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주문하고 싶은 먹음직스러운 백
2022년 SNS를 도배했던 칩스 백을 기억하나요?
이케아 가방과 쓰레기봉투에 이은 감자칩 봉투라니. 뎀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시의적절하긴 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늘어난 스낵과 정크 푸드 수요,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진다는 패스트푸드와 패스트 패션의 교집합 등 굳이 의미를 붙이라면 수없이 붙일 수 있었죠. 유쾌한 디자인과 달리 어둑했던 쇼 분위기도 한몫했고요(당시엔 레이즈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최근엔 자체적으로 감자칩 백을 만들었습니다).
백과 음식이 본격적으로 친구가 된 건 1997년 펜디의 바게트 백부터였습니다. 바게트 모양이 아닌 팔 아래 바게트를 끼운 포즈에서 영감을 받긴 했지만요. 아, 반짝이는 컵케이크 모양의 클러치로 이름을 알린 주디스 러버도 있죠. 역시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했던 친구입니다. 이후 음식은 패션과 가방의 세계에서 꾸준히, 위트 넘치는 형태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2024년 음식은 또다시 런웨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요즘 분위기가 디자이너들의 무의식을 건드린 걸까요? ‘재료’가 비교적 건강해졌다는 점이 귀엽고 재밌습니다.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 2024 F/W 컬렉션에서 아스파라거스 모양의 백을 선보였습니다. 채소로 수놓은 스퀴즈 백도, 지난달 SNS에 올린 토마토 클러치도 참 싱싱해 보였고요.
한편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자신의 고향인 보르도를 상징하는 포도를 선택했습니다. 보트레이트는 손으로 한 번 푹 찔러보고픈 부라타 치즈 모양의 백을 선보였죠. 페데리코 치나는 토르텔리니를 쏙 빼닮은 백을 색깔별로 준비했습니다.
일상의 풍경을 옮겨 오려는 시도도 계속됐습니다. 언더커버의 모델들은 슈퍼마켓 봉투, 요가 백, 그리고 바게트 전용 백을 들고 런웨이를 가로질렀습니다. 발렌시아가는 마트 장바구니 모양의 앤트워프 토트백도 모자라 2024 프리폴 컬렉션에서는 급기야 LA 슈퍼마켓 에러헌(Erewhon)과 협업해 종이 토트백을 내놓았고요. 모스키노는 거대한 수박 클러치를 품에 앉았습니다. 비즈 장식으로 토마토소스가 묻은 듯한 얼룩을 연출한 탱크 톱도 인상 깊었지만요.
음식은 스포츠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입니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반응하고 공감할 수 있죠. 온갖 종류의 컬러감과 텍스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디자이너들에게 풍부한 영감이 되어줄 테고요. 재미나 실용성을 떠나 패션과 음식은 날이 갈수록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맛깔스러운 만남이 우리 삶에도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될 거란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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