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두피 관리를 도와줄 헤드 스파 6
인체의 최상부에 위치하며 머리를 덮고 있는 제2의 피부. 안티에이징의 시초이자 근본인 두피 관리의 효율을 높여줄 헤드 스파 6.
STRESS-FREE
“두피는 특별한 트러블 없이 깨끗한 편이에요. 붉은 기나 염증도 없고, 모발의 밀도도 높은 편이고요.” 직업상 1년에 1~2회 정도 두피 진단을 받곤 했지만, 다행히도 늘 이런 진단을 받아왔기에 나름 ‘두피 부심’이 있는 저였습니다(오해는 마시길, 얼굴은 세상 예민한 트러블성 피부니까요). 피부과, 에스테틱, 스파 등을 고루고루 등록해놓고 그때그때 맞춤으로 내 몸을 관리해왔지만, 저런 피드백을 받으니 헤드 스파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죠. 그저 생각날 때마다 두피 세럼을 발라주고, 모발에는 마스크를 해주는 등 홈 케어로 충분하다고 자만한 거죠.
좋은 기회로 한남동에 위치한 조지앙 로르(Josiane Laure) 플래그십 스파 한남에서 두피 관리를 받게 되어 기뻤지만, 한편으론 ‘특별한 트러블은 없을 테니 관리 차원에서 받아보자’는 마음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문진표와 함께 진행된 두피 진단은 대반전. 마이크로 카메라에 잡힌 제 두피는 온통 빨갛다 못해 부분적으로는 혈관이 비칠 정도였고, 앞쪽 두피는 단단하게 굳어 있고, 뒤쪽은 오히려 말랑해진, 최악의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모발은 다행히 탈모까지는 아니지만, 매우 건조한 상태로 탈모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전 아연실색한 채로 안내받은 스파 룸으로 향했죠.
테라피스트는 제게 모두 탈의하라고 안내했어요(‘헤드’ 스파인데 굳이? 그 이유는 곧 알게 됩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룸. 일단 누웠습니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스트레스 릴리프’를 추천받았어요. 릴랙싱을 돕는 아로마 향으로 웰컴 리추얼을 한 뒤, 두피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림포-에네르제띠끄로 시작. 쉽게 말해 손끝으로 두피 근막을 계속 비비고 튕기는 과정입니다. 좀 아프긴 했지만 잔뜩 뭉치고 굳어 있던 두피뿐 아니라 혼탁한 머릿속마저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두피 에센스와 영양 마스크, 미스트 등을 차례로 흡수시켜줍니다. 바로 이때 ‘완전 탈의’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각 제품이 잘 흡수되도록 방치하는 동안, 목과 데콜테, 핸드 마사지가 단계별로 들어가기 때문이죠. 효율을 중시하는 ‘파워 J’형으로서 마사지하는 70분 동안 단 1분도 허투루 두지 않는 쫀쫀한 프로그램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누워서 편안하게 숙면을 청할 수 있다는 점. 이동식 샴푸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폭신한 마사지 베드에 누워 트리트먼트부터 마사지, 샴푸, 클렌징까지 모두 가능했거든요. 본능적으로 이게 ‘마무리 헹굼’ 과정임을 깨닫는 순간 어찌나 아쉽던지요.
최근 이어진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이 70분의 호사가 더 가치 있게 느껴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룸에서 셀프로 머리를 말리는데, 바로 효과가 느껴지더군요. 개운한 두피, 한 올 한 올 강인해진 모발의 텍스처, 한층 환해진 안색까지요. 두피와 모발 안티에이징 케어, 불혹이라는 나이가 저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숙제군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관리에 매진할 시간! 김미구 ‘0 to 9’ 뷰티 디렉터
RELAX YOUR MIND
헤드 스파 예약 전날까지, 열흘간 파리 컬렉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머무는 내내 비가 내린 파리. 바쁜 와중에 틈틈이 찍은 사진을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자, 돌아온 대답은 나의 안녕을 묻는 것이 아니라 “너의 곱슬머리가 그곳 날씨와 만나 정말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헤드 스파 취재 타이밍은 정말 기가 막혔죠. 파리 출장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밀린 업무로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가 오고 밀리는 퇴근 시간!
꼬불꼬불한 유엔빌리지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니, 어느 웅장한 건물 앞에 다다랐습니다. 리버힐스파(River Hill Spa) 웰니스센터의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앞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보였고, 여기까지는 여느 마사지 숍과 다를 것 없었죠.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며, 헤어 상태뿐 아니라 전반적인 내 몸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질문 덕분에 잠시나마 현재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뒤이어 마사지 강도에 대해 묻는 질문, 향을 고르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를 지닌 저는 라벤더 향을 중력에 이끌리듯 선택했고요.
문진표를 작성하고, 2층 4호 룸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피부나 보디 마사지는 종종 받아왔지만 헤드 마사지는 처음이라, 어디까지 마사지가 적용되는지 가장 궁금했죠. 결론은 상체의 간단한 마사지가 함께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베드에 누워 먼저 목과 어깨, 등 쪽으로 이어지는 마사지. 특히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압이 주는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마사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 쪽이 가장 먼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죠. 자연스럽게 목과 어깨, 등이 마무리되면서 가장 마지막으로 머리 쪽의 마사지가 이어졌습니다. 스파 뷰티 브랜드 페보니아의 꾸덕꾸덕한 팩을 머리에 꼼꼼히 바른 뒤 적당한 강도로 지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용실에서 헤어 팩을 하고 받는 간단한 마사지가 경험의 전부였기에, 헤드 마사지의 정석이 무엇인지 경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심 걱정이 없어지는 평온한 시간. 피부나 보디 마사지보다 정신적으로 더 맑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적당한 압의 마사지를 받고 머리에 랩 같은 무언가를 두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편안함이 도를 지나쳐 그만 잠들고 말았기 때문이죠.
30분쯤 흘렀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잠이 깼고, 머리에 두른 랩을 제거한 뒤 샤워실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끈적한 것을 제거하고 머리를 말리는 순간, 바로 ‘다름’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헤드 스파 1회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여기진 않았기에 그 변화에 더욱 놀랐습니다. 열흘 내내 파리에서 종이 같은 머릿결을 만졌으니, 그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부들부들한 머릿결을 장착한 뒤, 포근한 가운을 입고 한강의 야경이 펼쳐지는 5층 라운지로 올라갔습니다. 끝이 아니었던 거죠. 따뜻한 차와 과일을 먹으며, 등받이를 세울 수 있는 침대에 반쯤 누워 야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죠. 머릿속의 어지러운 것들을 뒤로한 뒤 자막이 없는 무성영화를 감상하듯 30분 남짓 그곳에서 머리를 비우고 나왔습니다. 이번 체험으로 ‘얼마나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았느냐?’라는 질문보다는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이번 체험에 대한 나의 질문이고, 대답으로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머리에 수분을 채우는 일 외에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야 젠데이아가 왜 한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헤드 스파로 마무리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녀는 역시 뭘 좀 아는군요. 편안함에 이르렀을 테고요. 김신 <W> 패션 디렉터
SIMPLE BUT EFFECTIVE
블랙핑크와 문가영, 르세라핌이 드나든다는 뷰티 살롱 우선(Woosun)은 흔히 생각하는 럭셔리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내부 벽은 거친 시멘트 표면과 쌓다가 만 벽돌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알록달록한 잡지가 여기저기 제멋대로 쌓여 있었죠.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을 때, 대기 공간의 소파에는 잔뜩 힙하게 꾸민 20대 남녀가 특유의 불만에 찬 표정으로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이 그런지한 분위기가 어색하면서도 낯익은 이유는 1990~2000년대 트렌디한 클럽이나 대학가 부티크가 바로 이랬기 때문이죠. 혹시, 이 어린 반항아들도 인테리어의 일부인 걸까요?
“두피 디톡스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클렌징 오일로 메이크업을 지우는 것처럼, 오일로 두피와 헤어의 노폐물을 불리는 과정이에요.” 아이돌의 머리카락을 쉴 새 없이 염색하느라 더러워진 흰 가운 차림의 스태프가 2층 자리로 안내했고 곧바로 헤드 스파가 시작됐습니다. 오늘 제가 받을 헤어케어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나 소개 따윈 필요 없습니다.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필립비’ 제품을 사용하는 헤드 스파를 받으러 왔고 여기는 서울에서 가장 시크한 헤어 살롱이니까요. 명심하세요, 젠지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허례허식을 허용하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웬걸. 세심하게 머리칼을 다루는 스태프의 목소리와 말투는 이 시간을 마음 편히 즐기기에 충분할 정도로 달콤하고 친절하더군요. 각 과정에 대한 설명 또한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패들 헤어브러시로 머리를 빗은 다음 필립비의 ‘리쥬브네이팅 오일’을 가르마 부분에 충분히 부어 머리칼을 모두 오일로 적십니다. 오일로 묵직하게 머리를 감싸는 과정은 과거 축복의 의미로 머리에 기름을 부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차분한 기분이 들게 하더군요. 이 제품은 머리칼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도 합니다. “머리끝이 많이 상해서, 오일이 헤어에 흡수되도록 모발 아랫부분 위주로 열을 가하겠습니다.” 오일로 머리를 감은 것처럼 두피와 모발 전체가 완전히 오일로 젖자 스태프는 헤어드라이어를 꺼내 듭니다. “모발이 많이 상한 경우엔 이 과정에서 오일을 완전히 다 흡수해버리기도 해요.” 실제로 드라이 히팅이 끝났을 때 축축한 느낌이 상당히 줄어든 걸 알 수 있었죠. “1차 세정은 자리에 앉은 채 진행할 거예요. 지금 사용할 ‘페퍼민트 아보카도 샴푸’는 두피 전용 삼푸입니다. 두피 마사지를 하면서 모근에 쌓인 잔여물과 피지 등을 자극 없이 깨끗하게 씻어내는 과정이죠.”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는다고 해서 거품이나 물이 흐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요. 스태프는 천천히 조심스러운 손길로 두피를 꾹꾹 누르고 문질렀습니다. 마사지를 할수록 페퍼민트 오일 성분의 시원한 느낌이 두피에 퍼져나가더군요. 탈모 예방 기능까지 갖춘 샴푸 특유의 시원한 쿨링 효과는 언제나 옳죠. 대부분의 탈모 샴푸는 모발까지 뽀득하게 씻어내 샴푸 후 모발이 뻣뻣한 경우가 많지만 이 제품은 아보카도 성분이 모발을 부드럽게 해 사용 후에도 특유의 뻣뻣함이 없는 게 장점. 하지만 1차 세정은 애벌 샴푸 혹은 프리 클렌징 개념으로 두피 세정이 목적이기에 모발까지 깨끗이 씻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모발 세정과 영양 공급은 2차 세정에서 이뤄지니까요.
이어진 2차 세정에서 우리에게는 세 가지 선택 사항이 있습니다. “건조한 모발은 ‘포에버 샤인’, 숱이 적고 볼륨감이 필요한 모발은 ‘웨이트리스 볼류마이징’, 고영양 관리가 필요한 모발은 ‘러시안 앰버 임페리얼’ 샴푸를 권장해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에베 샤인 샴푸와 컨디셔너로 머리를 감는 동안 진한 우드 향이 잔잔하게 퍼졌죠. 스태프는 물기를 짜낸 젖은 모발에 디탱글링 토닝 미스트 위드 벨벳 오우드를 골고루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강렬하고 진한 향이 매력적인 이 미스트는 세정 과정에서 무너진 모발의 pH를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정상 모발은 약산성이지만 수돗물은 알칼리성이죠. 그래서 약산성 샴푸를 사용하더라도 씻어내는 과정에서 모발은 알칼리성을 띠게 됩니다. 알칼리성을 띤 모발은 단백질 구조가 느슨해져 큐티클이 열리고, 애써 공급한 영양분과 수분이 도로 빠져나갈 뿐 아니라 머리카락 표면까지 거칠어져 엉키기 십상인데요. “한번 만져보시겠어요?” 이 제품을 충분히 뿌려 pH를 맞추고 큐티클을 닫으면 머리카락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걸 느낄 수 있죠.
마지막 과정은 머리를 말리기 전과 후에 웨이트리스 컨디셔닝 워터를 분무하는 것. 스태프는 타월 드라이한 모발에 한 번,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다음에 한 번 더 정성껏 컨디셔닝 워터를 뿌렸습니다. 보통 헤어케어 마지막 단계에 에센스를 바르는 것처럼 사용하면 되는데, 이 제품은 이름처럼 가볍기 때문에 수시로 사용해서 하루 종일 윤기 나고 매끄러운 모발을 유지할 수 있죠. 헤드 스파가 다 끝난 후 우선의 김선우 원장이 자연스러운 컬을 만들어주며 말했습니다. “건강해지는 느낌이죠? 속부터 채워지는 느낌!” 기존 헤드 스파가 피부과 시술에 버금가는 집중 케어의 폭격으로 두피 관리란 이토록 어렵고 복잡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면, 이 코스는 1시간 내로 가장 기본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두피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지나친 유분기를 기피한다면, 그리고 모발의 볼륨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이 코스를 선호할 거예요. 요즘엔 지나치게 강하거나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에 오히려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자연스럽고 근본적인 관리라고 할 수 있죠.”
사실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두피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모근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머릿결이 소름 돋게 찰랑거리지도 않았죠. 하지만 두피가 한결 산뜻하고 가벼워진 느낌이었고 머릿결 역시 관리를 받기 전보다 차분하고 윤기가 돌았습니다. 모발이 쉽게 건조해지는 탓에 주위에서 헤어 클리닉을 권하곤 하지만, 항상 일회성 클리닉보다는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홈 케어 헤어 제품을 택하곤 했어요. 즉각적인 효과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빛 반사 때문에 눈이 부시던 머릿결이 어느 날 아침 다시 지푸라기가 돼버린 걸 목격하게 되면 눈앞에서 호박 마차가 사라지고 아름다운 드레스도 다시 허름한 옷이 돼버린 신데렐라 못지않게 비참해진 기분이 듭니다. 김선우 원장이 슬쩍 웃으며 말했습니다. “리프팅 레이저가 효과는 좋지만, 그렇다고 매일 받으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피부든 머릿결이든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건강함은 기본에 충실한, 꾸준한 관리 없이는 누릴 수 없는 법. 우선에서 경험한 필립비의 헤드 스파는 가장 단순하고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은 진리를 일깨웠습니다. 송보라 <보그> 컨트리뷰팅 에디터
HOLISTIC APPROACH
고백하건대 헤드 스파는 사치라고 여겼습니다. 저에게 스파란 곧 보디 마사지뿐이었어요. 딱딱하게 뭉친 몸을 풀어내는 게 급선무였죠. 욕심 좀 낸다면 페이셜 스파였고요. 과격하게 말해 기껏해야 머리만 누르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까 싶었습니다. 탈모를 비롯한 헤어 고민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지만 풍성한 숱과 억센 머릿결을 지닌 제가 솔깃할 포인트는 아니었죠.
리트릿 시그니엘(Retreat Signiel) 스파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이유입니다. 두피 케어뿐 아니라 내면의 스트레스까지 해소하는 ‘홀리스틱 케어(Holistic Care)’를 지향하는 곳이라니, 헤드 스파에 정통하진 못했지만 스트레스라면 자신 있었습니다. 의심은 조금씩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시그니엘 서울 86층에 자리한 이곳에 가는 길부터였죠. 거대한 탑 위에 숨겨진 공간을 찾아가는 듯했거든요.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단독주택을 개조하거나 호텔 지하에 위치한 여타 스파에 갈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드라마틱한 층수에 비해 호젓한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도 한몫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융숭한 환대는 제 어깨를 괜히 으쓱하게 했죠. 트리트먼트 룸을 열자마자 큼직한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이 반전처럼 저를 맞이했습니다. 장난감처럼 작아진 도시 풍경을 감상하며 가운으로 갈아입었죠.
프로그램은 아로마 오일과 함께 두피 유형에 맞는 케어를 제공하는 ‘르노벨 스컬프 트리트먼트 II’였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오일은 임산부나 영유아도 사용 가능한 스위스 아로마 브랜드, ‘르노벨’의 제품이죠. 룸은 블라인드와 어둑한 조명으로 다시 아늑해졌고, 테라피스트는 따뜻한 베드에 누운 제 머리를 곱게 빗어 책장처럼 하나하나 넘겨보기 시작했어요. 60분에 걸쳐 진행될 테라피에 앞서 두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빗질의 나른함과 왠지 모를 긴장감이 뒤얽히더군요. 증상은 두피 측두와 후두부에 열감과 붉음증이었어요. 전형적인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습니다. 목과 어깨는 미디어 증후군으로 경직된 상태였고요. 두피가 신경계, 순환계와 깊이 얽힌 부위라는 건 귀동냥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뚜렷한 증상이 머리카락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의심이 민망할 정도로 헤드 스파의 매력에 홀랑 넘어가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물과 영양제도 비옥한 토양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각종 뷰티 프로그램이 물과 영양제라면 리트릿 시그니엘 스파는 그 토양을 가꾸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증상뿐 아니라 더 근원적인 스트레스도 보살펴주었거든요. 아주 감각적으로요. 우선 코끝으로 데아롬 슈프렘 블루의 향을 호흡하며 몸의 긴장을 내려놓았어요. 이어진 릴랙싱 단계에서는 각각 붉음증과 열감 완화에 도움이 되는 데아롬 슈프렘 블루와 데아롬 슈프렘 로즈를 사용했습니다. 테라피스트는 두 가지 오일을 두피에 구석구석 꼼꼼히 바른 뒤 마사지를 시작했죠. 물과 샴푸가 아닌 아로마 오일로 온 머리를 적신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마 위에서 풍겨오는 진정의 냄새, 두피의 촉촉한 촉감, 한 번도 의식한 적 없는 곳을 일깨우는 꼿꼿한 손길,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홀리스틱 케어’의 신성함은 뒤이은 스케일링 단계에서 느꼈어요. 젤 메어 미네랄, 아쿠아롬 그레이 플라워, 아쿠아롬 바이올렛 플라워 오일을 사용했는데요. 릴랙싱 단계에서의 느긋함은 곧 상쾌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야무진 손길은 뇌에 치석처럼 끼어 있던 고민까지 씻어내는 듯했죠. 휠레 엑설렁스 오일로 곁들인 목, 어깨 마사지는 수능 족보처럼 핵심만 콕콕 짚어냈고요. 정신 차려보니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었습니다. 따뜻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진행된 샴푸는 테라피만큼 만족스러웠어요. 물 온도가 괜찮으냐는 질문에 한껏 아련해진 표정으로 ‘무릉도원이에요…’라고 답하고 싶은 산뜻함이었죠.
모든 과정이 끝난 뒤 트리트먼트 룸에서 여유롭게 머리를 말렸어요. 한층 맑아진 거울 속 안색과 아까보다 선명해진 전경을 번갈아 감상하면서요. 머리에 개 한 마리를 얹고 다니는 듯했던 묵직함은 가셨습니다. 무엇보다, 온몸을 내맡겨야 하는 전신 마사지에 비해 부담 없이 개운했죠. 테라피스트가 제공한 감잎차로 남은 여운까지 만끽한 후에야 길을 나섰습니다. 바깥의 찬 공기가 뇌까지 깨끗해진 머리를 통과하자 아차 싶더군요. 이제 헤드 스파가 필요 없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야 내가 외로웠다는 걸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달콤함이었죠. 이소미 <보그> 웹 에디터
GUNS N JOYS
스파라면 뭐든 반갑지만, 번거로운 탈의 과정 없이 머리 부위를 관리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개운한 느낌이 드는, 헤드 스파는 저의 ‘최애’ 선택지죠. 이번 체험은 ‘프헤(Frais)’라는 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메이크업과 헤어 시술과 스타일링이 전문인 공간이지만, 고객의 두피 건강과 헤어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여주기 위해 헤드 스파와 두피 트리트먼트를 동시 진행하죠. 주된 목적은 ‘제대로 된 두피 세정과 영양 공급’. 첫 과정은 ‘뿌염’ 하듯 각질을 불려주는 제품을 꼼꼼하게 두피에 바릅니다. 그런 다음 스팀과 물로 두피를 충분히 불리고, 불어난 각질과 노폐물을 적당한 수압의 워터 건으로 탈락시킨 후 두피와 모발을 위한 팩을 도포하고 헹구면 끝. 그리 복잡하지 않은 과정이지만 최소 1시간이 소요됩니다. 인상 깊었던 점이라면 두피를 불릴 때 사용한 ‘물 폭포’입니다. 이마 위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는 것만으로도 두피가 한결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죠.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이를 사용하는 영상을 몇 번 본 적 있어 익숙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왠지 트렌디해진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후 ‘물총’ 과정도 못지않게 흥미로웠습니다. ‘탕탕탕탕탕’ 두피에 조준하기 수월하게 특수 개발된 워터 건이 시동 거는 소리는 미리 과정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약간의 공포심을 조장했을 수도 있을 듯했어요. 하지만 그 소리와 반대로 ‘물총’의 압은 저에게 귀여운 수준이었습니다. “압은 괜찮으세요?”라는 질문에 “좀 더 세도 괜찮겠는데요?”라고 답했을 정도로요. 이왕 각질을 벗겨내는 거 더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시술 전 김지영 원장의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두피 각질을 과하게 제거하면 오히려 더 많이 생기거나 두피가 예민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순하고 자극 없는 각질 제거제를 사용하고, 물 온도와 압력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편이죠.” 맞아요. 두피도 피부임을 다시 한번 인지했습니다. 과도한 각질 제거는 유·수분 밸런스를 망가뜨려 트러블과 홍조 등을 유발할 수 있는데, 두피도 마찬가지죠. 안락함을 더해줄 칸막이 또는 개인 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에 비해 다소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부분은 아쉬웠지만 관리를 마친 후엔 테크닉에 가산점을 주게 되더군요.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평소 두피를 위한 관리는 소홀한 상태. 딥 클렌징과 충분한 보습이 더해지면 두피뿐 아니라 모발도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보통 두피’인 저에겐 이곳의 관리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숍을 나서면서 머리를 한 번 쓸어내려봤어요. 모발도 한결 촉촉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어? 오늘 머리가 굉장히 예쁜데?”라는 상사의 칭찬도 들었죠. 두피 컨디션이 개선되니 자연스럽게 모근의 볼륨이 살아 헤어스타일이 더 고급스러워 보인 걸까요? 어제는 네 살배기 딸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 예전처럼 긴 머리면 좋겠어.” 머리가 빨리 자라려면 두피가 건강해야 하는 법. 이렇게 헤드 스파를 꾸준히 받을 명분이 생겼습니다. 이정혜 <얼루어> 뷰티 디렉터
THE WATERFALL
사회적으로 자기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피부를 가꿉니다. 마스크 팩으로 안색을 밝히는 것부터 드라이 보디 브러싱으로 셀룰라이트 관리까지, 우리 여자들의 피부는 한층 매끈해지는 중이죠.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자기 관리가 이마에서 끝날 필요가 있을까? 피부 관리뿐 아니라 두피 관리가 이제 셀프케어의 기준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알고 보면 두피 관리는 피부 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피부는 헤어라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만 인지하면 이해가 쉽죠. 얼마 전 이마 보톡스 시술을 위해 찾은 한 피부과 원장의 한마디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이마로 눈을 뜨는 버릇이 있어요. 보다시피 두피 라인 위 근육의 상당수가 주름을 유발하는데, 이때 머리를 마사지해주면 얼굴 전체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죠.”
그 말을 듣자마자 헤드 스파를 받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듄: 파트 2> 홍보를 위해 서울을 찾은 젠데이아가 떠나기 하루 전 한남동에서 헤드 스파를 즐겼다는 정보를 입수했죠. 아이보리 대리석으로 인테리어에 악센트를 준 ‘크리스찬 유앤브이(Christian Unv)’는 중국에서 마사지 테크닉에 정통한 오승현 대표가 지난해 봄 창업한 헤드 스파 전문점이죠. “두피 딥 클렌징과 디톡스, 마사지, 순환 촉진을 위한 관리를 제공하죠. 좋은 땅에서 식물이 잘 자라듯 두피가 건강해야 머리카락도 건강해요.” 담당 테라피스트 보나가 말했죠.
프로그램의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테라피스트가 머리를 빗질하고 두피를 관찰합니다. 막대 끝에 카메라가 달린 두피 진단기를 사용해 두피를 200배 확대해 보여주죠(두피 상태가 별로라면 보기 싫을 수도!). 이 과정을 통해 두피의 변색, 막힌 모낭, 피부 자극 등이 포착됩니다. “특히 관자놀이 근처가 빨갛거나 핑크색이라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의미예요. 염색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자극을 받았거나 머리를 자주 감지 않아 모낭이 막혔는데 모르는 경우도 더러 있죠. 이 상태를 방치해 심각해지면 모발이 얇아질 수 있어요.”
두피 세정에 근막 마사지를 더한 하이브리드형 관리인 ‘릴랙싱 워터 테라피’는 프라이빗한 헤드 스파 룸에서 진행됩니다. 푹신한 인체 공학 스파 베드는 관절과 동일한 10개의 절개선이 특징인 일본 다카라 벨몬트사 제품으로, 등과 허리, 발끝까지 편안하게 지지해주죠. 100% 면 소재 상하의로 환복하고 베드에 누워 있으면 헤드 스파를 받을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그러고 나면 테라피스트가 리듬감 있고 정교한 한국식 샴푸 테크닉으로 두피를 꼼꼼히 씻어내고 근막 이완 마사지를 병행하죠.
SNS 알고리즘을 통해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받는 편안한 두피 마사지나 스팀을 활용한 헤어 마사지 영상을 본 적 있을 겁니다. 사실 이런 디톡스 관리는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노폐물이나 각질 제거에도 탁월하죠. 그래서 ‘헤드 바스 ASMR’은 이번 관리의 백미였습니다(타일라의 ‘워터’ 후렴구가 귓가에 맴도는 순간!). 중간중간 이어지는 핫 스톤 오일 마사지는 잊지 못할 ‘극락 코스’. 식물성 에센셜 오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며 자극을 진정시켜줍니다. 설명만 들어도 나른한 느낌이 든다고요? 장담하건대 이 단계에서 누구나 스르르 잠들 겁니다. 관리는 70분간 진행되며 드라이 서비스로 마무리됩니다. 며칠 뒤, 한 친구가 진지한 얼굴로 헤드 스파를 받아야 할지 묻더군요. “흠, 스파 과정을 눈으로 볼 순 없어.” 극T다운 제 첫마디였어요. “본다고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기분은 끝내줘.” 또 일주일 동안 머리카락이 정말로 찰랑이는 기분이 들었고 보통 머리를 자르면서 받는 두피 마사지를 1분이 아닌 1시간 동안 누리는 최고의 호사라고 덧붙였습니다.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한남동 어디라고?” 참, 휘둘리고 요동치는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경험은 덤이랍니다. 이주현 <보그> 뷰티 디렉터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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