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S 밀라노 패션 위크 DAY 1
2025 S/S 패션 위크도 절반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새 희망을 바라보는 뉴욕의 낙관적인 태도와 지금은 패션계를 돌아봐야 할 때라며 재정비에 들어간 런던의 냉정했던 태도는 본디 뉴요커와 런더너의 시각 차이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타고난 기질을 내보이고 전형적인 모습이 튀어나올 때는 사실 ‘위급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환경적이든 사회적이든 말이죠. 밀라노는 어떨까요?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밀라노의 자세를 보여줄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낼까요? 2025 S/S 밀라노 패션 위크 1일 차 쇼를 소개합니다.
펜디(@fendi)
펜디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한 세기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1920년대 재즈 시대 모더니즘에서 비롯된 하우스의 공예, 컬러, 애티튜드 조합이 컬렉션의 큰 줄기를 이뤘습니다. 아르데코 그래픽이나 진주 장식의 식물 부조로 수놓은 거즈 소재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가 처음과 끝에 배치된 것도 그 때문이죠. 오히려 그건 쉬웠을 겁니다. 중간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 것인지가 실비아가 바라보는 펜디이며, 곧 우리 몸이 느낄 현재의 펜디였을 테니까요. 그녀는 1920년대 멋쟁이, 플래퍼를 복습하기보다 1990년대 모던함을 택했습니다. 눈에 띈 건 미국 전통의 부츠 제조업체인 레드윙(Red Wing)과의 콜라보레이션 슈즈였죠. 셀러리아 스티치가 들어간 부츠는 존스가 기념하는 여성복 산업의 역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러플 꽃무늬 양말과 재스민 패턴이 들어간 드레스와 함께 착용해 그런지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펜디의 이름을 각인시킨 ‘바게트’는 프린지에 볼륨을 더해 보헤미안풍이었고, 모피 부케와 러플 장식의 이어버드 케이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신구, 참, 보석류가 가득했습니다. <보그> 런웨이의 에디터들은 이런 보석류를 통해 ‘현대적’이라는 것의 모순적인 본질, 즉 영속성과 무상함을 탐구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적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결국 지나가는 것, 유행이라는 것도 사라지는 것으로 보는 거죠. 그럴 때 여성은 여성복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실비아는 탐구했고, 결국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로 귀결됩니다. 1920년대의 여성이나 2024년의 여성이나 모두 같다는 거죠. 펜디를 만나보시죠.
알베르타 페레티(@albertaferretti)
“쇼도 소중하지만 현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알베르타 페레티가 요즘 자주 하는 말입니다. 보헤미안 시크가 부흥하는 것과 관계없이 얇은 시폰 드레스는 페레티의 시그니처였고, 이번 컬렉션에서도 아름다운 드레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기술박물관에서 흩날리고 있었죠. 하지만 컬렉션에서는 사무실이나 저녁 산책, 브런치 모임에서도 입을 수 있는 면 소재 상하의를 따로 입을 수 있는 콤보를 선보였죠. 그래도 홈타운 관중이 열광한 건 역시 시폰 드레스였으며, 천사와 악마, 화가 난 여신, 자애롭고 아름다운 여신을 표현한 듯한 컬러감과 셰이프가 근사했습니다. 밀라노의 여신들을 만나보세요.
마르니(@marni)
마르니에서 9년 차를 맞이한 프란체스코 리소가 <보그> 런웨이 에디터로부터 “최고의 컬렉션을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국 <보그> 친구들만큼은 아니지만,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런웨이 에디터가 첫 문단에 “나날이 성장했으며, 당신이 보여준 컬렉션 중 가장 훌륭했다”고 쓰는 건 좀처럼 드물기 때문에 리뷰를 읽고 다시 마르니 쇼를 찾아봤습니다. 처음엔 그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미친 모자 장수(Mad Hatter)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만 읽혔습니다. 앨리스의 토끼를 찾아보라는 듯, 달빛에 의지해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는 흰 토끼에 관한 시가 좌석마다 놓여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죠. 거대한 모자가 줄줄이 나온 것도 분명해 보였고요. 하지만 리소는 쇼의 내용이 ‘아름다움의 순수성’이라 밝혔습니다. 기발하고도 급진적인 면을 보여준 것은 맞지만, 이번 컬렉션 의상이 ‘면’으로만 제작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면과 실은 관계와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제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으로 인도합니다”라고 그는 설명했죠. 쇼는 일상복에서 미디 드레스, 마지막은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로 마무리되는 점층적 구조를 보였습니다. 마지막 드레스 세 벌은 파니에 스커트가 달린 뷔스티에 드레스에 대담하게 부풀어 오른 장미를 프린트하거나 잘게 잘린 면 깃털에 반짝이는 크리스털을 수놓았습니다. 실루엣도 날씬한 것에서 볼륨감 있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리소는 “아름다움은 널리 퍼져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죠”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흰 토끼를 발견해보세요.
#2025 S/S MILAN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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