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EEN <보그>와 다시 만난 태연은 사랑스러운 아이돌이 아닌 파워풀한 ‘디바’로 카메라 앞에 섰다.
BON VOYAGE “루이 비통은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그 기능을 이야기하자면, 루이 비통은 여행을 더 잘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죠. 옷에서 운동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는 여행을 준비하는 옷의 본질을 위해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택했다. 얇게 패딩 처리된 새틴 재킷이 가볍고 포근하게 몸을 감싼다.
TWINKLE 활동성에 초점을 맞춘 루이 비통 2024 봄/여름 컬렉션은 기존에 비해 웨어러블한 디자인이 특징.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제스키에르는 단정한 흑백 룩에 볼드한 주얼리나 보석 단추를 매치해 특유의 꾸뛰르 감성을 더했다.
SPRING BREEZE 오프닝 룩부터 등장한 길게 늘어진 스커트는 얇고 가벼운 모슬린과 샤르뫼즈 소재를 사용해 걸을 때마다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FLASH BACK 독특한 실루엣의 미니 드레스에 흰색 타이츠와 귀여운 매듭 장식 펌프스를 매치한 태연의 모습이 1960년대 모즈 룩을 연상시킨다.
YELLOW FLOWER 줄무늬 테이퍼드 팬츠에 매치한 오프숄더 상의는 루이 비통 메종의 공방(Atelier Rare et Exceptionnel)에서 탄생한 작품. 몸에 꼭 맞는 코르셋 상단을 노란색 실크로 커튼처럼 장식했다.
MUST HAVE LV 로고를 큼직하게 새긴 동그란 가방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시선을 끈 아이템 중 하나!
LET’S DANCE 길게 흐르는 플레어 스커트에 실키한 재킷을 함께 매치해 원단의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강조했다. 다양한 레이어링과 믹스 매치, 부드러운 소재와 여유 있는 실루엣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한 루이 비통의 봄.
EXTRAORDINARY <보그>가 포착한 태연의 낯선 얼굴. 의상과 액세서리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눈앞의 태연은 느슨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가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라는 것쯤은 익히 잘 알고 있다. 지난해에 대한 반추와 올해의 새로운 요구로 머릿속이 바쁠 것이라는 점도 짐작 가능하다. “지난해엔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저의 잣대가 지나쳤나 봐요.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아쉬움에 사로잡히기보다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대개 타인의 평가보다 스스로의 평가를 더 결정적으로 여긴다. “결국 남는 건 나의 만족과 성취감이더라고요. 내려놓으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여태껏 이렇게 살아왔더니 어떻게 느슨해져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쉬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여길 정도로요. 아, 당근을 주는 방법도요.”
당근 대신 채찍을 자주 사용해왔다고 말하는 걸 보니 분명 고갈의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번아웃’ 상태조차 모르고 지나쳤거나. “맞아요. 돌아보니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어떻게 지나왔지? 싶죠. 하지만 힘들다고 해서 멈춰 서기는 아까워요. 팬들에게 받은 게 아주 많아서 쉽게 주저앉기도 어렵죠.” 그가 품은 지구력의 동력이 채찍질이 아니라 실은 사랑이라는 점은 아주 반갑다.
성취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답게 태연이 살면서 가장 꾸준히 해온 일도 ‘미라클 모닝’이다. 기상 시간은 아침 7시. “미라클이라고 말하긴 애매해요.(웃음) 그래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될 수 있으면 밤 12시 전에 자려고 노력해요. 알람이 울리기 전 저절로 눈이 떠진 지 10년쯤 됐어요.” 이른 기상의 원인은 모두가 깨어나기 직전의 고요함이 좋아서다.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도 만족스럽다. 태연의 아침 풍경은 이렇다. “일어나면 우선 편안한 음악을 틀어요. 그걸 하루 종일 들을 때도 있고요. 대신 노랫말이 없는 음악이어야 해요. 가사가 있는 노래는 옆에서 자꾸 누가 말하는 것 같고, 단어나 문장을 던져주는 것 같아서 좀 피곤해요. 제 노래는… 잘 안 들어요.(웃음)” 가장 사랑하는 풍경도 그 순간에 있다. “출근 시간이 되면 도로에 차가 많아지고 막히는 구간도 생기잖아요. 그럴 때 강변북로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그저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구나,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활기가 느껴져요.” 온전히 거기 속하진 않았지만 한 발 정도는 거기 걸친 듯한 감각. 아티스트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긴장을 늦출 수 없죠. 어찌 보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저를 봐주시는 분들의 연령층이 점점 다양해지는 만큼 발맞추고 싶어요. 10대 초반의 어린 팬들도 생겼는데, 상처 주거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커요.”
지난해 3년 만의 콘서트를 마친 후 태연은 인스타그램에 몽글몽글한 메시지를 남겼다. “한 번에 몰아서 보여주기보다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잔향처럼 남고 싶다.” 향기에 민감한 사람답게 자신의 존재감을 잔향에 비유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이면 좋겠어요. 바닐라 향을 좋아하거든요. 날카롭지 않아서요.” 이런 지향점은 시간이 가져다준 변화다. “신인 때는 단박에 각인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오래 일을 하며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평생 직업으로 삼을 일인데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보여드리자, 내가 편안해야 듣는 분도, 보는 분도 편하겠구나, 싶어서요. 그래야 한 번 볼 것도 두 번 세 번 자꾸 쳐다봐주실 것 같아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그는 ‘탱나무숲’이라는 고민 상담소를 진행했다. 그는 고민 상담에 재주가 있다. “은근히 진지한 사람이라 이런 콘텐츠가 잘 맞아요. 더 심각한 ‘찐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에요.” 겉으론 담담해 보여도 타고난 섬세한 레이더로 타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큰 사람. 그런 성정이 느껴져서일까. 태연의 노래에 위로를 받는다는 반응이 유독 많다. “노래를 듣는 분들의 삶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싶어요. 그래서 솔로 초기부터 가사의 방향성도 이렇게 정했어요. 어떤 상황에서 들어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나의 주제로 규정하지 말자. ‘I’도 그렇게 나온 노래예요.” 닫힌 이야기를 한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진실하게 만나는 생생한 표정을 지닌 노래이기를. 잘 조율된 악기와 같은 보컬에도 그런 바람이 담겨 있다. “소리의 목표는 최대한의 편안함이에요. 아무리 높은 고음이어도 날카롭지 않게, 귀가 피곤하지 않을 수 있게.” 아름다운 일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일을 그렇게 충실히, 끈질기게 마주 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는 고개를 내젓는다.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렇게 안 하는 사람도 있어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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