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드리스 반 노튼의 베스트 런웨이 모먼트 8
어젯밤 드리스 반 노튼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그가 오는 6월 2025 S/S 남성복 컬렉션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그는 38년간 일해온 패션계를 떠나는 것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전설적인 앤트워프 식스의 일원이자(이제 앤트워프 식스 중 현역은 월터 반 베이렌동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색채와 패턴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커리어를 빛낸 컬렉션 8개를 꼽았습니다.
1996 S/S 컬렉션
일반인 모델을 런웨이에 세웠던 마르탱 마르지엘라처럼,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들은 늘 포용적인 캐스팅을 선보였습니다. 드리스 반 노튼 또한 예외는 아니었죠. 그의 1996 S/S 컬렉션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체형의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브랜드의 소비자를 ‘키가 크고 마른 여성’에 국한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미국인 모델의 에너지를 칭찬하며 “어떤 전문 모델도 그녀처럼 내 드레스를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2003 F/W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 2003 F/W 컬렉션의 베뉴는 수천 개의 컬러 전등으로 밝게 빛났습니다. 쇼를 마친 그는 <보그> 인터뷰에서 “아름다우면서도 동화 같은 컬렉션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요. 기모노를 연상케 하는 재킷과 동양풍 프린트는 모두를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2005 S/S 컬렉션
2005 S/S 시즌은 드리스 반 노튼의 50번째 컬렉션이기도 했습니다. 기념비적인 순간을 자축하기 위해 그는 수백 명의 바이어와 에디터를 파리 외곽의 한 공장으로 초대했죠. 5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한 식사가 끝나자, 기다란 연회석은 곧 런웨이로 변했습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쇼에 참석한 모두에게 자신의 사인이 담긴 컬렉션 북을 선물했죠.
2015 S/S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은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의 대표작 ‘오필리아’에서 영감을 받아 2015 S/S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티스트 알렉산드라 케아요글로우(Alexandra Kehayoglou)와 협업해 베뉴를 완성했는데요. 쇼가 끝난 뒤, 이끼가 깔린 바닥에 눕거나 앉은 모델들은 더없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2016 S/S 남성복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은 2016 S/S 남성복 컬렉션을 대중문화의 아이콘에게 바쳤습니다. 블레이저와 셔츠에는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고, 니트 톱에서는 앤디 워홀의 작품 ‘랍스터’를 찾아볼 수 있었죠. 드리스는 할리우드의 명암에서 영감을 받아 모든 룩을 차분한 컬러로 선보였다고 밝혔습니다.
2016 F/W 컬렉션
2016 F/W 컬렉션의 주된 영감은 루이사 카사티(Luisa Casati)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Gabriele D’Annunzio)의 관계였습니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가브리엘레는 이탈리아 사교계의 명사 루이사를 오랫동안 흠모했는데요. 드리스 반 노튼은 화려하면서도 독특했던 루이사 카사티의 스타일을 런웨이에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2017 S/S 남성복 컬렉션
2017 S/S 남성복 컬렉션에 참석한 이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수천 개의 조명으로 빼곡한 벽면이었습니다. 피날레가 시작되는 순간,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지며 모두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이날 가장 밝게 빛난 것은 다름 아닌 화이트와 베이지, 카무플라주 패턴으로 가득한 컬렉션 룩이었습니다.
2017 F/W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의 100번째 컬렉션. 50번째 컬렉션을 선보이며 성대한 연회를 연 것에 비해 100번째 컬렉션은 소박하고 조용했습니다. 30년 동안 묵묵히 쌓아 올린, 어느새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화려한 패턴과 낯선 컬러 조합만 반복적으로 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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