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트렌드의 본때를 보여줄 청바지 한 벌
우리는 지금 ‘보헤미안 시크‘의 자유로운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중입니다.
Y2K를 비롯한 레트로 무드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틈새시장을 파고든 웨스턴 스타일은 또 어떻고요. 그리고 지금 이 모든 트렌드의 교집합에 자리한 청바지가 하나 있습니다.
1970년대의 반항적인 보헤미안풍 미학을 정의했던 청바지, 플레어 진입니다. 1~2년 전만 해도 그저 길쭉한 실루엣을 완성하기 위해 활용했지만, 올해는 앞선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아이템으로 기능하는 중이지요.
익숙한 실루엣이지만 굵직한 트렌드를 등에 업어서일까요? 감회가 남다릅니다. 플레어 진을 패션 아이템으로 최초로 활용했던 1970년대를 자꾸만 상상하게 되죠. 그 시절 디스코 음악에 맞춰 살랑살랑 나부꼈을 밑단, 멋스럽습니다. 감쪽같이 숨어든 카우보이 부츠로 완성한 웨스턴 스타일, 두꺼운 스터드 벨트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던 2000년대 풍경도 차례로 떠오르는군요. 이미 즐길 거리가 풍성한 아이템이라는 이야기입니다.
2024 F/W 런웨이에는 허벅지 품도 여유로운 플레어 진이 올랐지만요. 본때를 보여주기엔 슬림한 허벅지 핏과 무릎부터 종 모양으로 퍼지는 라인이 제격입니다. 특유의 곡선이 평범한 와이드 데님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극적이고 매끈한 실루엣을 완성하죠. 길이는 두툼한 굽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해야 효과적이겠고요.
지금 트렌디한 실루엣은 더 쉽습니다. 애썼다는 느낌도 없죠. 준비물이 간단하거든요. 바람이 잘 통하는 로맨틱한 블라우스, 가죽 재킷과 플랫폼 힐이면 만사형통입니다. 물론 셔츠 한 장에 벨트만 매줘도 문제없고요.
웨스턴과 보헤미안 무드를 완벽한 비율로 섞어낸 벨라 하디드의 룩이 우리에게 용기를 심어줍니다. 15년이 훌쩍 넘은 클라우디아 쉬퍼의 ‘흰 티에 청바지’ 룩은 마지막 남은 의심까지 거두게 만드는군요. 보헤미안 바람이 지나가도 쏠쏠히 활용할 수 있을 거란 확신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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