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세계 최초로 ‘이어커프’를 만든 남자, 히로타카

2024.06.02

세계 최초로 ‘이어커프’를 만든 남자, 히로타카

모두가 늦었다고 할 때, 주얼러의 꿈을 선택한 히로타카(Hirotaka). 최초로 ‘이어커프’를 만들며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열었다.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꿈을 꾼 계기는?

어린 시절 가족들처럼 의사가 되는 삶을 강요받았다. 그런 환경은 자연스럽게 반항심을 불러일으켰고, 설계된 거미줄에서 탈출하기만 바랐다.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것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궁극의 아름다움은 보석과 예술 작품, 고대 티아라, 인도 마하라자의 작품 속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것을 만들며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정치과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일했다. 서른 살, 늦지 않는 나이에 새로운 꿈을 꿨다. 두렵진 않았나?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자랐기에, 무슨 일이든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었다. 서른 살은 오롯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였다. 물론 결정에 확신은 없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꿈꾸던 일이었으니까.

2010년 소호에서 트렁크 쇼로 데뷔했다. 왜 뉴욕이었나?

소호는 멋진 에너지가 가득한 곳이다. 데뷔는 패션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하고 싶었다. 뉴요커는 자신의 개성에 충실하고 트렌드를 뛰어넘는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좋다.

일본,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살았다. 각 나라 주얼리 디자인의 다른 점은?

인생 주기마다 그 시기에 적합한 장소에서 살았다. 뉴욕은 사업을 위한 디딤돌 같은 곳이었고, 파리는 온전히 홀로서기를 시도한 첫 도시다. 제일 좋아하는 도시기도 하다. 그리고 고향 도쿄는 현재 내가 일하는 곳이다. 모든 나라에 내 작품이 존재하지만 각 스타일에 맞게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고 믿는다.

기억나는 첫 고객이 있다면?

달콤한 기억이다. 어머니를 위해 양 끝에 훅이 달린 체인 목걸이를 여러 개 만들었다. 어머니는 장난스러운 반지를 추가하는 등 본인만의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여기에 영감을 받아 최근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14년째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기뻤거나 슬펐던 순간이 궁금하다.

기뻤던 순간은 단연 바니스 뉴욕이랑 일하게 됐을 때다. 아주 큰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기분이었다. 바니스는 신인 디자이너의 미학을 이해해주고 지지했다. 고객들 또한 열린 태도로 싱글 이어링, 이어커프, 진주를 마주했다. 그래서 폐업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슬펐다. 뉴욕의 상징적인 존재였기에 그때가 그립다.

가장 대표적인 주얼리는?

처음 출시한 10K 컬렉션 이어커프! 단순히 레이어링에 대한 고민으로 귓바퀴로 옮긴 귀고리를 ‘이어커프’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안하게 됐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자연, 그중에서도 열대우림! 그곳은 아름다움과 생동감이 넘친다. 다양한 동식물은 끝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한다. 과일을 모티브로 한 ‘버드 오브 파라다이스(Bird of Paradise)’가 좋은 예다.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받는다. 아끼는 누군가를 꾸며준다는 생각으로 개성을 살려줄 수 있는 무언가를 탐구한다.

평상시 패션 스타일도 궁금하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편한 것이 좋다. 주얼리라면 비대칭 스타일링을 좋아한다. ‘완벽함’을 부수고 불협화음을 야기해 눈길을 끌고 싶다.

한국에 온 적 있나?

방문한 적 없다. 하지만 언제나 여행 리스트 상위에 있다. 예술, 패션은 물론 음식까지 훌륭하다고 들었다.

서울에 단독 매장을 낸다면 어떻게 꾸미고 싶나?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 입점해 있다. 당장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은 없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현재 매장엔 최근 컬렉션과 로컬 특성을 담았다.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자연 소재를 활용해 현대적인 모양으로 구성하고 싶다.

히로타카 주얼리를 착용하길 바라는 한국 스타가 있나?

블랙핑크! 재능이 넘치고 누가 봐도 쿨한 그녀들과 작업한다면 영광일 것이다.

전자상거래도 확장하고 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것인가?

SNS와 디지털 플랫폼은 당연히 젊은 층이 더 활발히 활용하기 때문에 어린 고객이 더 늘어날 것이다. 온라인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히로타카를 경험하는 경로다.

자주 활용하는 재료는?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옐로 골드를 가장 많이 선택하는 편이다. 하이엔드 주얼리는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을 선호한다.

디자인해보고 싶은 주얼리가 있다면?

언젠가 ‘열대우림’ 컬렉션을 꼭 제작해보고 싶다. 열대우림이 사라지기 전에 작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속이 상한다.

    포토
    Aleksandar Dragičević, Courtesy of Hirotaka Jewel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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