끝나고 나니 보람이 정말 컸죠. 최근에는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컬렉션이 기억에 남아요. 런웨이를 걸을 때, 모두가 그 순간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거든요.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한다는 건 항상 특별한 것 같아요.
패션계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세계잖아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스트레스는 없나요?
사실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에요.(웃음) 1년 365일 중요한 기회가 갑자기 찾아올 때를 대비해야 하니 데뷔 후에는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어요. 갑자기 피팅을 하게 되거나, 쇼 직전까지 무대에 오르는 것이 결정되지 않을 때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기도 하죠. 체력적으로 지쳐 있을 땐 거절의 상처가 더 오래가는 듯해요. 그래도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슬픈 뉴스만큼 기쁜 뉴스도 많으니까요. 어떤 소식이든 이젠 딱 그날만 휩쓸리려 해요.
특히 좋아하는 말이나 문장이 있나요?
“Success is not final. Failure is not fatal.” 성공이나 실패나 영원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어느 날 회사 직원이 “한 번에 모든 일을 성공시키면 그다음에 기대할 게 없어지잖아”라는 말을 해줬는데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인생은 목표보다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요.
클로이는 본인의 목소리와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나요?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모델에 대한 온갖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어요. 이 일을 하며 침묵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한국이든 외국이든 마찬가지죠. 옷핀에 찔리면 화를 내도 되고, 힐을 신어야 하면 워킹할 때 최대한 배려받을 수 있는 그런 직업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 일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요. (VK)
- 포토그래퍼
- 피터 애시 리(Peter Ash Lee)
- 패션 에디터
- 신은지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모델
- 클로이 오(Chloe Oh@Elite)
- 헤어
- 네로(Nero@MA+ Group)
- 메이크업
- 세나 무라하시(Sena Murahashi@MA+ Group)
- 세트
- 제이콥 버스타인(Jacob Burstein@MHS Artists)
- 캐스팅
-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 프로덕션
- 데본 웰스테드(Devon Welstead@CLM)
- 이그제큐티브 프로덕션
- 박인영(Inyoung Park@Visual Park)
- SPONSORED BY
- SAINT LAU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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