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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걸로 유명했던 신발이 올여름, 다시 돌아온다

2024.05.25

못생긴 걸로 유명했던 신발이 올여름, 다시 돌아온다

크록스의 가장 큰 특징은 편안함이 아름다움을 앞선 신발이라는 겁니다. 어글리 슈즈의 대표 격이라 할 만하죠.

2010년이었습니다. 크록스에 못생긴 신발이라는 수식어가 ‘공식적으로’ 붙은 때요. 당시 주간지 <타임>은 크록스를 ’50가지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하며 ‘얼마나 인기 있든 상관없다. 크록스는 그냥 못생겼다’라는 코멘트를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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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록스는 그저 ‘못생긴 신발’로 남기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지 W. 부시와 저스틴 비버, 포스트 말론과 미셸 오바마, 케이트 미들턴, 뎀나, 오프라 윈프리, 하이디 클룸과 크리스토퍼 케인, 알 파치노와 맷 데이먼, 할 베리와 키아라 페라그니, 자레드 레토 그리고 배드 버니의 일상을 함께했죠. 로스앤젤레스에서 셀럽들이 개를 산책시키거나 쓰레기를 버릴 때 신는 신발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사실 크록스는 보트 슈즈로 시작해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와 요리사의 유니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레드 카펫에도 등장했고요. 크록스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2년입니다. 콜로라도주에서 온 3명의 친구가 포트 러드데일(Fort Lauderdale) 보트 쇼에서 이 신발을 처음 선보이겠다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됐죠. 린든 핸슨(Lyndon Hanson), 스콧 시먼스(Scott Seamans), 조지 보에데커(George Boedecker)는 특수 충격 방지 및 방수 수지인 크로슬라이트(Croslite)의 기능을 설명하며 그 자리에서 200켤레의 신발을 팔았습니다.

에디터 로베르토 크로치(Roberto Croci)는 2006년 <보그> 이탈리아 7월호에 ‘크록스는 지금 모든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는 가장 신선한 신발입니다. 샌들이지만 클로그처럼 생겼어요. 화려하지만 편안하고요’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크록스가 다시 퍼지고 있습니다. 어글리 슈즈나 ‘잘못된 신발 이론’의 유행만이 그 원인은 아니에요. 인기의 또 다른 비결은 기능성이죠. 앞서 말한 크록스의 소재, 크로슬라이트는 체온에 따라 부드러워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각 개인의 발 모양에 맞게 형태가 변한다는 뜻입니다. 일종의 ‘맞춤’ 신발처럼요. 그 외에도 악취 방지, 항균 등 기특한 기능이 많습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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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이탈리아에서도 크록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열 살이었던 저에게도 생생한 기억입니다. 사랑스럽고 밝은 색상의 크록스로 가득하던 신발 가게 창문, 각종 캐릭터로 가득 찬 지비츠 진열대, 세일로 북적이던 대형 쇼핑센터 등 많은 순간이 있었죠. 하지만 이후 크록스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웬만해선 닳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원인으로 꼽혔죠. 그러니까 크록스를 한번 사면 ‘다시’ 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크록스의 주식은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에서 -42.4%의 하락을 기록하며 마감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신발장에서도 서서히 사라져갔고요.

Christopher Kane S/S 2017 RTW
Balenciaga S/S 2018 RTW
Balenciaga S/S 2018 RTW

프링글스부터 발렌시아가까지! 가장 기발한 콜라보레이션 아이템, 크록스

크록스가 부활한 건 다름 아닌 런웨이였습니다. 거리로 돌아온 건 그다음이었죠. 콜라보레이션과 영리한 마케팅 전략의 역할이 컸습니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2017 S/S 컬렉션에서 ‘발을 더 커 보이게 한다’는 이유로 크록스를 선택했습니다. 뎀나는 발렌시아가 2018 S/S 컬렉션에서 웨지힐 스타일로 풀어낸 크록스를 선보였어요. 이후 포스트 말론, 저스틴 비버, 배드 버니, 리바이스, 헬로 키티, KFC, 시몬 로샤 등 각종 셀럽과 브랜드가 크록스와 손잡았습니다. 심지어 프링글스와 ‘크리스프 홀더’ 부츠까지 만들었죠.

Simone Rocha S/S 2024 RTW
Simone Rocha S/S 2024 RTW

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크록스가 악몽 같은 신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앞서 말했듯 장점이 너무 많죠.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고, 체중을 적당히 분산시키며, 땀 흡수와 물 고임을 방지하죠. 세탁도 쉽고, 악취에도 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기능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재미있게도 최근 인기에 불을 붙인 건 ‘못생겼다’는 이미지 덕분이었죠. 못생겼다는 건 시류에 역행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못생긴 걸로 유명했던 크록스는 우리 모두가 (설령 패션에 그닥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이 좋은 취향, 감각을 지닌 이들과 같은 편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갖게 만들었죠. ‘좋은 취향’을 결정짓는 기준이라는 게 있다면요. 크록스는 기능성이 아름다움을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낸 동시에 독특한 외관이 실용성보다 더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걸 알려준 신발이기도 합니다. 즉 그저 발이 편해서 사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크록스 특유의 아이덴티티 때문에 구매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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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가장 트렌디한 크록스 모델을 골랐습니다.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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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렬하고 독특한 존재감을 지닌 아이템입니다. 기능성, 실용성, 구조적 측면에서 봤을 땐 더 완벽하고요. 플랫폼 크록스는 고전적인 클로그의 편안한 대안이기도 한데요. 두툼한 밑창 덕분에 실루엣도 훨씬 길어 보입니다. 특히 스트리트 룩에 안정적으로 녹아들어요. 하이디 클룸 같은 셀럽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하죠.

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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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공학적인 모양, 유려한 라인, 그리고 크록스 특유의 구멍 난 실루엣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캐주얼 룩에 스포티한 무드를 가미하고 싶을 때 제격이죠. 심심한 느낌을 덜어내고플 때 신기 좋습니다. 그 형태가 클래식한 크러쉬 버전이든, 발렌시아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플랫폼 샌들이든 오픈 토 크록스는 여름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샌들이에요. 해변 같은 휴양지는 물론 도시에도 완벽하게 어우러지죠. 색깔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컬러풀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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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 마니아들에겐 ‘첫사랑’과도 같죠. 클래식 크록스는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 모델입니다. 베이식한 컬러를 고집할 필요 없습니다. 가능한 한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 옵션을 선택해보세요. 타이다이, 솔라라이즈드, 모노크롬 버전은 미니멀 룩에 에너지를 더해줍니다. 반대로 맥시멀한 패션에도 기가 막힌 포인트가 되어주고요.

Giulia Di Giamberardino
사진
Splash News,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Instagram, GoRunway
출처
www.vogu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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