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한 해, 우리의 애착 바지가 될 오돌토돌 팬츠의 유행
지금 패션계의 나침반은 1970년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에스닉 무드로 가득한 보헤미안 스타일과 유연하고 편안한 스포츠웨어, 드라마틱한 라인의 플레어 팬츠와 링거 티셔츠 등 한 시대를 장식했던 각종 아이템이 우리 옷장을 서서히 접수하는 중이죠. 자, 바뀐 계절과 함께 다음 타자가 찾아왔습니다. 오돌토돌 독보적인 질감을 자랑하는 코듀로이 팬츠입니다.
1970년대에만 머물던 팬츠는 아닙니다. 제인 버킨, 캐롤린 베셋 케네디 같은 아이콘과 1990년대를 살아내기도 했죠. 런웨이에서 자취를 감춘 적도 없어요. 작년, 재작년에도 성실히 오르며 트렌드 아이템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왔거든요. 마침내 때가 온 겁니다.
확신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방향성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합니다. 런웨이와 스트리트 모두 따스한 브라운 계열의 코듀로이 팬츠를 가리키고 있었지요. 스타일의 폭만큼은 넓었습니다. 격식을 갖춘 스타일과 무심한 스타일을 오가며 클래식다운 위엄을 뽐냈죠.
타미 힐피거와 인테리어는 교과서 같은 스타일을 고수했습니다. 도톰한 코듀로이 셋업으로 클래식하고 여유로운 수트 패션을 보여줬죠. 세로로 두껍게 자리 잡은 골이 핀스트라이프 수트 못지않은 정갈한 라인을 완성해냈습니다.
반면 컬러는 코듀로이 팬츠가 청바지 대용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워크 재킷과 스니커즈, 블레이저와 체크 스커트 등 캐주얼 아이템을 더해 이번 시즌 놈코어 룩의 모범 답안과도 같은 룩을 선보였죠.
닐리 로탄과 라반은 페미닌 무드를 더해 코듀로이 팬츠의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결은 사뭇 달랐지만요. 닐리 로탄은 굽 높은 앵클 부츠와 크롭트 재킷으로 활동적인 동시에 우아한 시티 룩을 연출했습니다. 슬쩍 끼워 넣은 데님 셔츠가 분위기를 환기해주었고요.
라반은 보헤미안 정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패턴의 블라우스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강조했죠. 과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코듀로이 팬츠가 반짝이는 상의를 나무처럼 우직하게 받쳐주고 있었으니까요. 동시에 코듀로이가 지닌 고루한 이미지는 감쪽같이 사라졌고요. 일석이조, 완벽한 균형감이었죠.
스트리트는 브라운 계열로 마음을 더 확실히 굳힌 듯하더군요.
안전한 스타일링은 나머지 아이템도 비슷한 온도로 맞추는 것이겠지요. 센스를 드러내고 싶다면 핑크를 더한 에밀리 신들레브처럼 자기주장 강한 색을 끌어와도 좋겠고요. 살로메 모리의 남색 블레이저 룩은 포멀하지만 단조롭진 않습니다. 컬러, 텍스처, 무드, 모든 면에서 바지와 대조적이었거든요. 물론 가장 멋스러운 대비는 가죽 소재 아우터가 해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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