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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고 심도 있는 스릴러, ‘커넥션’

2024.06.12

by 이숙명

    풍성하고 심도 있는 스릴러, ‘커넥션’

    드라마 <커넥션>이 6회 최고 시청률 9.4%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복잡하지만 몰입이 어렵지 않은 미스터리 구조, 스릴을 유발하는 겹겹의 장치가 주효했다. 미스터리를 위해 14부작치고 많은 인물을 배치했고 전개도 빠른 편인데 주·조역의 동기와 개성이 고르게 설득력 있다는 점도 놀랍다. 이는 각본뿐 아니라 힘 있는 연출과 뛰어난 연기자들 덕분이기도 하다.

    SBS ‘커넥션’ 스틸 컷

    주인공 장재경(지성)은 경찰 마약반 에이스인데 괴한들에게 납치된 후 강제로 신종 마약에 중독된다. 중독 사실을 알리면 사건 수사에서 배제될까 봐 재경은 괴한들이 보내오는 마약을 받아먹거나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증거물을 빼돌린다. 주인공의 이런 위태로운 상황 때문에 자주 극적인 긴장이 발생한다. 지성은 점점 피폐해져가는 내면을 감추고 태연한 척하지만 간혹 연기에 실패하고 마는 재경의 모습을 섬세하게 체현한다.

    재경의 옛 친구 박준서(윤나무)가 의문의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마약 사건 수사는 재경의 고교 동창들과 연결된다. 동창들은 건설사 회장의 아들 원종수(김경남)와 검사 박태진(권율)을 중심으로 강력한 이익 서클을 형성하고 모종의 계략을 꾸미고 있다. 그런데 그 서클 내에도 여러 갈등이 존재한다. 종수와 태진의 경쟁 구도, 태진의 성공욕과 부도덕성, 권력 하위층의 방종은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사건의 실체에 매력적인 선택지를 더해준다. 재경과 이들의 갈등은 고교 시절로 거슬러가는데, 정확한 계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약 건과 더불어 과거 사건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한 서사다.

    SBS ‘커넥션’ 스틸 컷
    SBS ‘커넥션’ 스틸 컷

    또 다른 주인공인 지방신문 기자 오윤진(전미도)도 재경의 동창이다. 윤진은 고교 시절 모두의 ‘첫사랑 소녀’였지만 지금은 기사를 대가로 돈이나 뜯는 초라한 인물이다. 외국에 사는 전남편과 아이에게 양육비를 보내느라 그리 되었다. 주로 중년 남성에게 주어지는 설정인데 그걸 전미도가 하니 덜 퀴퀴해 보이고, 그 때문에 불의와 정의를 오가는 이 캐릭터에 호감을 갖기도 쉬워졌다.

    죽은 친구 준서가 재경과 윤진에게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남기면서 이들에게는 자살로 처리된 준서의 사망을 재검토하고 관련 사건을 파헤칠 강력한 동기가 생긴다. 뒤에 펼쳐지는 부동산 개발 비리니 검경 유착이니 마약이니 하는 것들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피곤할 정도로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사건으로 끌려 들어가는 과정이 영리하고 참신해서 극 전체가 힘을 받는다.

    SBS ‘커넥션’ 스틸 컷
    SBS ‘커넥션’ 스틸 컷

    <커넥션>에는 복심을 가진 인물이 많다. 윤진은 재경이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걱정하지만 그에게 사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재경은 사건을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하는 반면 윤진은 준서가 타살당했음을 입증해서 보험금을 타내는 게 목표기 때문이다. 준서의 유족인 지연(정유민)과 야망 덩어리 검사 태진 사이에는 비밀스러운 거래가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믿지 못하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한다. 이들과 달리 재경이 압수한 마약을 훔쳐 먹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불분명한 마약반 형사처럼 시청자들에게조차 속내를 감춘 캐릭터도 있다. 주인공 외에도 입체적인 인물이 많아 극이 풍성하다. 그 때문에 재경과 날을 세우는 검찰 수사관, 윤진이 보험금을 타면 수익을 받기로 하고 그녀를 돕는 후배 기자, 준서의 보험을 설계해준 넉살 좋은 동창 등 다소 평면적으로 보이는 주변 캐릭터에도 생명력이 돈다. 어딘가에 트릭이 숨어 있다 해도 이 드라마의 인간관과 배치되지 않는다.

    극적 재미를 위한 완급 조절도 훌륭하다. 고교 시절 재경, 준서, 윤진의 관계를 설명하는 회상 신이나 주인공들이 사건 주변부를 더듬는 과정은 이야기 전개에 필요하지만 호흡이 느슨해지기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긴장감이 떨어질 만하면 재경이 금단 증세로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라도 벌어져서 다시 위기감이 고조된다. 증인 피습 장면, 재경의 마약상 접선 신 등 각 화의 하이라이트에서는 다양한 앵글을 사용해 확실하게 스릴을 폭발시킨다.

    <커넥션>은 모처럼 시청자들에게 쉽게 밑천을 보이지 않겠다는 야심이 느껴지는 스릴러다. K-누아르가 침체된 시점에 등장한 기분 좋은 반전이다. <커넥션>은 금·토요일 오후 10시 SBS에서 방송되고 스트리밍 플랫폼은 웨이브와 쿠팡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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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커넥션'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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