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시크와 함께 돌아올 웨지 힐?
끌로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셰미나 카말리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의 부활이죠.
그녀의 데뷔 컬렉션에서도 페미닌한 러플 장식을 더한 블라우스와 드레스, 그리고 벨 보텀처럼 보헤미안 시크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자유분방하고 따뜻한 스타일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묻어났죠. 그런데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아찔한 높이와 두꺼운 굽을 자랑하는 웨지 힐이 바로 주인공.
쇼에 참석한 믹 재거의 딸 조지아 메이 재거, 칼 라거펠트의 뮤즈 팻 클리브랜드는 물론 ‘보헤미안 시크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시에나 밀러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슈즈를 신고 있었습니다. 하우스의 위트 넘치는 마케팅 전략이자 웨지 힐 부활이라는 굳은 의지가 전해지는 순간이었죠.
각자의 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웨지 힐을 꼭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로 연출할 필요는 없다는 듯 제각기 다른 무드의 스타일링을 선보였거든요. 록 스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조지아 메이 재거는 레더 재킷을 활용해 반항기 넘치는 룩을 완성했습니다. 팻 클리브랜드는 ‘원조 끌로에 걸’다웠고, 시에나 밀러는 레이스 스커트를 매치하며 페미닌 무드를 연출했죠.
물론 프런트 로에서만 웨지 힐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런웨이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통굽 슈즈가 등장했죠. 지극히 현실적인 스타일링 덕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히피들이 입었을 법한 데님에 화이트 블라우스를 매치하거나, 버클을 활용해 차분한 무드를 더했거든요.
셰미나 카말리는 <보그> 인터뷰에서 가벼움과 움직임을 강조했습니다. 불편한 옷은 만들지 않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웨지 힐의 낮은 굽에서 읽을 수 있었죠. 아이템을 상징하는 디테일을 포기하는 대신, 동그란 모양을 살려 앙증맞은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군데군데 박힌 금빛 스터드는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고요. 클로그를 연상시키는, 낮은 웨지 슈즈를 신은 모델들의 발걸음은 한층 경쾌해 보였습니다.
- 사진
- GoRunway, Getty Image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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