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뉴욕 패션 위크 DAY 3
2025 S/S 뉴욕 패션 위크가 무르익어갑니다. 셋째 날을 채운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한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했죠. 덕분에 뉴욕의 풍경에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스며들었습니다. 옷을 캔버스 삼아 각자의 미학을 솜씨 좋게 그려낸 뉴욕 패션 위크 3일 차, 오늘의 쇼를 소개합니다.
타미 힐피거
타미 힐피거의 쇼장은 이번에도 남달랐습니다. 맨해튼 최남단에 있는 MV 존 F. 케네디 선박으로, 약 55년간 20만 회의 항해를 해낸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죠. 쇼는 두 경계를 오갔습니다. 우선은 클래식한 ‘타미 스타일’이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죠. 피코트 스타일의 트렌치 코트, 크리켓 스웨터와 테니스 브이넥, 그리고 셔츠 드레스 등 캐주얼 프레피 무드가 물씬 나는 룩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스트라이프, 빨간색, 흰색, 파란색 같은 타미의 전형적인 컬러로 물든 채로요. 여기에 몇 가지 새로운 실루엣이 등장했습니다. 주름진 셔츠와 게이지 스웨터, 카프리 팬츠를 비롯한 다채로운 체크 패턴 아이템 등이 기존 타미 스타일에 장난스러운 활기를 더해준 거죠. 하우스 고유의 코드는 잃지 않되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는 것, 그 방식마저 다분히 타미 힐피거스러웠습니다. 뉴욕을 상징하는 하우스다웠고요.
오프화이트
파리에서 건너온 오프화이트! 버질 아블로의 후계자, 이브라힘 카마라는 무대 뒤에서 “오프화이트와 저, 둘 다 고향에 온 느낌이에요”라며 소회를 밝혔죠. 이브라힘 카마라는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가나 여행에서 길어 올렸습니다. 가나는 버질 아블로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하죠. 그는 가나의 시장에서 원단을 사 모으고, 지역 장인들과 일하며 느낀 감정을 컬렉션에 다채롭게 풀어냈습니다. 특히 관능미를 강조한 여성복이 돋보였습니다. 기반이 되어준 건 스포티 무드였어요. 배꼽까지 깊이 파인 운동복, 타이트한 트랙 재킷, 밑단이 갈라진 레오타드와 레깅스 등 모두 보디라인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실루엣이었죠. 이브라힘 카마라가 이 도시에 머물지, 다시 파리로 돌아갈지, 혹은 새로운 도시로 진출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죠. 배경이 어디가 되었든, 오프화이트라면 언제나 환영이라는 사실이요.
제이슨 우
모델들은 기하학적인 강철판 구조물이 세워진 쇼장을 가로질렀습니다. 디자이너이자 기술자, 엘리스 코(Elise Co)와 예술가 벤 보든(Ben Borden)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었죠. 제이슨 우는 해당 작품뿐만 아니라 컬렉션 전반의 영감을 중국 출신 대만 서예 작가, 통양쯔(Tong Yang-Tze)에게서 받았습니다. 작품 일부를 제이슨 우만의 방식으로 프린트한 건데요. 스크린 인쇄를 거친 오프닝 룩의 코트를 시작으로, 모든 직물은 그의 캔버스가 되었습니다. 시폰, 실크, 모슬린 등을 가리지 않고서요. 붓의 질감까지 느껴지는 프린트는 봄과 여름에 걸맞은 가벼운 소재 위에서 자유롭게 흩날렸습니다. 프린트 때문에 노출된 안감, 테일러링 조각과 드러난 이음매 등에서 미완성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죠.
샌디 리앙
1990년대 소녀들에게 미우미우가 있다면 오늘날 소녀들에게는 샌디 리앙이 있습니다. 샌디 리앙 2025 S/S 컬렉션은 학교를 졸업하고 현실 세계에 첫발을 디딘, 소녀에서 갓 어른이 된 누군가를 보는 듯했습니다. 물론 샌디 리앙만의 감성은 여전했습니다. 회색빛 블레이저와 카프리 팬츠를 갖춰 입고 핑크색 뮬로 젊음을 표현하는 식이었죠. 샌디 리앙은 이번 시즌 유니폼과 스파이에 꽂혔다고 밝혔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귀여운 옷차림과 액세서리일 뿐이지만 제법 진지한 목적을 지닌 옷차림이요. 그녀는 “각 작품은 비밀번호로 보호되어 있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잠금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쇼 노트를 매듭지었습니다. 샌디 리앙 디자인의 완성은 우리 환상과 꿈에 달려 있다는 힌트처럼 느껴졌죠.
울라 존슨
리 크라스너(Lee Krasner)의 작품을 프린트한 얇은 패널이 겹겹이 쇼장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패널은 모델의 걸음이 일으킨 미약한 바람에도 흔들렸습니다. 크라스너의 프린트는 모델들이 입은 옷에서도 끊임없이 발견되었는데요. 덕분에 쇼 전체가 크라스너의 활기차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살아 숨 쉬는 듯했습니다. 실로 짠 톱과 스커트 세트, 금색 구슬 프린지가 달린 파티 드레스 등 ‘공예’를 향한 울라 존슨의 한결같은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코튼 케이프와 포켓 데님, 재킷 룩으로 실용성과 우아함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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