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는 재미를 되찾게 해줄 벌룬 팬츠
벌룬 팬츠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와이드 팬츠입니다. 이름부터 벙벙하다 못해 곡선을 띠는, 풍선 모양의 실루엣에서 따온 것이니까요. 알라이아의 2023 F/W 컬렉션 이후 잠시 잊고 있던 벌룬 팬츠가 돌아왔습니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존 이미지를 벗고, 훨씬 캐주얼한 매력을 뽐내면서요.
앨버트 요크의 그림에서 영감받아 완성된 로에베의 2024 F/W 컬렉션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화폭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아름다운 드레스에는 계급에 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숨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거대한 주머니를 더해 완성한, 독특한 실루엣의 팬츠였습니다.
그간 벌룬 팬츠를 따라다닌 수식어는 ‘아방가르드’였습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실루엣 탓에, 도전 정신이 넘치는 극소수만을 위한 아이템으로 남아 있었죠.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나단 앤더슨의 묘책은 바로 워싱이었습니다. 강렬한 빈티지 워싱 덕에 한층 캐주얼한 무드가 느껴졌거든요. 블루와 버건디처럼 범용성 좋은 컬러를 활용한 점도 도전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벌룬 팬츠는 조금 더 정석에 가까웠습니다. 로에베의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디테일의 블레이저는 물론이고, 고전적인 테일 코트까지 매치한 룩은 꾸뛰르를 연상시켰습니다. 전체적인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 것은 슈즈입니다. 크로커다일 프린트 부츠를 매치해 보다 차분한 매력을 더했죠.
쇼 후반부에는 카고 포켓과 컬러는 물론 지퍼 디테일까지, 영락없는 밀리터리풍 벌룬 팬츠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위 룩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스타일링인데요. 팬츠와 완전히 상반되는 무드의 블레이저와 수트 베스트를 매치했습니다. 앨버트 요크의 그림이 그려진 플로럴 부츠 역시 룩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었고요. 벌룬 팬츠에 한계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전통 의복을 영감으로 삼는 헤드 메이너 역시 벌룬 팬츠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보다 일상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고요. 최근 발표한 2024 F/W 컬렉션 룩북에는 셔츠와 타이, 그리고 패딩까지 매치한 벌룬 팬츠 룩이 등장했습니다. 로에베와 달리, 캐주얼한 스니커즈를 신은 점도 눈에 띄었고요.
벌룬 팬츠로 스포티한 룩을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나일론 소재를 활용하면 됩니다. 옆면의 곡선이 돋보이는 헤드 메이너의 울트라 와이드 조거 팬츠처럼 말이죠! 와이드 팬츠가 슬슬 질려가던 참이라면, 다재다능한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는 벌룬 팬츠와 함께 ‘옷 입는 재미’를 다시 찾아봐도 좋겠습니다.
- 사진
-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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