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멋쟁이들이 입는, 솜털처럼 가벼운 바지
지난 몇 시즌 동안 우리는 시스루 패션의 매력을 구석구석 파헤쳤습니다. 대체로 페미닌하고 우아한 매력을 강조하는 데 활용했죠. 블라우스와 드레스, 또 스커트로 말이에요. 그 아름다운 향연은 2024 F/W 런웨이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지가 유난히 눈에 밟히더군요.
시스루 팬츠는 2023 S/S 런웨이에 대거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시스루 트렌드가 한창일 때였죠. 당시 시스루 팬츠는 쉽게 말해, 헐렁한 스타킹 같았습니다. 일자로 쭉 뻗은 라인으로 투명하게 비치는 실루엣을 강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이 흐름에는 아마 팬츠리스 트렌드가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이번 시즌 실루엣은 훨씬 더 다채롭습니다. 핏과 디테일 면에서 제법 신선한 시도가 이루어졌더군요. F/W 시즌에 등장했다는 점도 반갑습니다. 대체로 도톰하거나 여유로운 길이의 상의와 함께한 시스루 팬츠를 보며 난이도는 S/S 시즌에 비해 훨씬 더 낮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소재의 가뿐한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테고요.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이제 시스루 팬츠의 몰랐던 아름다움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오버사이즈 재킷과 얄브스름한 시스루 팬츠 등 에트로의 룩은 대담하면서도 정교했습니다. 슬림한 실크 소재 바지에는 재킷과 동일한 페이즐리 패턴이 은은하게 새겨져 있었어요. 밑단은 바닥을 쓸 정도로 두툼한 러플 장식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비치는 속살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첩된 패턴과 질감의 대조로 풍성한 실루엣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 듯 보였죠.
루이 비통은 가벼운 소재의 장점을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하늘하늘한 플리츠 주름으로 이뤄낸 풍성한 실루엣은 허전해 보이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거워 보이지도 않았죠. 벨벳 재킷과 터틀넥 블라우스의 선명한 윤곽은 바람처럼 흩날리는 바지의 움직임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고요.
올겨울에는 제니처럼 두툼한 모피 코트에 시스루 팬츠를 입어보는 건 어떨까요? 미니스커트와 타이츠 대용으로 말이죠. 핏이 넉넉하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덕분에 걸음마다 두 다리에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신비롭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겼죠. 맨다리를 온전히 드러내는 대신 무릎 길이의 부츠를 신었다는 점도 솔깃했고요.
알베르타 페레티의 팬츠는 확실한 파티 룩이었습니다. 명주 소재에 섬세하게 수놓은 비즈와 스팽글은 핀스트라이프 효과를 냈습니다. 존재감은 새틴 가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또렷했고요. 플레어 핏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유약하게 반짝이는 원단이 서로 뭉치고 흩어지길 반복하며 발목을 물결처럼 휘감았죠.
루아르는 시스루 고유의 관능미를 편안하게 풀어냈습니다. 핏은 루스했고, 흐르는 윤기는 매끈한 가죽 못지않게 고급스러웠죠. 비대칭으로 재단한 허리선은 얇은 소재 덕분에 더욱 선명해 보였습니다. 소재와 구조의 매력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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