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모나 투가드!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튀르키예와 덴마크의 기운을 엄마와 아빠로부터 각각 물려받아 기묘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모나 투가드. 신디와 지젤을 발굴한 전설의 모델 에이전시 엘리트 모델 콘테스트 출신으로 12세에 데뷔해 정상의 삶을 누리고 있는 그녀를 〈보그〉가 만났다.

패션 화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모나 투가드!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튀르키예와 덴마크의 기운을 엄마와 아빠로부터 각각 물려받아 기묘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모나 투가드. 신디와 지젤을 발굴한 전설의 모델 에이전시 엘리트 모델 콘테스트 출신으로 12세에 데뷔해 정상의 삶을 누리고 있는 그녀를 〈보그〉가 만났다.

건강한 피부 톤과 가느다란 실루엣, 매력적인 베이비 페이스로 당대 슈퍼모델의 반열에 선 모나 투가드. 파격적인 샤넬 걸이 된 그녀를 3년 만에 커버 모델로 다시 만났다.

맨체스터 북부 거리에서 펼쳐진 2023/24 공방 컬렉션. 록과 1960년대의 다채로운 감성을 그려낸 컬렉션에서 눈에 띈 건 다양한 컬러의 트위드 재킷. 버뮤다 쇼츠와 함께 젊은 감각으로 스타일링했다.

수트와 가방, 진주 등 비비드한 팝 컬러를 중심으로 전개된 공방 컬렉션. 살몬 핑크, 펌프킨, 애플 그린, 머스터드, 스카이 블루, 레드, 러스트 등 여성스럽고 독특한 컬러 팔레트가 트위드에 녹아들었다. 까멜리아 브로치를 장식한 기다란 트위드 코트와 벨벳 쇼츠.

맨체스터는 음악 문화의 근간이다. 옷핀 프린트의 실크 타이는 1960년대 영국 뮤지션 비틀스의 아이코닉한 패션 스타일을 떠올린다.

해 질 무렵 토머스 거리(Thomas Street)에서 열린 공방 컬렉션에서 버지니 비아르는 색감에 특별히 신경 썼다. 강렬한 태양처럼 붉은색의 트위드 수트와 체인 스트랩의 퀼팅 백.

영국 하면 떠오르는 트위드, 셰틀랜드 니트웨어와 캐시미어··· 맨체스터 건물의 벽돌을 닮은 니트 드레스와 까멜리아 장식의 트위드 소재 메리 제인 슈즈가 조화를 이룬다.

“내게 맨체스터는 음악의 도시다.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버지니 비아르가 받은 도시의 음악적 영감은 트위드에도 반영됐다. LP, 카세트테이프가 CC 로고, 숫자 5, 까멜리아 등 샤넬 아이콘과 함께 자수 단추로 완성돼 모노톤 트위드 수트에 위트를 더했다.

le19M의 공방에서 제작한 플리츠, 깃털 장식, 자수, 모자 등이 어우러지며 컬렉션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트위드로 완성한 뉴스보이 캡과 볼드한 골드 메탈 액세서리! CC 로고를 새긴 하트 참이 사랑스럽다.

하우스의 정교한 테일러링과 공방의 테크닉을 엿볼 수 있는 트위드. 니트와 레이스를 장식해 여성미를 더했다.

영국적 영감은 다양한 니트 의상에서 발현됐다. 그리고 두드러진 건 하운즈투스 체크! 자주색 오프숄더 니트 드레스와 앙증맞은 체인 백이 조화롭다.

트위드의 나라 영국답게 다양한 패턴과 컬러의 트위드가 컬렉션을 채웠다. 블랙 메리 제인 슈즈와 어울린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의 크롭트 트위드 수트가 담백하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샤넬(Chanel).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는 덴마크인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여유 있는 말투로 요즘 모델의 삶이 얼마나 바쁜지 늘어놓았다. 스물두 살의 모델은 이탈리아에서 토즈 하우스와의 일을 마치고, 곧바로 지방시 캠페인 피팅을 하기 위해 파리로 날아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다음 날은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덴마크 오르후스(Aarhus)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식이다. 이 인터뷰가 진행될 때만 해도 운전기사가 모는 차 뒷자리에서 <보그>와 전화 인터뷰 중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패션계가 사랑하는 호텔 코스트(Hôtel Costes)의 떠들썩한 안뜰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 전 잠시 짬을 낸 것이다.

아몬드 형태의 눈, 자잘한 주근깨가 섬세하게 내려앉은 코, 신이 내린 조각 같은 광대뼈가 있는 투가드의 얼굴은 지금 패션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페라가모, 알베르타 페레티, 알라이아, 샤넬 등 다수의 캠페인에 출연하고 있으며, 유명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모델이다. 무려 30개가 넘는 브랜드의 런웨이에 선 적도 있다. 진짜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1시간 뒤에 돌아올게요.” 투가드는 잠시 대화를 끊고 내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밝은 목소리로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파리 1구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코스트의 적갈색 타운 하우스 사이에 위치한 야외 바에서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로 바뀌었다. 우리는 그녀의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며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튀르키예 혈통의 투가드가 처음 모델로 스카우트된 건 열두 살 때 그가 살던 도시에서다. 그 후 열다섯 살 때 패션모델 선발 대회 ‘엘리트 모델 룩 덴마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광적인’ 러브콜을 받은 것은 2019년 가을/겨울 시즌이다. 프라다, 미우미우, 발렌티노, 스텔라 맥카트니, 루이 비통 런웨이에 서는 것도 모자라 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샤넬 컬렉션 클로징을 장식한 것이다. 그때부터 커리어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에는 가슴이 부각되는 줄무늬 디테일의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니트 드레스를 입고 영국 <보그> 4월호 표지 모델로 등장했다. 이 세로토닌을 샘솟게 하는 모습은 전 세계 수많은 <보그> 표지와 버버리, 보스, 막스마라 캠페인의 주인공 자리로 이어졌다. 모두 스물한 살이 채 되기도 전의 일이다.

“어린 나이에 스카우트됐다는 게 참 행운이었어요.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죠.” 투가드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패션계에서 공동체 의식을 표출한다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특히 LGBTQ+인 투가드 같은 모델에게는 더 그렇다. 오랫동안 이성애 중심적인 규범으로 비난받아온 곳이다. 여성 모델에게 아마존 여전사 혹은 비쩍 마른 모습을 종용하고, 향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섹시한 이성애자 커플 이미지를 흔히 활용하며, 여성 모델들이 열정적으로 껴안고 있는 사진을 찍더라도 레즈비언적 시선이 아닌 남성적 시선처럼 느껴지는 젠더 규범이 만연하다. 많은 모델이 커밍아웃을 하면 유명 브랜드에 캐스팅될 기회, 더 나아가 자신의 경력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이다. 투가드도 그런 경우였을까?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패션계가 정체성을 깨닫는 데 도움을 줬다고 봐야죠.” 그가 신중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모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여자가 좋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그러다 한 여자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죠. LGBTQ+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건 아주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처럼 느껴졌어요.”

투가드는 일을 하면서 커밍아웃 하는 건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무슬림과 크리스천으로 구성된 가족에게 밝히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떤 판단을 내릴지 무서웠죠. 더 이상 저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웠어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혔을까? “무작정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갔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우리가 ‘꽁냥대는’ 걸 보시고 대충 상황을 파악하셨어요.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고 하시기에 저도 ‘네, 행복해요’라고 대답했어요.”

투가드는 자신의 성공을 좀 더 유용하게 쓰고 싶었다. 2022년 1월, 인스타그램에 뮈글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시 캐드월라더(Casey Cadwallader)의 퀴어 및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포용하는 다양한 캐스팅에 대해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모두를 포함시키고, 그들의 쇼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정말 좋아합니다.” 2022년 프랑스 <보그> 8월호 표지 촬영을 직업적으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자신과 같은 소말리아 혈통의 히잡을 쓰는 모델 웅바드 아브디(Ugbad Abdi)와 함께한 것이다. “잡지가 출간됐을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저와 같은 무슬림과 유색인종을 위한 것이 되길 바랐거든요.”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투가드는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잠수교에서 루이 비통 2023 프리폴 쇼를 마치고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한국의 수도에서 휴가 대부분을 보냈다. 시간이 있으면 추상화를 그리거나 시를 쓰기도 한다. 옷 입는 스타일마저 편안하다. 광고 속 섹시한 베르사체 걸이나 해변가를 거니는 이자벨 마랑의 보헤미안 같은 모습과 달리 카고 팬츠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리본 머리핀과 커다란 미러 선글라스를 매치하는 걸 더 선호한다.

“드레스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나서 저의 여성스러운 면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5년 전만 해도 드레스를 입는다는 건 완전히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죠.” 투가드는 여성스러운 의상을 시도해보면서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 모델이 성인이 되기까지 평범하지 않고, 정신없이 복잡한 길을 통해 걸어온 대단한 여정의 일부다. “학교에 다닐 땐 그저 남들과 다르지 않기만 바랍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나오면 진정한 내 모습을 찾게 되죠.”

    포토그래퍼
    션 앤 셍(Sean and Seng)
    패션 디렉터
    손은영
    김다혜, 로라 호킨스(Laura Hawkins)
    스타일리스트
    유정연(Yeon You)
    모델
    모나 투가드(Mona Tougaard@The Society)
    헤어
    프란치스카 프레셰(Franziska Presche@The Good Company Represents)
    메이크업
    젬마 스미스 에드하우스(Gemma Smith-Edhouse@LGA)
    네일
    에디타 베트카(Edyta Betka)
    캐스팅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프로덕션
    박인영(Inyoung Park@Visual Park), The Good Company Represents
    SPONSORED BY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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