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F/W 파리 패션 위크 DAY 8
파리 패션 위크의 마지막 날은 샤넬과 미우미우, 그리고 루이 비통이 장식했습니다. 세 하우스 모두 시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보였죠. 누군가는 하우스와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봤고 또 누군가는 삶의 시간을 옷으로 되짚었습니다. 이 모든 순간을 지금의 이야기로 만든 파리 패션 위크 8일 차 쇼를 소개합니다.
샤넬(@chanelofficial)
버지니 비아르는 쇼장을 프랑스 해변 마을, 도빌의 산책로로 꾸몄습니다. 1912년 가브리엘 샤넬이 모자 매장을 처음 오픈한 곳이죠. 뒤이어 첫 의상도 선보였고요. 그러니까 도빌은 하우스의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나 다름없습니다.
이곳의 로맨틱한 풍경을 옮겨온 스크린 앞에서 시작된 쇼는 샤넬이 지나온 시간으로 곱게 반짝였습니다. 현대 여성을 위한 시크한 옷을 만들겠다는, 1920년대 샤넬의 정신과 1970년대 칼 라거펠트의 복고풍 스타일이 뒤섞였죠. 뒤로 젖힌 플로피 모자, 트위드 수트와 니트 셋업, 드레시한 벨트 코트와 매니시한 무드의 팬츠까지. 샤넬 하면 떠오르는 우아하고 당찬 여성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시종일관 일렁이던 (도빌을 닮은) 파스텔 컬러와 휴양지 느낌의 나른한 디테일로 우리 마음을 완전히 녹였고요.
미우미우(@miumiu)
패션이 과거를 소환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궤적 자체를 담아내는 쇼는 드뭅니다. 미우미우의 2024 F/W 컬렉션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모든 시간을 아울렀습니다. 미니 드레스, 투피스, 모피 코트 등 새로운 룩이 등장할 때마다 인생의 한 단계를 지나고 있는 여자가 보였죠.
그 여자가 곧 우리와 다름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건 디테일이었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있었어요. 서툰 조합과 단정한 매무새, 셋업 사이로 튀어나온 셔츠, 턱없이 짧은 소매, 서랍에서 막 꺼내 입은 듯한 실크 드레스의 접힌 자국. 어설프게 단장을 시작하던 시절부터 아직 겪어본 적 없는 미래까지 떠올리게 만들었죠. 결정적으로, 어떤 시기에 입든 아름다울 옷들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마다 열다섯 살 소녀가 될지, 죽음을 앞둔 숙녀가 될지 결정합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쇼였죠.
루이 비통(@louisvuitton)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탈이 잦은 요즘 패션계를 생각해보면 더욱 뜻깊죠. 2024 F/W 컬렉션에서는 그 10년의 시간을 돌아봤습니다.
메탈릭 실로 수놓은 자수와 카보숑 컷 스톤으로 장식한 재킷은 2018년 S/S 컬렉션의 프록코트를, 무릎 아래까지 부풀어 오른 반짝이는 스커트는 2020 F/W 컬렉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화려하게 휘날리는 드레스의 비대칭 밑단에서는 2017 리조트 컬렉션에서 선보인 스쿠버 수트 드레스가 겹쳐 보였고요. 하지만 과거에 머무르진 않았습니다. 트렁크를 프린트한 미니 드레스, 기능성을 강조한 트랙 수트는 이번 컬렉션의 좋은 나침반이 되어주었죠. 2014년 3월, 제스키에르는 자신의 첫 번째 루이 비통 쇼에서 모든 게스트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쁨에 대한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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