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호다코바의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
젊은 디자이너들이 짓는 미래, ‘2024 LVMH’ 디자이너 5인과의 인터뷰
이들이 꿈꾸고 만드는 것이 곧 패션의 미래가 된다. 2024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에 선정된 5개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과 미래.
북유럽에서 LVMH 파이널리스트가 나온 것은 2017년 세실리에 반센 이후로 7년 만이다. 호다코바는 2019년 스웨덴 텍스타일 학교를 졸업한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이 2021년 시작한 패션 브랜드다. 지속 가능성, 업사이클링을 추구하는 브랜드이기도 한데, 그 방식이 날카롭지만 유쾌하다. 그녀가 옷의 재료로 삼는 건 버려진 벨트, 넥타이, 서류 가방 같은 시간의 때가 묻은 물건들이다. 물건의 본래 형태를 애써 지우려 하지도 않는다. 누가 봐도 숟가락인 숟가락들이 모여 한 벌의 드레스를 이룬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세계에서도 제법 도전적인 하우스라고 느껴지는 이유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옷을 입었을 때의 감각을 상상해본다. 숟가락의 차가운 촉감, 묵직한 무게감, 맞부딪혔을 때 날 쨍쨍한 소리 말이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 이 시대에 옷의 본질적 감각을 환기하는 브랜드, 호다코바와 LVMH 프라이즈 우승자 발표를 앞두고 대화를 나눴다.
일상의 물건을 옷의 재료로 삼는 기준이 있는가?
꽤 단순하고 명확하다. 보존하기 어렵거나 오래 입을 수 없는 소재로는 작업하지 않으려 한다. 쉽게 변하고 품질에 변수가 많은 제품을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
완성된 옷을 보면 기발함을 넘어 사물을 우리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런 시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든 사물에 대한 관점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세상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호기심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하고.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말이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과 직접 입는 것, 당신이 만든 옷을 누군가 입는 것 중에서 어떤 걸 가장 좋아하는가?
창조하는 행위를 사랑한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우아함을 발견하곤 한다. 작품을 해체하는 것도 즐긴다. 기존 구조가 어땠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배우게 되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
디지털, 과학기술 같은 요즘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나는 디지털보다 ‘실체’를 더 좋아한다. 모든 감각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곧 현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감각들은 터치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우리는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과잉의 세상에서 촉각적 경험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브랜드 역시 기술 활용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보 검색을 위해 사용하는 것과 브랜드 마케팅 사이에서 말이다.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거나 향수를 느끼는 시대의 패션이 있는가?
1500년대 중반부터 후반, 그리고 1990년대 미학을 정말 좋아한다. 두 시기 모두 장식과 셰이프, 미니멀리즘이 균형감 있게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관심을 갖는 건 예술이 만들어낸 템포, 그 자체다. 시간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작품에 사용한 소재를 통해 어떻게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현재 패션업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망한 적도 있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신생 브랜드를 보면 진심으로 놀랍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패션업계에 기여하기는커녕 문제를 키우고 있다.
최근 동료 디자이너나 패션업계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나 화제가 있다면?
대형 패션 하우스의 발전. 이들이 변화하는 시장에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그리고 패션업계는 지금 여타 문화 영역에 비해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산업이 마주한 상황에 대응할 방법에 대해서도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
오늘날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의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장인 정신의 고양’이다. 그리고 창의성을 원동력으로 하는 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하면 지속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THE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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