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서로의 숨이 휘파람이 될 때, 박보나의 ‘휘슬러스’展

2024.08.16

서로의 숨이 휘파람이 될 때, 박보나의 ‘휘슬러스’展

여성의 우정은 정말 얄팍한 것일까요? 한동안 글쓰기에 매진하던 박보나 작가가 여성의 우정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전시 <휘슬러스(Whistlers)>로 돌아왔습니다.

박보나, ‘휘휘파파’, 22’52’’, 4K Video with sound, 2024. 갤러리조선 제공

이번 전시는 탈성매매 여성 지원 단체 ‘윙(Wing)’과 박보나 작가의 인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53년 전쟁고아나 과부를 돌보기 위해 설립된 ‘윙’은 1996년부터는 탈성매매 여성 및 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보나 작가는 윙의 기사를 우연히 접한 뒤 글을 썼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단체의 여성들과 함께 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죠.

전시는 지난해 윙 설립 70주년을 맞아 진행한 워크숍을 바탕으로 기획되었고요. 전시 제목이기도 한 ‘휘슬러스’는 윙의 여성 12명과 함께 만든 비디오 작업물입니다. 12명이 나란히 서서 서로의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면서 옆 사람의 휘파람을 이어 부르는 모습이 담겼죠. 근사한 휘파람 소리를 기대했다면 아쉽게도 원하는 장면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입에서 바람이 부는 ‘휘-휘-‘ 소리만 나오거든요.

박보나, ‘휘슬러스’, 5’03’’, 4K Video with sound, 2023. 갤러리조선 제공

“우리는 옆 사람이 내뱉은 숨을 다시 마시며 함께 살고 있다. 이 관계는 너무나 긴밀해서, 하나가 쓰러지면, 나머지도 같이 줄줄이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무너지지 않으려면, 서로의 손을 잡고 상대와 보조를 맞춰 걸어야만 한다.”

박보나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한겨레출판사, 2021)

이렇게 서로에게 숨을 보태주는 마음은 시가 되어 작가의 지인들이 기부한 티셔츠 위에 ‘휘파람 부는 법(How to Whistle)'(2024)으로 새겨졌습니다.

박보나 개인전 ‘휘슬러스’ 설치 전경, 티셔츠(T-shirts donated by): 김단희, 김지현, 배은아, 사예서, 안정자, 유지아, 정소영, 조은지, 채용화, 최정은, 사진: 홍철기. 갤러리조선 제공

그림 작업 ‘산(Mountains)'(2024) 연작은 12명의 여성이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손에 쥔 모양을 그려낸 것입니다. 워크숍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손안에 쥐고 있다고 상상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질문을 통해 소중한 것을 알아맞히는 활동을 한 것이 작품으로 탄생했죠.

박보나 개인전 ‘휘슬러스’ 설치 전경, 가구(Furniture from): 갤러리조선 매니저 여준수, 사회복지법인 윙 대표 최정은, 박보나, 큐레이터 배은아, 사진: 홍철기. 갤러리조선 제공
박보나, ‘산’, 12 Gouache paintings, 2024. 갤러리조선 제공
박보나, ‘산’, 12 Gouache paintings, 2024. 갤러리조선 제공

친구에게 쓴 손 편지 여섯 통을 두 배우가 귓속말로 읽어주는 영상 ‘휘휘파파(Phwee Phwee Fweet Fweet)'(2024)도 주목할 만합니다. 언어와 논리를 넘어서는 여성들 사이의 감정적인 친밀함이 그대로 느껴지죠.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우정으로 표현했다는 박보나 작가의 <휘슬러스>는 갤러리조선에서 9월 22일까지 열립니다.

포토
갤러리조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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