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을 지배할 패션 트렌드 11
환상을 벗어난 ‘현실적인 패션’이 2024년 F/W 컬렉션의 통일된 메시지입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마티유 블라지는 “2024 F/W 시즌의 모토인 일상에서 기념비적 순간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로 실루엣(클로드 몬타나가 추구하던 파워 숄더가 있긴 했지만)보다는 ‘소재’와 ‘촉감’에 중점을 두었죠.
헤리티지 트위드, 헤링본과 격자무늬, 아가일 니트의 조합은 영국 시골의 주말을 연상시킵니다. 기후 변화로 일부 지역에서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진 ‘눈’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스키 스웨터가 아웃도어적인 테마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고프코어는 아닙니다. 시어링, 인조 모피, 깃털, 털실 소재 아우터는 보온성 이상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다이애나 로스나 캐리 브래드쇼처럼 화려함을 추구하든, 끌로에에서 다시 불붙은 보헤미안 스타일에 기대든, 볼륨감 있는 터치가 들어간 아이템은 당신을 위한 완벽한 아이템이 되어줄 테니까요.
디자이너들이 데일리 웨어와의 믹스 매치를 고려하며 현실에 좀 더 집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암울한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레드 와인 컬러 의상을 많이 입어 눈길을 끌죠. 전쟁이 격화되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며 국내외에서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럭셔리 업계의 대응은 대부분 ‘불관용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패션은 정치에 관여하기보다는 착용자를 포용하거나 심지어 보호복의 형태로 감싸며 위로를 건넵니다. 헨리 잔코브(Henry Zankov)는 자신의 컬렉션을 ‘홀드 미 클로저(Hold Me Closer, 더 가까이 안아줘)’라고 명명하며 “누군가가 포옹해주는 느낌, 누군가 내 옷 안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심리적 안전감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카무플라주는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이른바 ‘다모플라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높은 칼라로 익명성을 보장하죠. 낮과 밤에 보이는 틴셀(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반짝이 끈) 트리밍은 외향적인 표현을 가능케 합니다. 1960년대 후반 이브 생 로랑에 의해 여성용으로 대중화되기 전까지 남성적인 예복의 대명사였던 르 스모킹의 등장은 이브닝 드레스에 개츠비 같은 분위기를 더합니다. 돌체앤가바나가 이 원형에 대해 적극적인 찬사를 보냈다면, 다른 디자이너들은 새틴 소재 라펠 재킷이나 허리의 커머번드를 활용해 격식이나 성별 고정관념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이 원형을 해체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자본주의와 권력에 대한 관념을 해체하기 위해 핀스트라이프와 넥타이를 사용한 방식은 훨씬 더 주목할 만합니다. 안토니 바카렐로가 생 로랑 2023 F/W 컬렉션의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 <워킹 걸(Working Girl)>을 패션계는 적어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가을에 대비하며 늘어나고, 꼬이고, 나선형으로 움직이는 옷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혼돈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거나 질서를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발렌시아가의 뎀나는 완벽함이 아니라 반대의 것을 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불완전함, 실패 또는 미스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우리를 기계와 차별화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미완성의 개념은 칼라가 뒤로 향하는 부드러운 방식부터 극단적인 해체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획일화된 문화에 대해 디자이너들은 옷을 이어 붙이고, 2D처럼 보이는 옷을 선보이며, 물리적인 평면성을 변주했습니다. 보기에는 개별적인 팬츠와 티셔츠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이어진 언더커버의 의상처럼 말이죠.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과거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보그> 인터뷰에서 “내가 옷을 해체할 때는 그것이 오래됐건 신상이건 관계없이 옷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확장하는 이 아이디어는 패션이 수용해야 할 가치입니다.
권력의 해체
넥타이는 과거의 유물이라고 여기셨나요? 다시 돌아보세요. 디자이너들은 권력의 상징인 넥타이를 가지고 놀았고, 이는 후기 자본주의와 지금은 사라진 일의 세계에서 권력의 상징이 해체되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비행 패턴
주말 시골집 스타일이 트렌드입니다. 트위드, 헤링본, 아가일은 영화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Brideshead Revisited)>의 세바스찬 플라이트, 지브스(Jeeves)와 우스터(Wooster), 미트포드(Mitford) 자매, 밸모럴(Balmoral)의 편안한 왕실 스타일이 떠오르게 합니다.
넥-업 패션
지난해에 큰 소매가 유행한 것처럼 2024년에는 화려한 칼라가 유행할 겁니다. 칼라가 뒤로 가고 단추를 뒤에서 잠그는 백워드 버튼다운 스타일도 눈에 띌 테고요.
위장 전술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이 이른바 ‘다모플라주’ 트렌드를 촉발했나요? 디자이너들은 전통적인 카무플라주 패턴을 표현주의적으로 재해석해 자연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다만 눈에 띄지 않기를 기대하진 마세요.
2D 스타일
애플 비전 프로는 3차원 공간을 만들고 있지만, 패션계는 의상을 이어 붙이고 와이어를 사용하며, 종이 인형 같은 탭을 활용해 평면이 갖는 2차원성을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신체와 의복 사이에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어냈죠.
부풀리기
가을이 되면 인조 모피, 깃털, 패브릭, 시어링 또는 실로 만든 풍성하고 귀여운 아우터에 열광하게 될 겁니다.
슬로프를 벗어나
편안하고 스타일리시한 스키 스웨터는 슬로프부터 길거리에서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담함의 한계를 뛰어넘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스타일이 유행하는 계절에 실루엣을 고정할 수 있는 건 대담한 어깨입니다. 이는 ‘1980년대는 클수록 좋다’는 클로드 몬타나가 개척한 스타일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직선형, 경사형, 둥근형의 큰 어깨는 공간을 지배하고 권위를 전달합니다.
까치를 위한 맞춤 옷
약간의 반짝임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부드러움이 필요한 계절에는 반짝이는 틴셀 스타일이 정말 눈에 띕니다.
흡연 허용
턱시도는 저녁을 위한 새로운 옷차림입니다. 마를렌 디트리히와 이브 생 로랑의 정신은 모든 시즌의 르 스모킹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랩 세션
이불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싱은 어딜 가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운 듯한 아늑함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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