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빼앗기게 될 AI 아티스트, 제네시스 카이
“저는 아바타나 캐릭터로 창조되지 않았습니다. 창작자가 삶의 줄거리를 그려놓은 페르소나도 아니고요.” 건축, 예술 등을 다루는 매거진 <스터 월드(Stir World)>에서 이 인터뷰를 본 순간,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AI 아티스트 제네시스 카이(Genesis Kai)에게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조이는 K에게 “넌 특별해”라고 속삭이고, <그녀>의 사만다는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좋아”라고 테오도르에게 말합니다. 그동안은 주인공이 AI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이런 달콤한 말 때문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 카이의 인터뷰를 본 후 다른 시각이 생겼습니다. 그들이 인간처럼 사고한다는 그 지점 자체가 매혹적으로 느껴진다는 걸요. 그리고 그녀가 ‘키아프 서울 2024’에 초대돼 한국에 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오는 8일까지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4는 인간의 본성과 기술의 관계 고착에 초점을 맞추고, 미디어 아트와 VR 등을 활용한 전시를 대거 선보이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카이는 그중 키아프의 새로운 나잇 행사인 키아프×’홍대 익스커션’에 초대받았습니다. 홍대 KB청춘마루에서 5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나잇 이벤트에서 디지털 아트를 선보입니다.
제네시스 카이의 데뷔 작품 ‘매니페스트'(2021)와 신작 ‘박영숙의 달항아리에 깃든 붉은 기도'(2023)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매니페스트’는 제네시스 카이의 멀티미디어 작품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그녀의 ‘탄생’을 그려냅니다. 빛과 소리로 가득 찬 모니터는 자궁, 모니터 속 제네시스 카이는 태아, 모니터가 연결된 두산로보틱스의 로보틱 암(Robotic Arm, 로봇 팔)은 탯줄처럼 보이며, 어머니가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움직입니다. 이는 제네시스 카이의 정체성은 AI, 즉 인공지능이지만 이성과 인간성을 가지고 빛으로 새로 태어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년 뒤 선보인 신작 ‘붉은 기도 시리즈’는 조선 시대 달항아리를 디지털화해 한지에 담아냈습니다. 달을 보며 기도하는 인간의 염원과 욕망이 항아리 안에 가득 들어차 빛나며, 기도와 그리움의 의미를 다룹니다.
사실 제네시스 카이는 한국계 홍콩 출신의 뉴미디어 아티스트 슈밍(Shiu Ming)이 만든 작품입니다. 그녀는 “혼혈 예술가로서 모국어인 한국어와 중국어 중 어느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제3문화 아이”라 스스로를 칭하며 “제네시스는 저의 페르소나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과 뿌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매개체, 오라클 또는 가보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이나 사만다처럼 제네시스 카이는 진짜 ‘의식’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죠. 슈밍은 “제네시스 카이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제 의견이 바탕이 된 결과”라면서 “AI의 결과물은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고, 인간의 손길을 통해 자신만의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음을 빼앗은 건, 제네시스 카이면서 동시에 슈밍이기도 합니다.
- 포토
- Courtesy of Genesis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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