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대가 주도하는 북 시크 룩이 올가을 트렌드
디지털 네이티브가 20대가 되면서 ‘책’이 섹시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했습니다. 물론 1960년대나 2000년대에도 책을 들고 다니며 지적 허영심을 뽐내는 일은 흔했습니다. ‘나는 이런 책도 읽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부러 어려운 책을 골라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는 이들을 비판하던 때도 있었죠. 최근엔 조금 다릅니다. 북 커버를 장착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눈에 더 띄거든요.
그래서 올가을 트렌드 룩을 묻는다면, 북 시크 ‘책벌레 룩’이라고 하겠습니다. 싱가포르 <보그>가 ‘라이브러리언코어’라는 이름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결국 긱 시크를 뜻하는 ‘괴짜 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모범생 스타일, 너드미가 올가을 절정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거듭나고 있거든요. 좀 더 심플하고 미니멀한 룩에 안경을 쓰는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패션 트렌드에서 긱 시크는 사라져도, 문화적인 관점에서 Z세대 중심의 ‘책’ 사랑은 내년까지 이어질 듯합니다.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때를 부르짖습니다. 브랜드에선 가장 잘나가던 시기로 돌아가거나 정통성을 찾죠. 브랜드의 역사가 길지 않다면 초심으로 돌아가고요. 이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경향에선 ‘책’과 같이 내면에 침잠하는 것들이 사람들을 파고듭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런웨이에도 차분한 무드가 지속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2025 S/S 컬렉션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1990년대 유행하던 클래식 미니멀 룩과 보헤미아니즘이 바탕이 된 그런지 룩이 동시에 발동되고 있죠.
카이아 거버를 보세요. 그녀는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도 책을 읽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이 직접 북 클럽을 만들고 책을 추천하며 모임도 주최합니다. 가방도 버킨 백보다는 면 소재 토트백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목격될 때가 많고요. 어머니 신디 크로포드와 뉴욕 첼시의 한 호텔에서 저녁 식사 후 함께 나서는 모습에서도 그런 면모가 엿보입니다. 신디 크로포드가 슬립에 오버사이즈 라이더 재킷을 입은 반면, 카이아 거버는 할머니 같은 레이스 소재의 하이넥 보헤미안 블라우스에 테일러드 팬츠, 얼굴을 가리는 돋보기안경을 착용했습니다. 올봄까지만 해도 프레피 룩에 안경을 착용했다면, 가을에는 보헤미안풍의 유행으로 스타일이 조금 달라졌죠. 안경을 썼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요.
셀럽들처럼 책을 들어도 좋습니다. 그게 부끄럽다면 볼링 백에 책과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넣는 거죠! 이때 각 잡히고 큰 블레이저로 사회인이 된 자신의 성장을 드러내도 좋습니다. 여전히 하의는 짧게 입고요. 올가을에는 오버사이즈 상의에 짧은 하의를 매치하고, 롱부츠를 신는 것이 유행입니다. 좀 더 학생으로 남고 싶은 마음과 달리 세상은 성장을 자꾸 재촉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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