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태양을 가득히, 프레드

2024.09.23

태양을 가득히, 프레드

수평선에 맞닿은 태양 빛을 닮은 주얼리 하우스 프레드. 찬란한 빛을 담은 주얼리 하우스의 이야기.

“Le Moderne Joaillier Créateur.” 1936년 프레드 사무엘(Fred Samuel)은 마들렌과 콩코르드 광장을 연결하는 파리 루아얄 6번가에 처음으로 주얼리 부티크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그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투명한 양피지 소재의 명함에는 심플한 글자로 “현대적인 주얼리 크리에이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레드 사무엘에게 ‘현대적인’이라는 표현은 중요했다. 미국에서는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위한 영화를 만들었고, 광란의 재즈 시대를 보낸 파리에서는 새로운 취향이 대세였다. 그의 목표는 고루한 디자인을 반복하는 하우스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주얼리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프레드를 대표하는 현대적인 이정표는 다양하게 이어졌다. 파리 에펠탑을 모티브로 한 참 브레이슬릿, 핑크빛 도는 크림색 진주를 활용한 프레드만의 진주 주얼리, 네팔 왕실을 위한 컬러 스톤 디자인, 1950년대 이후 선보인 여성을 위한 다채로운 골드 주얼리까지. 여기에는 그레이스 켈리를 비롯한 모나코 왕가를 위한 주얼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할리우드 출신 대공비를 위해 프레드 사무엘은 루비와 다이아몬드, 골드를 바탕으로 전갈 문양을 담은 과감한 디자인의 목걸이와 표범을 형상화한 반지를 선물했다.

현대 미학을 이끄는 전통을 이어받은 건 아들 헨리 사무엘이었다. 요트 케이블을 골드 버클로 연결한 ‘포스텐’은 1960년대 후반부터 하우스의 새로운 유산이 되었다. 바다를 향한 모험심과 애정은 예상치 못한 디자인을 탄생시켰고, 그 디자인은 지금도 수없이 다채로운 변화를 거치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헨리 사무엘은 ‘포스텐’의 탄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뱃사람이 주얼러가 되면 그는 선박의 케이블을 금과 강철로 된 브레이슬릿으로 바꿔놓습니다.” 태양 빛을 닮은 ‘솔레이 도르’라는 옐로 다이아몬드 등 다채로운 컬러 주얼리도 새로운 미학의 중심에 있었다.

파도의 방향을 바꾸는 거친 바람과 태양 빛을 담은 프레드 주얼리의 힘은 여기에 있다. 기존 주얼리 하우스가 선보이던 전통적인 형태의 주얼리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위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컬러 스톤을 카보숑 형태로 표현한 ‘빵 드 쉬크르’ 반지가 그 대표적인 디자인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 명장면에서 리처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에게 선물한 하트 컷 루벨라이트와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목걸이 역시 프레드의 작품이었다. 또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하며 주얼리의 경계를 넓혀나갔다.

“제 비전은 가족의 친밀함과 여성을 위한 디자인에 바친 메종 프레드의 열정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2017년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돌아온 프레드 사무엘의 손녀 발레리 사무엘(Valérie Samuel)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이렇게 연결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은 무한하고 열정적이며 즐겁고 자유로우면서도 대담한 모든 사랑의 모습을 기릴 수 있는 영감을 선사합니다.”

발레리 사무엘과 함께 프레드는 다시 한번 현대적인 주얼리의 기준을 이야기하고 있다. 컬러 스톤은 햇빛을 머금은 듯 그 빛을 발하도록 디자인하고, 가장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속에서도 호환 가능하고 실용성이 돋보이도록 강조한다. “저에게 프레드 주얼리란 단순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액세서리 그 이상입니다.” 발레리 사무엘은 가문의 보물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것은 영혼을 위한 양식이죠. 선물하고, 착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기쁨을 선사하는 가치와 예술성이 깃든 보물이니까요. 크고 작은 삶의 소중한 순간을 환하게 밝혀주는 행복에 대한 인정입니다.”

    에디터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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