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열심히 일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 듀란 랜팅크의 듀란 랜팅크
젊은 디자이너들이 짓는 미래, ‘2024 LVMH’ 디자이너 5인과의 인터뷰
이들이 꿈꾸고 만드는 것이 곧 패션의 미래가 된다. 2024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에 선정된 5개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과 미래.
2019년에 이어 LVMH 프라이즈에서 두 번째 부름을 받았다. 이번에는 파이널 진출자로서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듀란 랜팅크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포와 차를 다 뗀다 해도 그는 ‘컬렉션’만으로 패션계를 흥분시켰던 인물이다. 듀란 랜팅크의 2021 F/W 컬렉션이 끝난 후 모두가 그의 이름을 찾은 바 있다. 듀란? 듀런? 아니 드론. 네덜란드 수스트데이크 궁전에서 열린 쇼는 사람 대신 드론이 프런트 로를 지켰다. 모델 주위를 쫓아다니며 빙빙 소리를 내는 드론은 벌 같기도 하고, 인간미 없이 휴대폰으로 열정을 불태우는 패션계 인사 그 자체였으며, 언뜻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한 기계 부대로도 읽혔다. 여기저기에 컷아웃이 깊게 들어간 라인과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과감한 모델 선정도 인상적이었지만, 루이 비통의 가죽과 발망,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 아이템을 분해한 옷으로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발상 자체가 주목받았다. 코트는 드레스가, 원피스는 셔츠가, 셔츠는 바지가 됐다. 2024년의 그는 가슴이나 엉덩이를 기괴할 정도로 부풀린 의상으로 다시 한번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이제 빈티지를 활용하지 않고도 디자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노라 이야기한다. 패션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듀란 랜팅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2021년에 <보그 코리아>와 했던 인터뷰 기억하나?
맙소사, 기억이 안 난다. 미안하다. 요즘 인터뷰가 너무 많다. 컬렉션 준비로 바쁘고… 또 코로나도 있었고. 3년 전이었으니 이해한다. 젊은 디자이너들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였다. 아, 이제 확실히 생각났다. 좋았던 기억이 난다.
우린 그때 당신이 보내온 포트레이트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무게 잡지 않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내오는 신예 디자이너라니! 그게 당신의 다른 점이라고 느꼈다. 그 웃음에 변함은 없나?
지금도 웃고 있다! 즐거운 것은 정말 중요하다. 작업량이 많고 고된 일도 많기에 가끔은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일을 사랑하고, 하루를 뿌듯하게 마무리하기 때문에 다 괜찮다.
2021년 F/W 컬렉션 이후 수많은 언론에서 당신을 찾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은 더 유명해졌고. LVMH 프라이즈의 파이널리스트가 되었는데, 변화를 실감하나?
당시 드론 쇼로 주목받은 후 확실히 더 많이 알려진 부분이 있다. 나는 주변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항상 작업에 몰두하는 편이다. 드론 쇼와 2023년 사이에 공백이 있기도 했다. 그 사이 네덜란드에서 신경 다양성(Neurodiversity)을 지닌 사람들과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금은 파리에서 좀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쇼를 전개하고 있어 ‘행복하다’, 그뿐이다.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편은 아닌가 보다.
디자이너로서는 조금 두렵다. 예술 학교에 다닐 때부터 선생님들의 비평과 코멘트를 들으며 자랐잖나. 홍보와 인터뷰는 예술 학교에서 겪은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보다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이 좋고.
2024 F/W 듀란 스키(Duran-Ski) 컬렉션이 끝난 뒤, “겨울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해본 적이 없어요. 시간도, 돈도 없고요”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고 솔직히 충격이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성공과 실생활 사이의 간극이 큰가?
전혀 화려하지 않다. 난 정말 열심히 일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서 샤워하고, 아침 먹고, 스튜디오에 가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반복된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려면 무척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패션쇼도 마찬가지다. 많은 후원을 받고 있지만, 스튜디오는 전적으로 자비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재정적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모든 수입은 곧장 스튜디오로 재투입된다. 멋진 스키 여행은 주로 부모님과 가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요즘엔 부모님 두 분만 가신다. 이제 나랑 같이 가는 걸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웃음)
항상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꿈꿨나?
그렇다. 어느 우울한 월요일에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빼고는.
당신이 디자인한 자동차라니, 흥미롭다.
하지만 늘 옷에 관심이 많았다. 패션에 관심이 생긴 건 여섯 살 때였다. 직접 스타일링하고 옷으로 소통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내겐 아주 중요한 일이다. 옷은 중요한 소통 창구였고 지금도 그렇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과 입는 것, 당신이 만든 옷을 누군가가 입는 것. 세 가지 중 어떤 것이 가장 큰 기쁨을 주나?
당연히 첫 번째다. 이제 입는 것에 대한 흥미는 조금 지나간 듯하다.
같은 답을 예상했다. 당신의 작업 과정은 기본적으로 다른 브랜드의 옷을 해체하는 것인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코로나 사태와 드론 쇼 이후, 다른 브랜드 옷을 사용하는 것이 역효과가 났던 것 같다. 재고를 구하는 게 어렵기도 해서 ‘그래, 이제 다르게 해보자. 다른 디자이너의 재고를 사용하지 않고도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남은 재단과 옷을 찾고 있지만, 브랜드 조합이 아닌 클래식한 디자인을 변형하는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래식한 아이템에서 다양한 셰이프를 구상해본다. 요즘은 사각 더블브레스트 재킷 같은 것들을 만들고 있다.
당신의 디자인에선 항상 텍스처가 돋보인다. 가장 좋아하는 소재가 있다면?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부분이다. 늘 빈티지 의류로 옷을 만들어왔는데, 원단을 활용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빈티지와 원단 등 여러 가지를 조합 중이다. 매우 흥미롭고 설렌다!
그렇다면 예전 방식으로 작업하던 시절에 좋아했던 특정 브랜드의 원단이나 디자인이 있었나? 해체해보고 실망한 브랜드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까다로운 질문이다.(웃음)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 컬렉션이 있다. 고무 소재의 스커트가 근사했다. 꼭 작업하고 싶어 겨우 구했지만, 내겐 생소했던 접착 기법으로 제작된 거였다. 스커트를 잘랐지만, 어떻게 붙이는지 몰라서 결국 사용할 수 없었다. 라프 시몬스의 스커트를 망쳐버린 거다! 그땐 좀 실망스러웠다.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 제품도 사용했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소재가 아주 좋았다. 제대로 된 디자인의 제대로 된 소재였다. 총 6벌 정도 있었는데, 작업하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작업 방식도 궁금하다. 무드보드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빈티지 옷으로 가득 찬 옷걸이를 그저 바라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여전히 그렇다. 2개의 옷걸이에 빈티지 옷을 걸어놓고, 원단으로 모양을 잡으며 생각을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아, 이거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꾸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니 스튜디오 사람들이 미치려고 하지만.(웃음) 그래서 빈티지 아이템이 있으면 좋다. 옷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하며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잘라내기보다는 모티브로 활용하고 원단 모양을 잡는 데 사용한다. 그런 다음 우리만의 기법을 적용하는 거다.
“납작한 천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겁이 난다“고 디자이너 킴 엘러리(Kym Ellery)에게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의 옷들이 부풀려진 이유일까? 어떤 점에서 겁이 나는지?
좋은 질문이다! 실은 잘 모르겠다. 부풀린 부분은 사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새로운 셰이프를 찾아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클래식한 형태를 바꾸고 싶어서 하는 작업이다. 지금은 클래식을 리뉴얼하는 것이지만 언제나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이게 바로 패션이 여전히 흥미로운 이유다. 결코 “이게 전부야, 그 이상은 없어”라고 하지 않는다.
사실 부풀린 실루엣에 숏 팬츠, 긴 스타킹은 모두 당신의 시그니처로 보였다. 분명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항상 이런 형태와 실루엣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있나?
그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정말 진부하게 들리지만,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오는 거다.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의 DNA를 파악하고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트위드 재킷을 보면 샤넬이 바로 떠오르고, 로우 컷 데님과 트러커 캡을 보면 디스퀘어드가 생각나지 않나. 훗날 사람들이 디자인을 보고 “아, 저건 듀란 거네”라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DNA로 소통하고 싶다.
디자인을 할 때는 항상 자신으로서 당신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당신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니, 비슷한 실루엣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건가. 그게 바로 당신이니까.
물론 지난 세 시즌은 그랬다. 하지만 2021년 컬렉션을 보면 (실루엣이) 많이 다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들로 셰이프를 새롭게 만들고, 하이브리드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요즘은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과감한 노출에 집중하고 있고. 이 또한 내 DNA의 일부다. 다음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내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길 바란다.
패션의 측면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시대나 시기가 있나?
앤트워프 식스,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 알라이아, 뮈글러가 활동했던 패션의 전성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나는 아주 어렸지만, 어딘가 높은 곳에 이런 패션 세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패션계에는 근사한 순간이 정말 많지만, 그 시기가 패션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우리 인터뷰는 패션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료 디자이너나 패션업계 사람들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특정 주제가 있나?
패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에 관심이 아주 많다. 앞으로는 패브릭, 원단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천이 아닌 것을 몸에 두를 방법이 있는지 찾고 있다.
패브릭에서 벗어난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말 같다. 현대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장 큰 의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속 가능성은 마치 공기처럼 늘 존재해야 한다. 지금은 그 주제를 넘어선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자신과 스튜디오, 그리고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장 큰 의무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겐 좀 잔인한 질문 같지만 당신을 제외하고, LVMH 세미 파이널 진출자까지 포함해 누가 우승할 거라 생각하나? 그 이유는?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의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그녀는 정말 대단하다. 반드시 ‘LVMH 우승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강력하다. 니콜로 파스쿠알레티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패션 그 자체다.
#THE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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