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맥이 가장 잘하는 것, 포용성과 아티스트리

2024.07.23

맥이 가장 잘하는 것, 포용성과 아티스트리

핵심 철학을 구현하는 창작 능력, 섬세한 터치, 유려한 대화 기술. 브랜드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은 단순히 뛰어난 감각에 그치지 않는다. 이 모두를 겸비한 메이크업 브랜드의 대표 ‘남성’ 아티스트 3인을 〈보그〉가 만났다.

(왼쪽부터) 톱과 스커트는 와이씨에이치(YCH), 귀고리는 에이치앤엠(H&M), 뱅글은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귀고리와 반지는 톰 우드(Tom Wood).
ICONIC FORTY 1984년 ‘포토제닉’한 색조 제품을 만들고자 했던 두 청년에 의해 탄생한 맥. 이 뷰티 브랜드가 걸어온 길을 한 단어로 축약하면 ‘다양성’이다. 흑인, 성 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지지를 보내며 여러 캠페인과 후원 활동을 통해 모든 인종, 성별, 연령을 막론한 자유를 강조해왔다. 이토록 꾸준히 전파해온 메시지로 오늘날 맥은 정형화된 틀을 깨는 아름다움으로 정의된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은 전문성을 탑재한 탁월한 제품력과 메이크업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창의성이 단단히 뒷받침되었기에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맥이 전 세계에 보유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만 1만3,000여 명. 4대 패션 위크의 백스테이지를 지휘하는 아티스트의 역량은 무한한 소통이 이뤄지는 그들만의 커뮤니티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열린 태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 만들어진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맥은 우리에게 그들의 본질인 두 가지 키워드를 전해왔다. 포용성과 전문성. 그리고 그 개념을 의인화한 시니어 아티스트 이성욱은 오늘도 모델들의 얼굴에 맥의 정체성을 그려나간다.
VIVA LA DIVA 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제품은 총알 모양 케이스의 립스틱. 그 가운데 ‘맥시멀 실키 매트 립스틱 비바 글램’은 1994년부터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평등 권리를 증진하는 단체에 기부해왔다. 커뮤니티의 힘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움직임과 포용성의 메시지를 내포한 상징적인 립스틱인 것. “사회 환원이라는 뜻깊은 메시지를 지닌 동시에 붉은 색감과 군더더기 없는 매트 텍스처가 정말 아름다운 립스틱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이 립스틱의 매력을 알아챌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택했죠.” 이성욱은 ‘#비바 하트’ 컬러를 바른 또렷한 레드 립으로 포인트를 준 뷰티 룩에 대해 설명했다. 결점 없이 매끈한 피부 바탕은 ‘하이퍼 리얼™ 세러마이저 스킨 밸런싱 하이드레이션 세럼’과 ‘스튜디오 픽스 플루이드 소프트 매트 파운데이션’의 조합, 풍성한 속눈썹은 ‘맥스택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를 덧바른 것.
BOLD VIEW 맥을 지탱하는 주요한 가치는 ‘아티스트리(Artistry)’. 대담한 자기표현과 때로는 권위를 뒤엎는 태도를 북돋는 방향성은 전문 기술을 익힌 아티스트에게 자신만의 예술성을 발휘하게 한다. 레드 컬러로 다양한 텍스처를 표현한 강렬한 눈매와 입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저 눈두덩에 ‘커넥트 인 컬러 아이 섀도우 팔레트 #임베디드 인 버건디’의 가장 붉은색 아이섀도를 발라 끝이 날렵하게 올라간 형태를 만들었다. 한가운데에 베이지 브라운 컬러를 블렌딩한 뒤 ‘스쿼트 플럼핑 글로스 밤 #시뮬레이션’을 얹어 광택을 표현하고, 눈 앞머리는 메탈릭한 질감의 ‘엑스트라 디멘션 아이섀도우 #아머러스 알로이’를 터치했다. 립스틱을 바른 입술 위에도 아이섀도를 레이어드해 은은한 반짝임을 연출한 것이 포인트.

맥과 인연을 맺은 지 15년째. 시니어 아티스트 이성욱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오롯이 이 브랜드에서 일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배웠다. 날렵한 눈매와 체형에서 기민함이 느껴지는 그는 소문난 ‘워커홀릭’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조차 따로 마련해둔 스튜디오 공간에서 스스로 뷰티 캔버스를 자처하며 실험적인 메이크업 룩을 선보인다. 스트레스 관리법을 묻는 질문에 “따로 관리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답해 주변의 걱정을 사지만, 그는 꿈꿔온 맥과 함께하는 매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을 뿐이다.

오늘의 뷰티 아이디어인 포용성과 아티스트의 전문성, 두 가지 키워드는 개인적인 삶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맥은 뷰티 기업인 동시에 하나의 문화예요. 기준을 정해두지 않고 모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격려하죠. 제가 봐도 저는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할 만큼 독특한 캐릭터예요. 시니컬하고, 말을 거침없이 할 때도 있죠. 하지만 자유로운 듯 하나가 되는 맥만의 문화는 이성욱이라는 존재에 대한 긍정과 응원을 보내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브랜드 DNA를 증명하기 위해 늘 기술을 다지고, 창의적인 영감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맥의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요.

패션을 사랑했지만 스스로를 꾸미는 것만큼 남들의 옷을 스타일링해주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어요. 그런데 메이크업은 왠지 모르게 달랐어요. 우연히 맥 프로 아티스트 팀이 백스테이지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온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저 자리에 가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이 자리에 올랐죠. 15년을 한 브랜드에서 일했다고 말하면 다들 깜짝 놀라더군요. 스스로도 박수 받을 일이라 여겨요.

이토록 오래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맥은 획일화된 아티스트의 모습을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등 각자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죠. 또한 아티스트의 공간을 매장이나 사무실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SNS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매출과 연계되지 않는 백스테이지 등의 현장 활동을 독려해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트렌드 최전방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를 양성하죠.

브랜드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은 뭔가요?

‘쪼’가 없는 것. 사람 얼굴은 저마다 다르고, 유행은 하나가 아니며, 트렌드가 변화하는 속도 또한 너무 빠르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메이크업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특별한 장르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메이크업은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얼굴에 미감을 펼쳐야 하는 작업이죠. 창의성을 예술적으로 승화하기 위해선 ‘기본기’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오늘 레드 립으로 연출해본 ‘비바 글램 립스틱’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1994년 드래그 퀸 가수 루폴(RuPaul)을 내세운 캠페인처럼 늘 파격적이고 강렬한 비주얼로 다양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콘텐츠 제작에도 능한 당신이 만든 캠페인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캠페인이든 첫 번째 목적은 많은 사람이 인식하는 거죠. 에이즈 환자를 후원하는 캠페인으로 대부분 알고 있지만,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으로 의미가 더 확대됐어요. 국내에서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익금을 100% 기부하는 만큼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물과 협업을 해보고 싶군요. 또는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연예인과 함께 화보 촬영을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이 립스틱의 존재를 알게 되겠죠?

직접 등장해도 좋을 것 같군요. 넘치는 끼로 이직 제안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실상은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극 ‘I’ 성향이라, 지금은 다른 자아를 유지 중이에요. 이런저런 제의는 늘 많았지만 솔깃하게 느껴지는 건 없었어요. 어떤 상황이든 1안부터 3안까지 만들어놓을 만큼 뚜렷한 걸 좋아하는데, 맥을 뛰어넘는 매력적인 제안은 단 한 번도 없었죠.

올해로 맥이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간 전해온 메시지는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을 확립했죠. 당신이 기대하고 전망하는 브랜드의 미래는?

계속 변화하며 앞서가지 않을까요? 남성의 메이크업을 부담스럽게 여기던 시대에도 맥의 남성 아티스트는 화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뽐냈죠. 이전과 지금의 뷰티에 대한 정의가 다르듯, 맥은 끊임없이 새롭고 기발한 트렌드를 제안하고 만들어나갈 것이고 그게 받아들여지는 시점은 언제든 도래할 거예요. 앞장선다고 반드시 멀리 있지는 않아요. 소셜 미디어, 화려한 레드 카펫, 백스테이지에서 대중과 연예인, 인플루언서들과 가까운 곳에서 열렬히 활동 중이니까요.

    포토그래퍼
    장기평
    모델
    장민영, 이수아
    헤어
    최은영
    네일
    최지숙
    스타일리스트
    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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