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파리 패션 위크 DAY 4
회화 작가로부터 영감을 받은 조나단 앤더슨, 큐비즘과 조르주 브라크를 참고한 요지 야마모토, ‘옷장’에서 영감을 받은 빅토리아 베컴까지. 파리 패션 위크 4일 차, 오늘의 쇼를 소개합니다.
로에베(@loewe)
조나단 앤더슨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은 회화부터 조각, 사진까지 각종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마크 제이콥스 못지않은 예술품 수집가인 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미국 출신의 회화 작가, 앨버트 요크(Albert York)에게로 향했습니다. 로에베 2024 F/W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드레스에도 그의 작품이 그려져 있었죠. 발걸음마다 찰랑이는 드레스는 우아한 무드를 자아냈습니다. 이어 등장한 테일 코트는 앨버트 요크 특유의 고전적이고 따뜻한 화풍과 완전히 어우러졌고요.
앨버트 요크는 평생 은둔하며, 꽃이나 나무 등 일상적인 풍경을 그린 화가인데요. 조나단 앤더슨은 대표적인 ‘사교계 명사’ 재클린 케네디가 그의 그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딘가 모를 위화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앨버트 요크와 재클린 케네디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죠. 그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아웃사이더의 심정으로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절묘한 믹스 매치 역시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워드였습니다. 워싱을 거친 빈티지 무드의 와이드 팬츠는 칼라가 달린 베스트에 매치했고, 밀리터리풍의 카고 팬츠는 멀끔한 블레이저와 짝을 지었죠.
요지 야마모토(@yohjiyamamotoofficial)
지난 10월 80번째 생일을 맞이한 요지 야마모토. 해체주의의 달인, 최후의 안티 패션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거장이 고요 속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단지 배경음악이 없었기 때문은 아닙니다(요지의 연인이었던 레이 가와쿠보 역시 종종 완벽한 무음 상태에서 쇼를 선보이곤 하죠). 요지 야마모토의 2024 F/W 컬렉션 현장에는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셀럽도, 눈이 부실 정도의 플래시 세례도 없었습니다. 프런트 로에는 닉 케이브의 밴드 멤버로 지난 1월 요지 야마모토의 남성복 컬렉션에 모델로 등장한 워렌 엘리스(Warren Ellis), 피카소의 손녀 다이애나, 스티븐 존스 등 ‘아는 사람만 아는’ 인물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중반부까지 등장한 룩은 대부분 블랙과 화이트였습니다. 패브릭이 덕지덕지 붙어,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는 코트가 연달아 등장했죠. 쇼 중반부를 장식한 다양한 체크 패턴 룩, 마지막에 연달아 등장한 그레이 수트 룩에도 입체적인 디테일이 돋보였고요. 각각의 룩이 하나의 입체주의 조각상을 연상시켰습니다. 대표적인 입체파 화가 피카소는 “모든 창조는 파괴로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요. 수십 년째 의복을 해체한 뒤 재구성하는 요지 야마모토가 입체주의에 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빅토리아 베컴(@victoriabeckham)
2024 F/W 컬렉션을 준비하는 동안 빅토리아 베컴 스튜디오에서는 ‘옷장’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갔습니다. 이런 논의는 대부분 ‘따분한 컬렉션’이라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웨어러블’이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한 탓에, 위트도 포인트도 없는 컬렉션이 탄생하고 말거든요. 2023 S/S 컬렉션 이후 꾸준히 파리에서 훌륭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빅토리아 베컴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옷장의 사각형과 옷걸이에 걸린 옷의 형태를 보며 영감을 받았죠.
옷장 속 옷걸이 역할을 한 것은 모델들의 목이었습니다. 입는 것이 아니라 목에 거는 형태의 재킷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죠. 덕분에 앞에서 보면 클래식하지만, 뒤에서 보면 섹시한 무드를 자아내는 독특한 디자인의 블레이저가 탄생했습니다. 거의 모든 룩의 앞뒤가 달랐던 프라다의 2024 F/W 컬렉션이 떠올랐죠. 이어 등장한 드레스는 옷걸이의 모양을 닮아 있었고, 쇼 후반부에는 옷걸이를 마구잡이로 꺾어놓은 듯한 메탈릭 장식을 찾아볼 수 있었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이템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빅토리아 베컴의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2024 F/W PARIS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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