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스 디올’, 과거와 미래를 조합한 향
향기처럼 비물질적 요소를 체험하는 공간의 기획은 크리스챤 디올 뷰티에 흥미로운 도전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이들의 끈질긴 구애, ‘미스 디올’이 그 궤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지난 4월 15일 오후 3시경 크리스챤 디올 뷰티 코리아 담당자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6월 중순 일본 도쿄에서 성대하게 열리는 ‘미스 디올’ 전시회에서 한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나탈리 포트만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보그>에 주어진 것이다.
이 유례없는 프로젝트는 2013년 11월 파리 그랑 팔레에서 시작됐다. 그 후 2014년 6월 상하이, 2021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크리스챤 디올의 저택 샤토 드 라 콜 누아르에서 펼쳐졌고, 2023년 5월 서울 성수를 지나 지난 6월 16일부터 도쿄 롯폰기 뮤지엄에서 <미스 디올 도쿄 전시회(Miss Dior Exhibition ‘Stories of a Miss’)>가 열려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었다. 건축가 시게마쓰 쇼헤이(Shohei Shigematsu)가 이끄는 OMA가 디자인한 이 전시는 1947년 디올의 혁명적인 ‘뉴 룩’과 더불어 출시한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이 77년에 걸쳐 쌓아온 유산을 보여준다. 총 7개 공간으로 이어지는 향기로운 여정의 전시는 향수와 관련된 기념품을 선보일 뿐 아니라 문화적인 의미까지 고취했던 다채로운 영감의 순간과 협업의 발자취를 따른다.
전시품은 역사적인 아이템부터 현대적인 작품, 오뜨 꾸뛰르에서 일상 패션, 오리지널 창작품에 흥미로운 복제품, 레퍼런스와 아티스트의 설명, 클래식 디자인부터 최신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상징적인 디자인 코드와 시간을 초월하면서도 현대적인 ‘미스 디올’의 정신을 담아냄으로써, 전 세계 아티스트 12인이 이 향수를 독창적인 예술 작품으로 해석하고 그것에 영원성을 부여하도록 전권을 위임받았다. 그 결과 주요 플로럴 에센스, 여성성의 본질, 그리고 프랑스 최고 전문가가 만든 새틴 자카드의 아이코닉 리본을 융합한 조각품과 설치물 등 12점의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이 전시회의 목적은 순차적인 스토리의 전달이 아니라 그 향수의 역사를 둘러싼 다면적인 상호작용과 서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7개 공간이 ‘미스 디올’이라는 전설적인 향수의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와 기하학적 구조라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각기 다른 측면을 차분하면서도 강력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강제수용소로 추방된 크리스챤 디올의 여동생 카트린 디올(Catherine Dior)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미스 디올’과 그 향수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뮤즈가 되었습니다.” <보그>를 비롯해 선택받은 소수의 인원만 초청한 프리뷰 세션의 도슨트를 맡은 디올 뷰티 브랜드 컬처 & 헤리티지 디렉터 프레데릭 부르들리에(Frederic Bourdelier)가 말을 이었다. 첫 번째 공간인 ‘미스 디올: 스토리즈 오브 어 미스(Miss Dior: Stories of a Miss)’는 전시회에 대한 프리뷰 역할을 하며, 의미 있는 작품과 작은 사이즈의 복제품을 전시한다. “특히 전설적인 ‘미스 디올’ 리본의 움직임으로 안내하는 시노그래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글로벌 아티스트가 창조한 작품은 ‘미스 디올’의 자유로운 정신을 기리죠.” 전시를 위해 7년 만에 도쿄를 찾은 나탈리 포트만의 감상이다.
이어지는 공간 ‘미스 디올 바이 에바 조스팽(Miss Dior by Eva Jospin)’은 클래식 건축양식에서 힌트를 얻은 반구형으로,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의 자수 태피스트리로 그 아름다움이 한층 돋보인다. 그 중심에는 조스팽이 디자인한 ‘미스 디올 프레스티지 에디션’ 향수를 진열해놓은 유리장 하나가 자리한다. 인도 차나키야(Chanakya) 공방의 여성들이 만개한 꽃을 수놓은 오간자 리본이 보틀 넥에 부착된 이 향수는 미니 박스와 함께 제공되며 오직 150개만 특별 제작되었다.
눈과 코가 즐거워지는 황홀한 순간은 다음 공간인 ‘필즈 오브 플라워스(Fields of Flowers)’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서 꾸뛰르 패브릭이 연상되는 꽃 모양 분사기를 통해 ‘미스 디올’ 향수의 원재료인 다섯 가지 꽃향기를 원 없이 체험할 수 있다.
‘미스 디올: 스토리즈 오브 어 미스’의 리본 모티브는 ‘미스 디올’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 옆에 마련된 ‘미스 디올: 레디 투 웨어의 탄생(Miss Dior: The Birth of Ready-to-Wear)’은 강렬한 기하학적 전시를 통해 1967년 디올이 첫선을 보인 레디 투 웨어 라인을 기념한다. ‘디올 일러스트레이티드(Dior Illustrated)’는 일러스트레이터 르네 그뤼오(René Gruau)와 마츠 구스타프손(Mats Gustafson)의 실물 사이즈 프린트를 전시한다. 그 열기가 가시기 전, 몰입도 넘치는 풍경 속에 꾸뛰르 의상, 예술 작품과 향수병을 합쳐놓음으로써 전시의 백미를 장식하는 ‘더 미스 디올 드림(The Miss Dior Dream)’으로 마무리된다. OMA의 파트너 시게마쓰 쇼헤이, 부대표 크리스티 쳉(Christy Cheng), 프로젝트 건축가 얀 카시미르(Jan Casimir) 그리고 OMA 뉴욕 지사가 이 전시의 디자인을 맡았다. “우리는 ‘미스 디올’의 다양한 콘텐츠, 분위기, 서사를 반영하고자 시간을 초월한 아이코노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각기 다른 테마를 연결하는 전시로 디자인했습니다. 주요 모티브와 함께 시각과 후각이라는 자극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미스 디올’의 세계로 옮겨가는 비현실적인 환경으로 해석했죠.” 시게마쓰 쇼헤이는 전한다.
비주얼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아주 강력한 수단이다. 따라서 우린 언제나 즉각적으로 시각적 요소에 주목한다. 패션과 뷰티 영역에서 비주얼이란 소비자와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주 강력한 매개체인 셈이다. 이를테면 공항에서 ‘미스 디올’ 광고판을 보고 “흥미로운걸. 저 제품을 한번 찾아봐야겠어”라고 떠올리는 것처럼. 이처럼 시각적 요소, 즉 비주얼을 통해 브랜드는 소비자와 소통하게 된다.
지난 5월 크리스챤 디올 뷰티에서 ‘미스 디올’의 리뉴얼 버전을 발표하자, 이미 ‘미스 디올’의 아이코닉한 꽃향기에 푹 빠져 있던 전 세계 여성 팬들은 한층 더 새로워진 제품을 쓸 생각에 환호했다. 사랑과 자유를 상징하는 하우스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의 전설적인 시프레 에센스가 프루티 플로럴 어코드와 관능적인 앰버리 우드의 조합으로 부활한 ‘미스 디올 퍼퓸’이 주인공이다. 지금부터 이번 전시의 핵심인 ‘미스 디올’을 조명하며, 과거와 현재에서 발견한 다섯 가지 인사이트를 함께 살펴보자.
하나,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패션과 뷰티. 1947년 크리스챤 디올은 자신의 패션과 시대정신을 반영한 향수를 원했고, 재스민 향기로 가득한 프로방스의 어느 여름밤, 그의 첫 향수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천상의 빛을 탐구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와 고니로 변신한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을 나타내는 별자리 쌍둥이자리 중 형인 ‘카스토르(Castor)’는 ‘미스 디올’의 이름을 공개하기 전 향수를 부르는 암호명이었다. 이토록 찬란한 후일담을 지닌 ‘미스 디올’은 이 시대를 위한 향수로 입지를 확고히 굳혀나간다. “이 향수는 크리스챤 디올이 자신의 첫 패션쇼를 열었던 바로 그날 보여준 뛰어난 글로벌 비전의 화신입니다. 디올이 시대를 초월한 향수 브랜드이자 가장 매력적인 꾸뛰르 하우스로 거듭나는 데 일조했죠.” 공식 발표문에 담긴 디올 퍼퓸 CEO 베로니크 쿠르투아(Véronique Courtois)의 말이다.
둘, 향수의 또 다른 주목 포인트, 조향사. ‘미스 디올’의 팬이라면 또 한 번 환호할 소식이다. ‘미스 디올 퍼퓸’의 제작자는 ‘미다스의 코’ 프란시스 커정(Francis Kurkdjian)이다(이로 인한 새로운 팬층도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미스 디올’을 구상한다는 것은 단순한 원료의 조합을 뛰어넘어 그 시대의 젊음을 향기로 담아내고자 하는 열정입니다.” 프란시스 커정이 선보이는 ‘미스 디올 퍼퓸’은 곧 모던 시프레다. 은은한 야생 딸기향을 더한 재스민 노트는 현대적인 감성을 표방하며, 앰버 우드와 만나 더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한 구성으로 우리 여자들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셋, 모방이 아닌 오마주. 기존과 완전히 같지도, 그렇다고 전혀 다르지도 않은 ‘미스 디올’만의 아이덴티티는 기존 팬덤과 새로운 향을 찾아 헤매는 향수 유목민에게 희소식일 것이다. 기존 ‘미스 디올’이 화사하고 포근한, 프루티하면서도 감미로운 매력으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새로워진 ‘미스 디올 퍼퓸’은 오리지널 ‘미스 디올’ 향수의 핵심 원료인 재스민에 대한 찬사를 담아, 신선한 만다린과 조화를 이루며 더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여기에 지속력까지 더하니, 베스트셀러가 될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입안에 제철 과일을 한가득 머금은 듯 탐미적인 플로럴 노트와 짙고 우디한 앰버 노트의 대조가 전하는 반전 매력으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1년 내내 사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넷, ‘리본’에 대하여. ‘미스 디올’ 고유의 투명한 사각 유리병과 사랑스러운 분홍빛 내용물은 여전하다. 하지만 뚜껑을 감싸는 중성적 매력의 자카드 리본이 돋보인다. 일명 ‘스왈로우테일’로 유명 리본 제작 아틀리에 메종 포레(Maison Faure)의 섬세한 직조로 완성한 실버 리본은 루렉스 실로 짜여 ‘미스 디올 퍼퓸’이 각인된 라벨과 조화를 이루며 꾸뛰르 뷰티의 면모를 뽐낸다.
다섯, 당당한 여성상에 찬사를! 향수를 통해 더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내면이 아름답지 못한 이를 진정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으로부터, 그리고 스스로를 나타내는 방식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기에 당차고 파워풀한 여성성의 상징인 ‘미스 디올’이 우리를 향해 또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아름다움을 향한 디올 뷰티의 끈질긴 구애, ‘미스 디올’이 그 궤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향수 애호가부터 뷰티 에디터, 나탈리 포트만과 지수를 비롯한 톱스타까지 누구든 만족시킬 수 있는 ‘미스 디올 퍼퓸’이라면, 모두의 ‘인생 향수’가 된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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