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새로운 메이크업 캔버스가 된 귀?

2024.06.10

by 송가혜

    새로운 메이크업 캔버스가 된 귀?

    소리를 듣는 감각기관이자 가장 흔히 장신구를 착용하는 신체 부위. 얼굴과 맞닿은 귀가 새로운 메이크업 캔버스로 떠올랐다.

    보트넥 저지 보디수트는 꾸레주(Courrèges).

    2024 S/S 꾸뛰르 컬렉션, 실험적이고 대담한 미감과 정교한 기술로 패션 디자이너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가 창조한 뷰티 룩은 쇼장에 모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메종 마르지엘라 쇼를 위해 1930년 파리의 달빛 가득한 밤 문화를 모델들의 얼굴 위에 구현한 도자기 광택의 인형 피부는 물론 스키아파렐리의 구조적이며 우아한 드레스와 매치한 반짝이는 귀 장식은 SNS에서 수많은 튜토리얼 콘텐츠를 낳았다. 이 전설적인 아티스트의 손끝에서 탄생한 초현실적인 창작물은 곧 도래할 새로운 뷰티 월드의 미래를 예고하는 듯하다.

    “스키아파렐리 컬렉션은 언제나 반짝임과 아름다운 외계 생물체를 연상케 하는 초현실적인 요소가 공존하죠. 이번 시즌에는 귀라는 부위가 그 정체성을 드러내는 결정체입니다.” 팻 맥그라스는 <보그> 인터뷰에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한다. 백스테이지에서 포착된 연출 과정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은빛 피그먼트로 귀를 빼곡히 칠한 뒤 작은 크리스털 수백 개를 수놓는다. 모델 한 명당 무려 3시간이 걸릴 만큼 공들인 귀 장식은 마침내 볼드한 디자인의 귀고리와 하나로 이어지는 오브제처럼 완성된다. 탈색한 눈썹과 누드 립으로 채도를 낮춘 얼굴에 하이라이터의 은은한 터치로 마무리되는 메이크업은 화려하면서도 완급 조절이 탁월하다. “메이크업인 듯 보석인 듯,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인간계와 또 다른 차원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녀는 덧붙이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물론 메이크업의 새로운 밑바탕으로 우리 여자들의 귀를 활용한 획기적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프로엔자 스쿨러의 모델들은 귓불 일부를 노란색, 하얀색 페인트로 칠한 채 런웨이를 거닐었으며, 그 전에 선구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을 위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커팅된 크리스털을 핀셋으로 일일이 귓바퀴에 배치해 이어커프를 착용한 것처럼 연출했다. 팻 맥그라스 역시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루이 비통의 미래적인 의상과 어우러지도록 모델의 귀에 메탈릭한 텍스처를 더해 눈이나 입술이 아니라 얼굴 양 끝에 위치한 신체 부위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그렇다면 2024년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런웨이에 다시 등장한 귀 장식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자아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한층 대범하게 발전한 뷰티 트렌드와 더욱 강력해진 SNS의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붐을 일으키며 <보그>에서도 여러 차례 다룬 ‘페이스 주얼리’가 대표적인 예. 눈썹 라인을 따라 진주를 장식하고, 글리터 아이섀도 대신 굵은 입자의 보석을 눈가 가득 채우는 등 입체적이면서도 과해 보이는 화려한 메이크업 방식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만큼 뷰티 월드는 대담해졌다. 팻 맥그라스가 빚어낸 눈부신 귀 메이크업 역시 페이스 주얼리의 연장선이다. 반짝이는 귀고리와 혼연일체가 된 것처럼 황홀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연출법은 메이크업 자체가 액세서리처럼 빛날 수 있도록 뷰티와 패션의 경계를 허문다.

    여전히 귀에 글리터를 한가득 입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예술적이고 장식적인 런웨이와 달리 SNS를 타고 번진 일상적인 귀 메이크업 트렌드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름하여 ‘이어 스트로빙(Ear Strobing)’. 헤일리 비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착용한 주얼리만큼이나 반짝이는 윤곽의 귀를 자랑하자 사람들은 이어커프를 착용하는 대신 펄을 가득 함유한 하이라이터나 메탈릭 아이섀도를 귓바퀴 위주로 바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을 때 안색이 미묘하게 화사하고 어려 보일 뿐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전문가들이 수년간 사용해온 노하우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화된 거죠.” 미란다 커를 비롯해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얼굴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안드레 사르미엔토(Andre Sarmiento)는 말한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광택에서부터 오로라처럼 다채롭게 빛나는 광채까지, 지난 몇 년간 뷰티 월드를 지배 중인 하이라이터와 일루미네이터의 유행이 합세하며 인플루언서들의 뷰티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보그>가 추천하는 올여름 메이크업은 바로 귀 가장자리에 바른 하이라이터와 피어싱, 귀고리와 위트 있게 이어지는 보석 장식. 굴곡이 많은 부위이기에 밀착력이 높은 크림이나 밤 텍스처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팻 맥그라스는 얼굴은 파운데이션과 하이라이터를 발라 피부 윤기만 강조한 일명 ‘노 메이크업’ 메이크업으로 룩 전체의 강도를 조절하라고 권한다. 자, 이제 귀 위의 붓 터치를 통해 일탈을 꿈꿀 차례! (VK)

      포토
      김민주, GoRunway
      모델
      Inga Markova
      헤어
      최은영
      메이크업
      김신영
      스타일리스트
      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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