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장 완벽한 평안이 숨 쉬는 곳, 퀴논

2024.08.06

가장 완벽한 평안이 숨 쉬는 곳, 퀴논

생소하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퀴논.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모습.

아름다운 해변으로 ‘베트남의 몰디브’라고도 불리는 곳. 모험심 넘치는 현지 여행객들의 트레킹 지역이자, 다낭이나 푸꾸옥에 질린 외국 여행객 사이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곳, 퀴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 노선이 없어 호찌민을 경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발자취가 드문 것이 장점일까? 고백하자면, 약간의 리서치 후 ‘귀찮음을 무릅쓰고 갈 만한 곳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난타라 퀴논 빌라에 도착하고 채 하룻밤이 지나기도 전, 그런 의구심은 말끔히 사라졌지만 말이다.

아난타라 비엣티지 열차 내부의 모습.
아난타라 비엣티지의 싯업 바.

최근 퀴논으로 향하는 가장 편리한 교통편이 새로이 도입됐다. 한국에서 직항편을 운항하는 나트랑이나 다낭에서 먼저 시간을 보낸 뒤, 퀴논으로 향할 수 있는 기찻길이 열린 것. 아난타라 그룹이 선보이는 럭셔리 기차, ‘비엣티지(Vietage)’ 이야기다. 다낭에서 캐논은 약 6시간, 그리고 나트랑에서 퀴논까지는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베트남 소도시 풍경.

비엣티지에는 낭만과 럭셔리가 공존한다. 나트랑 기차역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벨보이가 ‘Vietage’라고 쓴 팻말을 든 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골든 티켓’을 연상시키는 탑승권을 받아 든 탑승객들이 내부로 들어서자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직 12명의 탑승객만을 위한 좌식 바는 물론, 아담한 크기의 스파 룸까지 아기자기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좌석 밑 공간에는 개인용 안대와 슬리퍼, 목 베개, 담요 등이 준비돼 편안한 이동을 도왔다. 여기에 차창 밖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베트남 소도시 풍경은 오로지 기차만이 줄 수 있는 ‘낭만’을 선사한다. 당연히 비행기를 탔더라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현지 풍경을 눈으로 감상하고, 끝없이 제공되는 핑거 푸드와 칵테일을 즐기다 보니 이동 시간이 되레 짧게 느껴졌다.

퀴논의 기차역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아난타라 퀴논 빌라에 도착하면, 맑은 징 소리가 가장 먼저 투숙객을 반긴다. 징의 울림은 일상과는 동떨어진, 오직 평온만이 존재하는 공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느껴졌다. 이후,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흐르는 기분 좋은 정적은 퀴논에 오길 잘했다는 기쁨으로 채워졌다.

비치 프런트 풀 빌라의 항공 뷰.
힐 사이드 풀 빌라 내부.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위치한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방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산 중턱에 위치한 힐 사이드 풀 빌라와 해변과 연결되어 있는 비치 프런트 풀 빌라다. 비치 프런트 객실은 물론, 힐 사이드 객실에서도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객실 수는 26개에 불과해 약 66,110㎡(2만 평)에 달하는 거대 리조트를 전세 낸 듯한 느낌을 주며, 모든 방에 딸린 개인 풀에서는 언제든 고요 속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매일 아침 5시 30분경, 리조트 앞 해변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투숙객들에게는 특별한 요구 사항이 전달된다. 커튼을 열어둔 채 잠드는 것. 매일 아침, 수평선 위로 고개를 내미는 주황빛 태양을 목도하는 것이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통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뜨는 경험은 자연과 나누는 인사이자 아난타라 퀴논만이 주는 호사다.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싫어해 주말에는 늘 오후에 눈을 뜨곤 하는 나로서도, 커튼을 열어두고 잔 것에 대한 후회는 일절 없었을 정도니까.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스파 로비. 베트남식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 자리 잡은 스파 역시 완벽한 평온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퀴논 빌라 스파의 시그니처인 차크라 크리스털 밸런싱, 코코넛 목욕 후 마사지를 제공하는 저니 오브 베트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절경과 고요 속에서 즐기는 수영과 스파만이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전부는 아니다. 허기가 지면 공용 풀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 씨.파이어.솔트(Sea.Fire.Salt)가 향으로 투숙객을 유혹한다. 각종 육류와 해산물을 바비큐로 내놓는 아난타라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이자, 베트남 전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셰프, 빈 트란(Vinh Tran)이 총괄하는 곳이다. 마지막 밤 디너를 그의 음식으로 채우니 아쉬움은 곧 충만함으로 바뀌었다.

지역색이 멋스럽게 녹아 있는 씨.파이어.솔트 레스토랑.

퀴논은 과거 참파 왕국의 마지막 수도였으며, 지금은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빈 딘(Binh Dinh) 성의 성도이기도 하다. 먼 길을 달려 퀴논을 방문한 만큼 지역색을 느끼고 싶다면, 참파 왕국의 유적인 탑 도이(Thap Doi) 방문을 권한다. 기존 베트남의 관광도시에서 봐왔던 것과는 또 다른, 과거 보르네오 일대에서 거주하던 참족의 건축양식을 직접 감상할 기회다.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20m의 탑을 쌓는 참족의 건축양식은 9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해변가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다면? 거대한 리조트 부지에서 산책을 즐기며, 리조트 구석구석에 숨겨진 베트남식 인테리어를 찾는 것도 재미다. 로비의 의자와 소파는 베트남의 전통 바구니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했으며, 씨.파이어.솔트의 모든 음식과 음료는 빈딘 성에서 제작한 도자기 그릇에 제공된다. 보다 이색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아난타라 퀴논 빌라의 보안을 총괄하는 트란 반 푹(Tran Van Phuc)에게 직접 베트남 전통 무술 ‘비엣 보다오(Viet Vo Dao)’를 배울 수도 있다. 빈 딘 성에서도 손꼽히는 비엣 보다오 전문가, ‘마스터 푹’이 전통 무술을 쉽고 친근하게 알려준다. 특히 선제공격하는 법 없이 모든 동작이 방어와 제압에 초점이 맞춰진 비엣 보다오를 배우며, 평화로운 아난타라 퀴논 빌라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무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난타라 퀴논 빌라에서 보낸 이틀의 일정은 꽤 빠듯했다. 다소 늦은 시간까지 디너를 즐긴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일출 시간에 맞춰 눈을 떠야 했던 것. 평소 같았다면 머릿속이 ‘그 시간에 눈을 뜰 수 있을까’ 같은 걱정부터 시작해 ‘일찍 일어나는 건 질색인데’ 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겠지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온전한 휴식을 취해서다. 방에 도착해 밴드 R.E.M의 ‘Nightswimming’을 들으며 잠시 밤 수영을 즐긴 뒤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커튼은 활짝 열어둔 채로. 퀴논을 떠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그곳에서 충전한 내 배터리는 아직까지도 쌩쌩하다.

사진
아난타라 제공, 안건호
Sponsored by
Anantara Quy Nhon Villas, 해시컴퍼니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