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파리 패션 위크 DAY 2
2024 F/W 패션 위크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도시 파리에서 우리는 패션이 곧 삶이며, 세상에는 삶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욕망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파리 패션 위크 2일 차, 오늘의 삶들을 만나보세요.
꾸레주(@courreges)
‘관능적이고 민감한 무언가!’ 모델들의 손은 중앙의 낮은 앞주머니 슬릿 사이에 있었습니다. 니콜라 디 펠리체가 이번 꾸레주 쇼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섹스와 패션의 즐거움이었죠. 보는 이들은 매우 솔직한 방식이라 느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두 가지 시스루 룩을 제외하면 노출 없이 모든 것이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죠. 디 펠리체는 이에 대해 “감싸고 감싸서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처음 쇼를 구상할 때 스카프로 몸을 완전히 감싼 후 무엇을 드러내고 싶고 감추고 싶은지 질문하면서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어깨와 허리 라인을 드러낸 채 가슴부터 발끝까지 감춘 건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까요? 트렌치 코트와 가죽 재킷의 칼라, 선글라스와 허벅지까지 오는 부츠로 모든 것을 꽁꽁 감췄지만 어깨와 옆구리 등 언제든 원하는 곳 이쪽저쪽을 노출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옵션의 또 다른 이름은 자유고요.
언더커버(@undercover_lab)
<보그 런웨이> 에디터가 언더커버의 2024 F/W 쇼를 본 후 이례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을 했습니다. 한 해에 수백 개의 쇼를 보는 이들이 특정 쇼를 칭찬하는 일은 드물지만, 이번 언더커버 쇼에는 확실히 남다른 지점이 있었습니다. 준 다카하시는 지난 개인적 슬픔을 다룬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그의 통역사는 “그(준)는 세상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자신을 해방시키고 싶어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낙천적인 인물,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만든 빔 벤더스 감독에게 히라야마의 여성 버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해서 <워킹 우먼(Working Woman)>이 탄생했습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40세 싱글맘과 함께 영화 보러 가기를 좋아하는 어린 아들을 그렸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는 환상의 여성을 만들어내고 그에 어울리는 불가능한 의상을 입힌 것이 아니라 인간적(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초라할 수 있는)인 모습을 보이며 행복하게 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내며 우리에게 그런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첫 번째 룩인 흰색 탱크 톱과 청바지로 보이는 옷은 사실은 점프수트였죠. 카디건, 회색 스웨트셔츠, 포멀한 테일러링 등 일상적인 의상을 재가공했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의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평평하고 2차원적으로 보이는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죠. 우리의 삶처럼요.
드리스 반 노튼(@driesvannoten)
‘자신의 프린지를 과감히 자르는 여자’. 드리스 반 노튼이 지은 2024 F/W 쇼의 제목입니다. “그녀는 어떤 면에서 정말 부드럽지만 또한 매우 강합니다”라고 그는 말했죠. 이건 패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스타일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이면서요. 꽃무늬를 군복에 조합하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으로 40년간 성공을 거두어온 그가 하는 말이니 믿을 만합니다. 스탠드 칼라에 둥근 소매가 달린 더블 브레스트 카멜 코트로 쇼를 시작했지만 그건 계략에 불과했으니까요. 털북숭이 같은 분홍 모헤어부터 반짝이는 메탈릭까지 다양한 질감과 컬러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뤄냈죠. 그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소개하며 “유일한 규칙은 규칙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집업 후디의 한쪽 소매를 이용해 스카프처럼 목을 감싼 것, 칼라에 인위적으로 포인트 컬러를 넣은 것 등등 이 미묘한 비뚤어짐에 웃음이 터졌죠. 그리고 그가 말했던 ‘자신의 프린지’는 ‘앞머리’였을까요? 모델들이 저마다 앞머리(프린지)로 눈을 가린 채 런웨이를 돌아 나갔습니다.
#2024 F/W PARIS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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