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레오파드 프린트와 친해질 시간
레오파드 프린트가 처음 런웨이에 등장한 것은 1947년입니다. 크리스찬 디올이 친구이자 뮤즈였던 미차 브리카르(Mitzah Bricard)의 스타일에서 영감받아, 레오파드 프린트 드레스를 선보인 것이 시작이었죠. 이후 디올 하우스의 수장이었던 마르크 보앙과 존 갈리아노는 물론,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까지 수많은 디자이너가 이 패턴에 매료되었죠. 위대한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고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레오파드 패턴에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마냥 못 본 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몹 와이프 트렌드의 인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갓 막을 내린 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수많은 모피 아이템이 등장했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디자이너들은 한층 현실적인 방식으로 레오파드 패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데일리 룩에도 은근슬쩍 녹여낼 수 있을 만큼 말이죠.
이자벨 마랑의 2024 F/W 컬렉션부터 볼까요? ‘조용한 럭셔리’에 반하는, ‘요란스러운 럭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이자벨 마랑의 말처럼 거의 모든 룩에 애니멀 프린트가 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레오파드 타이츠를 활용한 룩이었는데요. 비슷한 컬러와 톤의 드레스를 매치해, 타이츠의 강렬한 존재감을 중화했습니다. 아직 레오파드 패턴이 익숙지 않은 이들조차 부담 없이 도전해볼 법한 스타일링이었죠. 봄만 되면 생각나는 데님 스커트에 신기에도 좋아 보였습니다.
레오파드 패턴은 웨스턴 스타일과도 의외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스웨이드 재킷은 물론 스커트와 부츠까지, 프린지가 달린 아이템이라면 뭐든 어울리죠. 때마침 퍼렐 윌리엄스부터 벨라 하디드까지,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이 일제히 웨스턴 룩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세요. 레오파드 패턴 타이츠와 스카프의 주가는 오를 일만 남았습니다.
짐머만 역시 레오파드 패턴 액세서리에 주목했습니다. 웨스턴 무드를 표방했던 이자벨 마랑과 달리, 짐머만의 룩은 보헤미안 시크에 가까웠지만요. 데님 셔츠에 캐주얼한 체크 코트를 매치하고, 포인트를 주기 위해 레오파드 패턴 스카프를 두른 룩은 따라 하기도 좋아 보였습니다.
액세서리 말고도 선택지는 다양합니다. 보다 과감한 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레오파드 패턴 톱을 활용해보세요. 가장 추천하는 것은 봄에 잘 어울리는, 하늘하늘한 소재의 블라우스. 짝으로는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데님이 적당하겠고요. 때마침 끌로에의 2024 F/W 컬렉션과 함께 보헤미안 시크가 돌아올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더 시기적절한 스타일링입니다.
최근 애니멀 패턴 부츠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죠. 1967년, 하우스가 선보인 최초의 기성복 컬렉션이었던 ‘미스 디올’로부터 영감받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역시 레오파드 패턴 부츠를 선보였습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역시 스타일링. 깔끔한 베이지 트렌치 코트를 활용해 군더더기 없는 룩을 완성했습니다. 이너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적당히 쿨한 무드를 자아내기도 했고요. 레오파드 패턴 부츠를 활용한 ‘몹 와이프’ 스타일링이 어딘가 과하게 느껴졌다면, 이를 클래식한 아이템과 매치해보세요. 화려한 부츠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디테일을 덜어내는 겁니다.
물론 패턴을 전면에 내세우는 스타일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월터 치아포니의 블루마린 데뷔 컬렉션에서도 Y2K풍 레오파드 패턴 코트가 등장했죠. 레이스 디테일의 언더웨어를 매치한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액세서리를 활용하며 레오파드 패턴과 친해진 뒤, 톱이나 코트에 도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 사진
-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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