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1편의 ‘가오’를 무너뜨리고 반성하는 2편이라니
*영화 <베테랑2>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베테랑>(2015)은 ‘가오’와 ‘가오’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경찰들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어떤 압박이 있어도 나쁜 놈을 잡을 때 진짜 경찰의 ‘가오’가 선다고 말했다. ‘나쁜 놈’의 입장도 비슷하다. 그들은 적절한 ‘사과’로 끝낼 수 있는 일인데도 끝까지 사과하지 않으면서 재벌 권력의 ‘가오’를 지킨다. 당연히 <베테랑>은 경찰의 ‘가오’에 이입하는 영화다. 그래서 그들이 몸을 부숴가며 나쁜 놈을 처단할 때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이 9년 만에 나온 속편 <베테랑2>를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그들의 ‘가오’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베테랑2>는 1편에서 보여준 ‘가오’를 의심하는 태도를 취한다.
<베테랑2>의 주요 사건은 ‘연쇄살인’이다. 대중과 사이버 랙카에 의해 영웅으로 추대된 ‘해치’라는 인물이 범인이다. 해치는 끔찍한 죄를 저지르고도 법의 심판을 피해 간 악인을 찾아 피해자가 죽은 방식으로 살해한다. 많이 본 소재다. 죽어 마땅한 악당을 처단하는 서사가 많았다. 디즈니+에는 <비질란테>와 <노웨이아웃 : 더 룰렛>이 있고, 넷플릭스에는 <살인자o난감>이 있다. 모두 장르적 쾌감에 더해 정의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다. 그런데 <베테랑2>에서 이 질문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은 살인범이 아니라, 그를 잡아야 하는 서도철(황정민)이다.
<베테랑> 1편을 통해 서도철은 ‘통쾌함’의 아이콘이 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열혈 형사의 이미지, 수차례 쓰러져도 결국 다시 일어나 악당을 처단하는 끈기, 무엇보다 나쁜 놈에게는 주먹을 아끼지 않는 거친 성정. 사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연이어 관객의 환호를 얻으면서 이 계열의 일인자는 마석도가 됐지만, 마석도 또한 서도철에게서 파생된 인물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베테랑2>에서 서도철의 세계관이 무너진다. 먼저 균열을 일으키는 건 그의 아들이다. 1편의 서도철은 유치원에서 싸우고 온 아들에게 “남자애들은 다 맞고 싸우는 것”이라며 “깽값은 물어줄 테니, 맞고 와서 병원비 내게 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2편에서 아들은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우리가 아는 서도철은 당연히 별일 아닌 것처럼 대하지만, 점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간다. 다른 쪽에서 서도철을 무너뜨리는 건,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내세운 살인범이다. 나쁜 놈은 무조건 때려잡는 게 정의라고 외쳤던 서도철은 살해당한 악당 앞에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살인은 살인이야.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
1편 같은 재미와 매력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낯설 것이다. 경찰 대 악인이 선명한 구도를 이루던 1편과 달리 <베테랑2>는 복합적인 구도로 끊임없이 관객을 찜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찜찜함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은 심지어 <베테랑2>의 제작진이 가장 공들여 만들었을 액션 신이다. 남산 일대를 무대로 벌어지는 이 추격전은 그 자체로 과감하고 리얼한 볼거리다. 1편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명동 액션 신과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1편의 그 장면이 속 시원한 한 방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면 <베테랑2>의 남산 액션 신은 저래도 되나 싶은 경찰의 과한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 현장을 에워싼 시민들의 모습일 것이다. 1편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시민들은 악당에게 당하는 경찰을 위한 방패이자 응원단이었다. 하지만 <베테랑2>의 그 장면에서 그들은 경찰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는 목격자다. 그만큼 <베테랑2>는 1편을 거울 밖에서 보고 있는 영화다.
서도철의 반성은 곧 류승완 감독 자신의 반성이다. 영화 속 빌런은 서도철에게 “당신이 조태오 잡는 걸 보았다”고 말한다. 그때의 통쾌함에 도취돼 결국 ‘정의 구현’을 내세운 살인범이 되었다는 구도다. 이 장면에서 사이다의 서사를 간절히 원하는 시대에 자신 또한 일조한 건 아닌지 의심했을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새로운 작품을 통해 같은 주제 의식을 담을 수 있는데도 굳이 <베테랑> 속편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부러 관객이 느낄 간극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건 아닌지. 그렇다면 그는 이런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베테랑> 속편으로 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베테랑2>가 지금의 관객에게도 최적의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가 보여준 것처럼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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