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연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 전시의 작가
〈보그 코리아〉는 1996년 창간 이래 동시대 여성을 지지하고 찬양하며 그들과 함께 걸어왔다.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VOGUE LEADERS: 2024 WOMAN NOW)’라는 행사를 개최하며 그 역사를 이어간다. 2024년 그 첫 번째 주제는 ‘WOMAN NOW’로, 전통적인 한옥에서 우리가 신뢰하는 여성들이 연사로 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조각, 회화, 사진, 설치미술, 가구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참여한다. 이들이 만든 작품, 작가들의 삶에 동지애를 느끼고, 삶의 방향성에 힌트를 얻길 꿈꾼다. 전시작 중 일부만 지면에 담았다. 전시 기획자인 독립 큐레이터 전수연과 참여 작가 윤석남, 차승언, 표영실, 정희승, 황수연, 한상아, 소목장세미, 전현선, 구정아가 〈보그〉 페이지를 빌려 연대의 말을 건넨다.
황수연(1981) 작가는 물질에 몸을 입힌다. 가변적인 시간에 존재하는 연약한 물질인 종이 몸은 이상한 모양과 낯선 모습으로 등장하고 퇴장하는 해학의 순간을 담는다. 그의 작품은 언뜻 단단하고 견고한 대리석 혹은 금속 조각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각의 표면은 얇은 종이로 이루어져 있다. 전통적인 조각 재료의 무늬와 부피를 가진 반면 실제로는 종이로 인한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로 직립하는 조각들은 인간의 얼굴처럼 관람자를 바라본다.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두산갤러리(뉴욕, 서울),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북서울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시 참여 계기
작품을 통해 여성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 조각 작품이 지닌 강함과 약함 사이, 긍정과 부정 사이,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 등 경계에 있는 개념이 여성을 지지하는 가치와 만나는 지점에서 작품으로 기여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 혹은 예술
작은 개인전으로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시간이 유수와 같이 흐른다는 말을 실감한다. 여러 활동을 하면서 미술 시장이 가진 규모나 편견, 제도에 마찰을 느낄 때도 있다. 바뀌지 않는 것들에 매번 부딪히면 혼란스럽고 이 일을 택한 자신을 탓할 때도 있었다. 예술이라도 생존과 관련되면 어느 일 못지않게 매섭다. 그러나 결국은 작업을 하는 나 자신이 즐거웠기에 조금
더 설득하고, 선택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말하듯이 사람이 남는다. 같이 작업 이야기를 하고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이가 서너 명 생겼다.
공감하고 위로받는
대개는 산책을 한다. 멀리 떠나는 것도 귀찮고, 집 앞에 작은 개천과 그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가 있다. 새들도 많이 찾아오고, 물고기와 오리도 산다. 자연적인 풍경은 아니고 인공적으로 꾸민 개천인데, 계절마다 수시로 아기자기하게 모종이나 조명이 바뀐다. 여름엔 간단하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정도의 수영장을 차려주고, 겨울엔 무난하게 생긴 트리가 어느덧 놓여 있다. 걸으며 이 조경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얼마나 부지런히 하는지 상상한다. 아침부터 회의하고 서류를 보내고 예산을 짜고 발주를 넣고 어느 부서는 풀을 뽑든가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든 보고를 하겠지…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무언가를 가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던하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는 것일 수 있다. 거의 매일 산책하려 노력한다.
이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
이번 전시에서는 ‘종이 몸’ ‘종이 얼굴’ 시리즈 중 검은 머리만 모은 것들과 ‘이펙터148’을 전시한다. ‘이펙터148’은 나방을 모티브로 한 형상이다. 나방이라는 아름답지만 유쾌하지 않은 미물의 존재가 연약한 물질을 스킨으로 지니고, 조각이라는 매체가 가진 일반적인 내구성이라는 개념에 반하는 소프트한 폼으로 몸집을 견디고 있는 부분이 전시 맥락에 맞아 선택했다. 148이란 숫자는 조그만 나의 엄마 키에 맞게 정한 조각의 키를 의미한다. 검은 머리들은 휘겸재의 공간에 맞추어 복도 끝에서 둥실 떠 있는 정체 모를 것들을 상상했다. 검은 도형과 표정 사이를 오가는 그림자 같은 부분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기대하는 부분
색다른 것은 <보그>의 스튜디오 촬영 경험이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워낙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나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현장을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면 작품이 어떻게 공간에 존재할지와 개인전이 아니라면 어떤 작가들을 만나게 될지가 기대된다. 그 후에는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전시를 위해 같이 준비했던 기획자와 현장의 다른 분들도 감사하다. 해가 지날수록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서 개인적인 만족은 작업실에서 어느 정도 정리되는 편이고, 전시나 행사에서는 옆에 계시는 작가분들께 작은 인사라도 건네려고 노력한다. 내성적인 편이라 마음을 먹어도 잘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멋진 작가분들과 함께하고 많은 새로운 분들이 방문할 거라 들었다.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소망하는 WOMAN NOW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산책을 매일 하다 보니 바라는 것이 생겼다. 물이 그만 더러워졌으면 좋겠다는 것. 이렇게 도심까지 찾아오는 철새들이 아름답지 않은가. 심지어 건물 숲을 뚫고 작은 개천까지 오는 걸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풍경 그대로, 평화롭게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동시대 여성에게
곧 동시대 여성인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겠다. 나를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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