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걸로 유명했던 신발이 올여름, 다시 돌아온다
크록스의 가장 큰 특징은 편안함이 아름다움을 앞선 신발이라는 겁니다. 어글리 슈즈의 대표 격이라 할 만하죠.
2010년이었습니다. 크록스에 못생긴 신발이라는 수식어가 ‘공식적으로’ 붙은 때요. 당시 주간지 <타임>은 크록스를 ’50가지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하며 ‘얼마나 인기 있든 상관없다. 크록스는 그냥 못생겼다’라는 코멘트를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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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록스는 그저 ‘못생긴 신발’로 남기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지 W. 부시와 저스틴 비버, 포스트 말론과 미셸 오바마, 케이트 미들턴, 뎀나, 오프라 윈프리, 하이디 클룸과 크리스토퍼 케인, 알 파치노와 맷 데이먼, 할 베리와 키아라 페라그니, 자레드 레토 그리고 배드 버니의 일상을 함께했죠. 로스앤젤레스에서 셀럽들이 개를 산책시키거나 쓰레기를 버릴 때 신는 신발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사실 크록스는 보트 슈즈로 시작해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와 요리사의 유니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레드 카펫에도 등장했고요. 크록스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2년입니다. 콜로라도주에서 온 3명의 친구가 포트 러드데일(Fort Lauderdale) 보트 쇼에서 이 신발을 처음 선보이겠다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됐죠. 린든 핸슨(Lyndon Hanson), 스콧 시먼스(Scott Seamans), 조지 보에데커(George Boedecker)는 특수 충격 방지 및 방수 수지인 크로슬라이트(Croslite)의 기능을 설명하며 그 자리에서 200켤레의 신발을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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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로베르토 크로치(Roberto Croci)는 2006년 <보그> 이탈리아 7월호에 ‘크록스는 지금 모든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는 가장 신선한 신발입니다. 샌들이지만 클로그처럼 생겼어요. 화려하지만 편안하고요’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크록스가 다시 퍼지고 있습니다. 어글리 슈즈나 ‘잘못된 신발 이론’의 유행만이 그 원인은 아니에요. 인기의 또 다른 비결은 기능성이죠. 앞서 말한 크록스의 소재, 크로슬라이트는 체온에 따라 부드러워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각 개인의 발 모양에 맞게 형태가 변한다는 뜻입니다. 일종의 ‘맞춤’ 신발처럼요. 그 외에도 악취 방지, 항균 등 기특한 기능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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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이탈리아에서도 크록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열 살이었던 저에게도 생생한 기억입니다. 사랑스럽고 밝은 색상의 크록스로 가득하던 신발 가게 창문, 각종 캐릭터로 가득 찬 지비츠 진열대, 세일로 북적이던 대형 쇼핑센터 등 많은 순간이 있었죠. 하지만 이후 크록스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웬만해선 닳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원인으로 꼽혔죠. 그러니까 크록스를 한번 사면 ‘다시’ 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크록스의 주식은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에서 -42.4%의 하락을 기록하며 마감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신발장에서도 서서히 사라져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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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링글스부터 발렌시아가까지! 가장 기발한 콜라보레이션 아이템, 크록스
크록스가 부활한 건 다름 아닌 런웨이였습니다. 거리로 돌아온 건 그다음이었죠. 콜라보레이션과 영리한 마케팅 전략의 역할이 컸습니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2017 S/S 컬렉션에서 ‘발을 더 커 보이게 한다’는 이유로 크록스를 선택했습니다. 뎀나는 발렌시아가 2018 S/S 컬렉션에서 웨지힐 스타일로 풀어낸 크록스를 선보였어요. 이후 포스트 말론, 저스틴 비버, 배드 버니, 리바이스, 헬로 키티, KFC, 시몬 로샤 등 각종 셀럽과 브랜드가 크록스와 손잡았습니다. 심지어 프링글스와 ‘크리스프 홀더’ 부츠까지 만들었죠.
환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크록스가 악몽 같은 신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앞서 말했듯 장점이 너무 많죠.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고, 체중을 적당히 분산시키며, 땀 흡수와 물 고임을 방지하죠. 세탁도 쉽고, 악취에도 강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기능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재미있게도 최근 인기에 불을 붙인 건 ‘못생겼다’는 이미지 덕분이었죠. 못생겼다는 건 시류에 역행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못생긴 걸로 유명했던 크록스는 우리 모두가 (설령 패션에 그닥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이 좋은 취향, 감각을 지닌 이들과 같은 편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갖게 만들었죠. ‘좋은 취향’을 결정짓는 기준이라는 게 있다면요. 크록스는 기능성이 아름다움을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낸 동시에 독특한 외관이 실용성보다 더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걸 알려준 신발이기도 합니다. 즉 그저 발이 편해서 사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크록스 특유의 아이덴티티 때문에 구매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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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가장 트렌디한 크록스 모델을 골랐습니다.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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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렬하고 독특한 존재감을 지닌 아이템입니다. 기능성, 실용성, 구조적 측면에서 봤을 땐 더 완벽하고요. 플랫폼 크록스는 고전적인 클로그의 편안한 대안이기도 한데요. 두툼한 밑창 덕분에 실루엣도 훨씬 길어 보입니다. 특히 스트리트 룩에 안정적으로 녹아들어요. 하이디 클룸 같은 셀럽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하죠.
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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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공학적인 모양, 유려한 라인, 그리고 크록스 특유의 구멍 난 실루엣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캐주얼 룩에 스포티한 무드를 가미하고 싶을 때 제격이죠. 심심한 느낌을 덜어내고플 때 신기 좋습니다. 그 형태가 클래식한 크러쉬 버전이든, 발렌시아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플랫폼 샌들이든 오픈 토 크록스는 여름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샌들이에요. 해변 같은 휴양지는 물론 도시에도 완벽하게 어우러지죠. 색깔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컬러풀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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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 마니아들에겐 ‘첫사랑’과도 같죠. 클래식 크록스는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 모델입니다. 베이식한 컬러를 고집할 필요 없습니다. 가능한 한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 옵션을 선택해보세요. 타이다이, 솔라라이즈드, 모노크롬 버전은 미니멀 룩에 에너지를 더해줍니다. 반대로 맥시멀한 패션에도 기가 막힌 포인트가 되어주고요.
- 글
- Giulia Di Giamberardino
- 사진
- Splash News,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Instagram,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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