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즈의 산과 우영, “우린 죽을 때까지 친구”
한 번뿐인 무대 위에서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생의 한가운데서도 우린 ‘죽을 때까지 친구’. 코첼라를 지나 새 앨범 〈GOLDEN HOUR : Part.1〉으로 돌아온 에이티즈 산과 우영이 함께한 시간 속에 영원한 다짐을 새기다.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아주 ‘몰아쳤’더군요. 아직 그때의 열기가 남아 있나요?
우영 무대 준비하는 기간을 포함해 총 3주 정도 꽤 길게 머물렀어요. 100% 만족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위크 2’가 끝났을 때는 그래도 홀가분하더라고요. 그런데 5월 31일 컴백을 앞두고 곧바로 새 앨범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여운이 아주 길게 남아 있지는 않아요.
산 코첼라 이후에 더 뜨거워진 건 분명해요. 코첼라는 좋은 디딤돌이었어요. 코첼라를 통해 우리를 알게 된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서 이번 컴백 활동으로 더 좋은 인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영 수많은 디딤돌 중 ‘황금 계단’이기는 했죠.(웃음)
‘Say My Name’부터 ‘WONDERLAND(Symphony No.9 “From The Wonderland”)’까지, K-팝 보이 그룹 최초로 코첼라 무대에 올라 강렬하고 파워풀한 10곡으로만 무대를 채웠습니다.
우영 모든 아티스트가 선망하는 무대인 만큼 처음 무대에 딱 서자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첫 곡 시작하자마자 ‘우리가 늘 해왔던 거잖아’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최악의 환경이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산 높은 해발고도 때문에 모든 아티스트가 한 번은 쓰러진다는 남미 투어에도 우리는 한 명도 안 쓰러졌거든요. 그 프라이드가 있었는데, 우리 노래 중에 제일 임팩트 있고 제일 강렬한 10곡을 모아놓고 계속 달리다 보니 이번에는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기온이 35도에 육박한 리허설 때보다는 공연할 때쯤 되니 한결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죽을 것 같았습니다.(웃음)
저는 유튜브 라이브로 무대를 감상했는데 댓글 창을 보니 오히려 팬들이 더 긴장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산 팬들과 회사 직원분들이 제일 떨었어요. 막상 우리는 ‘재미있다’ ‘즐기자’ ‘놀자’는 생각뿐이었는데 다들 ‘잘해야 되는데’ 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셨죠.
우리가 코첼라를 사랑하는 이유는 관객과 하나 되어 평소보다 벅차고 행복해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라이브가 조금 흔들리고 안무가 좀 ‘삐끗’하더라도요. 무대 위에서 남모를 짜릿함을 느낀 순간이 있나요?
우영 가장 좋아하는 곡인 ‘DJANGO’ 때 정말 신났어요. 제 춤에 특화된 곡이기도 하고 포인트 부분을 많이 맡아 하면서도 ‘정말 재미있다’ ‘이건 멋있게 나오겠다’는 확신을 갖고 퍼포먼스를 했죠.
산 저는 봉산탈춤과 깃발, 강강술래 등 한국적인 요소로 가득 채운 ‘멋 (The Real)’ 무대가 특히 즐거웠어요.
한국적인 소품과 자개 무늬를 수놓은 LED 영상 ‘ARRIBA’ 때 등장한 칵테일 바 등 퍼포먼스만큼 무대 연출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더군요.
우영 에이티즈 무대는 뮤지컬 같아요. 한 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스토리가 있죠. 연기도 하고, 소품도 활용해요. 이번 무대는 한국의 멋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사자놀음도 하고, 기수단도 초대하고, 안무에 강강술래도 녹여봤어요.
관객으로도 충분히 즐긴 시간이었나요? 영감을 받은 다른 아티스트의 무대가 있다면요?
우영 저는 다른 무대를 안 봐서, 산이 씨가 얘기해주세요.
산 ‘내 한계는 여기가 끝이 아니구나’라고 이야기해주는 무대가 많았어요. 제이 발빈의 무대에서 멤버 모두 많은 영감을 받았고, 도자 캣의 무대는 정말 강렬했죠. ‘이게 과연 가능한가?’ 싶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모든 걸 가장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건 음악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눈치를 보는 순간 진정한 아티스트로부터 멀어지는 법인데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 애티튜드가 정말 멋있었죠. 경험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코첼라를 함께 꾸민 모든 친구들이 전부 저에게 ‘너도 할 수 있지?’ 이렇게 얘기해주는 것만 같았어요. 또 한 번 열정이 불타올랐습니다.
무대에서 에이티즈 캡틴 홍중이 한 말도 가슴 뭉클했어요. 6년 전 LA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오른다고 하면서 “데뷔 기회를 잡기 위해 작은 스튜디오에서 미친 듯이 연습하고 있었어요. 꿈은 크게 꾸라고 하지만 우리가 코첼라에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라고 말했죠. 두 사람도 홍중의 말에 공감했나요?
산 그럼요! 클럽 같은 정말 작은 공간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우영 관객이 천 몇백 명 정도였을 거예요.
산 2018년에 데뷔하고 나서 4개월 만에 투어를 하기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비좁은 공연장을 항상 팬분들이 빽빽하게 채워주셨어요. 지금도 우리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크지만, 그 시절 에이티즈의 ‘처음’을 봐주시고 우리의 잠재력을 알아봐주신 분들에 대한 애틋함이 있어요. 지금은 더 이상 팬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계신다면 ‘덕분에 잘해냈고, 여기까지 왔어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온갖 무대를 누볐어요. 데뷔 후 지금까지 매년 해외 투어를 진행해왔죠. 그러면서 런던의 오투 아레나와 LA의 더 포럼 같은 상징적인 무대에도 섰고요. 이런 행보가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나요?
우영 아무래도 경험치에서 비롯된 믿음이 있죠. 우리가 투어만 40번 넘게 했거든요. 벌써 지구를 두 바퀴 돈 거죠.
산 그에 비해 국내에서는 활동을 많이 안 한다는 팬들의 아쉬움을 우리도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길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는 잘해내지 못했을 거라고 장담해요.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되죠.
그 믿음처럼 정규 2집 <THE WORLD EP.FIN : WILL>로 빌보드 200 차트 1위, 코첼라 페스티벌 입성 등 팬들에게 계속해서 좋은 소식을 건네왔어요.
우영 코첼라를 앞두고 우리 전담 프로듀서인 이드너리(Eden-ary) 형이 “이건 너희의 종착지가 아니다. 이제까지 열심히 달려온 것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라고 말씀해주시는데 크게 와닿았어요. 빌보드 200 1등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감사한 일이고 영광이지만 에이티니(에이티즈의 팬덤)도 그렇고, 우리도 계속 열심히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이 올라갈 곳은 많다고 여겨요.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벌써 많은 걸 이뤘고, 이젠 에이티즈를 꿈꾸는 후배들도 생겼잖아요.
우영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냥 LA의 기아 포럼에 섰다면 다음에는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선배님들이 섰던 소파이 스타디움에 서고 싶고 그런 거죠. 코첼라에 섰으니 다음엔 슈퍼볼 무대에 서고 싶고, 빌보드 200 1위 했으니 빌보드 핫 100 1위도 해보고 싶어요. 방탄소년단 선배님들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이 기억나요. “모든 걸 다 이루고 보니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시작하는 이야기였죠. 그러다 응원해준 팬들이 생각났고, 그다음부터는 그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거예요. 앞서 말한 목표도 저에게 중요하지만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산 저도 우영이 말처럼 목표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목표를 이루면 그때부터는 꿈이 없어지잖아요. 그냥 우리가 가진 것을 꾸준히 보여주는 팀이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성과가 따라오겠죠.
지치진 않나요? 데뷔 때부터 한결같이 “갈증, 절박함, 독기가 에이티즈를 쉼 없이 달리게 하는 동력이자 정체성이다”라고 이야기해왔어요.
산 (동석한 회사 직원을 돌아보며) 저희 휴가 딱 이틀만 주시겠어요?(웃음)
우영 때론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딱 한 달만 쉬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팀 분위기가 이상한 게 쉬는 날이 3일이 넘어가고 일주일이 되면 우리가 쉴 동안 다른 사람들은 더 연습하고, 더 목표에 가까워지는 중이라는 생각에 도태되는 기분이 들어서 약간 침체되더라고요. 또 우리를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잖아요. 마지막 무대에서 “다음엔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올게요”라고 했으면 얼른 돌아가야죠.
우영은 최근 “잘 쉬는 법을 알게 됐다”고 했죠.
우영 더 건강한 방식을 택하는 거예요. 하루 휴일이 주어지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보다 자전거를 타는 식이죠. 한동안 무릎이 아파 잠깐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산이도 부추겨볼 생각입니다. 원래 같이 탔거든요.
미국 투어를 할 때 투어 버스를 20시간씩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조금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했어요.(웃음) 비틀스와 퀸처럼 우리가 아는 위대한 록 스타들은 그렇게 음악 여정을 이어가곤 했으니까요. 그 시간이 영감의 시간이 되기도 하나요?
우영 다들 너무 피곤해서 타자마자 잠들곤 하지만(웃음) 그래도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밥은 웬만하면 함께 먹었어요. 맥주 한잔 곁들이면서 공연 후기도 나누고, 각자 그 순간 느끼는 걸 털어놓는 시간이 참 좋았죠. 물론 맥주도 안 마시고, 게임도 안 하는 산이는 밥만 먹고 들어가서 잤지만요.
산 일찍 잠들어서 이른 아침쯤 깨곤 하는데 그때 짜파게티를 하나 끓여 먹으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낭만이 없었어요.
우영 지금 돌아보면 낭만적이긴 해요. 하염없이 가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잠시 멈춰 한숨 돌리는 그런 삶이었죠.
6월 10일까지 그래미 뮤지엄에서 에이티즈의 무대의상과 뮤직비디오 소품을 만날 수 있어요. 과거 영국 V&A 박물관에서도 <구운몽>을 모티브로 제작한 한복 무대의상이 전시됐죠. 공연 의상에 어떤 소신과 취향을 갖고 있나요?
산 움직임을 제한하는 의상을 별로 안 좋아해서 아무리 좋은 옷이라고 해도 춤과 노래에 방해가 되면 꺼리게 돼요.
그리고 제 체형이 좀 특이해서 커스텀 제작을 많이 하죠.
우영 얘 지금 자기 자랑하는 거예요.(웃음)
산 정말 주문 제작을 해야 돼요. 다리가 길고 허리가 얇고 어깨가 넓은 편이라···
우영 저는 옷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조금 불편해도 마음에 드는 옷, 더 멋있는 의상에 손이 가요.
요즘은 어떤 스타일에 눈길이 많이 가나요?
우영 레이어드를 즐겨요. 오버핏과 하이브리드 아이템을 좋아해서 이번 <보그> 촬영에서 시도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어요.
산 저는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입는 편이에요. 셔츠와 슬랙스, 수트를 편하게 스타일링하죠.
두 사람 다 춤을 워낙 잘 추잖아요. 각자의 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서로의 춤에서 부러운 점이 있다면요?
우영 제가 멤버 중에 팔이 제일 길어요. 처음엔 춤출 때 팔을 잘 제어하지 못했죠. 세븐틴 호시 형과 최영준 안무가님을 보면서 춤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쳤어요. 그러면서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하체를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동작을 크고 ‘와일드’하게 하는 산이가 부러워요. 산이는 코어도 단단하고, 표현력도 좋죠. 저는 깔끔하고 담백한 표현을 즐기는 사람이라 산이와 성화 형이 이목을 확 끌어주는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서 너무 든든해요.
산 평소 멤버들 직캠 영상을 정말 많이 보거든요. 멤버들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 상대이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보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니까요. 직캠 영상만 봐도 우영이가 춤을 더 잘 추고, 더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는지 알 수 있어요. 우영이는 정말 무대마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요. 열정도 많고, 본인의 매력을 잘 뽐낼 줄도 알죠. 그런 센스를 많이 배워요.
두 사람은 언제부터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우영 중학교 2학년 때 장기 자랑으로 무대의 희열을 느꼈죠. 그때 (이)기광이 형을 너무 좋아해서 제 춤 스타일에도 기광이 형의 색깔이 많이 녹아 있죠.
산 저는 그런 생각을 마음 한쪽에 간직한 채 평범하게 공부하고 놀던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운 좋게 회사에 들어오게 됐죠. 그때도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멤버들과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목표가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나도 저 친구처럼 하고 싶다’에서 ‘데뷔 조에 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닮은 점보단 다른 점이 훨씬 많은 두 사람인데 이토록 잘 맞는 비결은 뭘까요?
산 우리는 심지어 부모님끼리도 친해요.
우영 처음 만날 때부터 삶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 같은 것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야 마음이 편한 성격도 비슷하고요. 그런 굵직한 것들이 잘 맞으니까 자연스럽게 끈끈해졌죠.
산 잘잘못을 떠나서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아요.
심지어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친구’라는 뜻의 우정 타투까지 새겼죠.
우영 전 죽을 때까지 후회 안 할 거예요. 내 속마음을 어떤 필터링도 거치지 않고 모두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내 삶에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분 좋고,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느껴요. 사실 부모님에게도 걱정하실까 봐 털어놓지 못하는 말이 많잖아요. 하지만 산이에게는 다 말할 수 있거든요. 내가 말한 그대로 듣고,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친구예요.
산 저도 우영이 같은 사람이 내 친구라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해요. 언젠가 모든 사람이 저를 손가락질하더라도 이 친구만큼은 내 말만 듣고 ‘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라고 이야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이번에는 새 앨범 <GOLDEN HOUR : Part.1>과 함께 돌아옵니다.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요?
우영 ‘Work’라는 타이틀곡에 대한 설렘이 정말 커요. 에이티즈가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이라 반응이 너무 기대됩니다.
산 에이티즈 버전의 이지 리스닝이에요. 자신 있게 ‘진짜 멋지고 폼 나는 곡’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될 거예요.
우영 안무도 정말 멋있어요. 해외 안무가에게 배워서 안무를 완성했는데 산이 말처럼 폼이 제대로 나죠. 챌린지도 기대돼요.
산 곡도 좋고 안무도 멋있으니까 자신 있습니다.
지난 정규 2집에서는 에이티즈 앨범 최초로 멤버 전원이 작사에 도전했죠. 경력이 쌓이며 음악적으로 욕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나요?
우영 아무래도 그렇죠. 언젠가는 솔로와 유닛 활동도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멤버 모두 우리 팀, 우리의 음악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산 에이티즈가 가진 것을 에이티즈라는 팀으로 캐릭터화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큰 거죠.
우영 우리가 그렇게 많이 올라온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계속 올라갈 수 있는 건 여덟 명 모두 에이티즈를 각자 삶의 ‘서브’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내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정말 사활을 걸고 있죠. 그러다 보니 시너지가 커지고요.
팬들과도 정말 열심히 소통해요. 코첼라 무대 직후에 라이브로 생생하게 공연 후기를 전한 행보도 인상적이더군요. 팬과 소통하는 데 중시하는 원칙이 있다면요?
산 사실 쓸데없는 아집 때문에 이번 코첼라 무대 준비에 집중하고 싶어 한동안 소통을 잘 못했어요. 마음이 많이 쓰였는데 감동적이었던 건 팬들이 그런 제 성격을 알고 “괜찮아. 우린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그러니 편하게 해”라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어느새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우영 저는 팬들과 항상 솔직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속이지 않고, 투명하게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서운하고 상처받은 것이 있다고 해도 함께 털어내는 거죠. 저에 대해 오해한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줘야 저도 ‘다음에는 제가 더 잘할게요’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새 앨범 이름이 ‘골든 아워’죠. 살면서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였나요?
우영 정말 솔직하게 에이티즈로 활동하는 모든 시기가 제겐 황금기예요. 살면서 제일 유명했고, 제일 열심히 살았고, 많은 것을 이룬 시기죠. 40~50대가 되면 멤버들과 함께 근사하게 ‘실버 아워’로 넘어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웃음) 올라간 만큼 잘 내려오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산 저는 3년 전 <킹덤: 레전더리 워(킹덤)>에 출연했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아무래도 우리의 열정이 가장 빛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우영 맞아!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우리 그때 정말 ‘미친놈’들이었거든요.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했던가요.
산 맨 처음엔 ‘5’라는 숫자를 받았어요. ‘이게 우리의 현주소구나, 핑계 댈 거 없이 이게 우리의 현실이구나’ 분명하게 깨달았죠. <킹덤>은 모든 멤버가 가장 불타올랐고, 독기가 가장 타올랐던 시기예요. 잘생기고 멋있어 보이지 않아도 되니 정말 승부를 보자는 생각으로 피, 땀, 눈물 다 쏟았죠. 저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결과는 부산물일 뿐”이라는 명대사가 나오는데, 그때의 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있다고 믿어요. 그때 <킹덤>에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기 때문에 코첼라에 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앞으로도 그렇게 오직 과정을 위해 달릴 거예요.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북미 투어가 내년까지 유럽 투어로 이어집니다. 투어마다 임하는 각오가 다른가요? 이번 투어는 어떤 목표를 갖고 전진할 생각인가요?
우영 항상 똑같아요. 우리에겐 똑같은 세트리스트로 수십 번째 오르는 공연일지 몰라도 어떤 관객에게는 생애 첫 콘서트 혹은 생애 마지막 콘서트일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하죠. 그 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방탄소년단 제이홉 선배님이 이 이야기를 하신 것에서 큰 감명을 받은 다음부터 저도 같은 마음을 안고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산 아버지가 장애인 체육회에서 근무하시는데 거기에 실제로 우리 공연을 빠짐없이 보러 와주는 친구가 있어요. 휠체어를 밀고 KTX를 타면서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단 한 번의 무대도 허투루 설 수 없더라고요.
언젠가 둘이 함께 이뤄보고 싶은 꿈도 있을까요?
산 앞으로 남은 무대를 전부 우영이와 함께 서고 싶습니다.
우영 그럼 난 둘이서 세계 일주 해보기?
산 어휴, 이미 세계 일주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우영 정말 놀러 가는 느낌으로요. 뉴질랜드나 남극처럼 아직 안 가본 곳도 많거든요. 고생도 같이 하면 즐거울 거예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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