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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패션 하우스, 케이트의 캐서린 홀스타인

2024.10.03

어엿한 패션 하우스, 케이트의 캐서린 홀스타인

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 결국 여자다. 요즘 여자들의 갖가지 취향을 만족시키는 여성 디자이너들을 〈보그〉가 만났다. 스타트업 단계를 벗어나 어엿한 패션 하우스로 성장 중인 케이트. 최근 새로운 가방 라인 론칭까지 마친 캐서린 홀스타인은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Courtesy of Khaite

캐서린 홀스타인(Catherine Holstein)이 2014년 투자자들에게 제안한 사업은 여성의 욕구가 등한시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는 패션이 보이는 것과 마케팅에만 매달려 있으면 단편적이고 불만족스러운 쇼핑 경험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홀스타인이 전개하는 브랜드 케이트(Khaite)는 2016년 탄생했다. 면, 데님, 가죽, 캐시미어 소재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히 베이식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가방 라인은 나중에 출시되었는데,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나 자신조차 우리 브랜드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았어요. 가방에 손이 가지 않았죠. 아침에 일어나면 자석처럼 끌리는 옷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를 시작했음에도 말입니다.”

재론칭은 아니지만, 케이트는 가방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챕터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 7월 그 일부가 공개되었다. 기존 디자인보다 스트랩이 넓어진 ‘로터스(Lotus)’는 수납공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시모나(Simona)’는 날렵한 바게트 백 형태를 갖췄고, ‘조(Zoe)’는 케이트가 퀼팅 백 시장에 건넨 제안이다. 이렇게 프리폴 컬렉션은 새로운 ‘가족’을 꾸렸고, 홀스타인은 이 가방들이 앞으로 선보일 디자인의 바탕이 될 거라 말했다.

홀스타인이 가방 론칭과 함께 주력하는 것은 사업의 구조적 균형을 바꾸는 일이다. 이는 여러 면에서 성숙을 의미한다. 이미 브랜드 사업의 45%를 차지하는 비의류 카테고리(가방을 포함한 벨트, 선글라스, 슈즈 같은 액세서리) 규모가 내년에는 55%에 이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장기 목표는 비의류 80%, 의류 20% 비율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케이트의 수익 모델이 액세서리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주요 패션 하우스의 사업 형태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사업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 스트라입스(Stripes)가 케이트의 최대 주주가 됐다. 동시에 스트라입스 설립자이자 파트너인 켄 폭스(Ken Fox)는 도나 카란, 알렉산더 맥퀸, 마이클 코어스, 토리 버치의 전 사장이자 스트라입스 경영 파트너 겸 케이트의 이사 브리짓 클라인(Brigitte Kleine)을 CEO로 임명했다. 홀스타인은 자신을 대신해 CEO 역할을 맡은 클라인을 첫날부터 멘토라고 불렀다. 클라인은 패션 브랜드에서 다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 케이트에서 제안을 받기 전까진 말이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요. 뉴욕에서는 특히 더 그렇죠.”

“그녀는 나를 잘 이해합니다.” 홀스타인이 브리짓에 대해 말을 꺼냈다. “나는 케이트가 어느 지점까지 성장할 거라는 걸 항상 인지하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죠. 세금이나 창고 관리, 물류, 구조적인 관점은 내 분야가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자리를 잘못 잡기 전에 전문가를 영입하는 일은 브랜드의 성장과 수명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어요.”

브랜드 지속성은 오늘날 불안정한 시장을 헤쳐나가는 독립 디자이너들에게 전부나 마찬가지다. 케이트는 뉴욕 패션의 미래로 인식되어왔으며, 부상하는 ‘잇 브랜드’로 정의되고 있다. 2019년 케이티 홈즈가 케이트의 캐시미어 브라와 스웨터 세트를 입고 택시를 잡는 모습이 포착된 후 쿨한 도시 여성을 위한 필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홀스타인은 이미 수많은 신인 디자이너들이 소망하는 것을 이뤘다. CFDA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상’을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수상했고, 다른 브랜드가 폐업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동안 그녀의 런웨이 쇼는 뉴욕 패션 위크에서 꼭 봐야 할 리스트 상단에 올랐다.

이제 대규모 리테일과 유통 강화에 박차를 가하며 매출 2억5,000만 달러라는 목표를 세운 케이트는 잠재력보다는 현재의 힘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클라인은 케이트가 지난 18개월 동안 “많은 문을 닫았다”고 표현했다. 정가 판매를 우선시하기 위해 주문량을 제한하고, 판매율이 좋지 않은 대량 판매처를 정리했다. “우리도 함께 성장하는 훌륭한 사업을 운영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입니다.” 케이트는 사업이 수익을 내고 있는지 여부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클라인은 또한 도매와 소매, 머천다이징, 제품 개발, 재정, 마케팅, 기술, 생산과 디자인 파트 전 분야에 걸쳐 채용을 늘리고 있으며, 인력 관리와 글로벌 대량 판매 책임자, 이벤트 디렉터를 포함한 새로운 직책을 맡겼다.

앞서 말했듯 홀스타인은 그녀와 생각이 같다. “누군가의 의지를 꺾거나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하려고 브랜드를 시작한 게 아닙니다. 비평가들이 말한 것처럼 본질적으로 지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건 아니에요.” 물론 그녀도 패션계 일원이고, 리뷰는 때론 엇갈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그들의 평가나 프런트 로에 앉는 셀럽에게 집착하는 것보다는 디자인할 때 떠올리는 여자들에게 충실해지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뭔지 잘 알아요. 절대 엇나갈 수 없는 감정이거든요.”

단순한 ‘쿨 걸’ 그 이상인 ‘케이트 우먼’은 브랜드에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다. 그건 홀스타인 본인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가장 큰 측정 기준입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어요.” 그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녀의 팀은 사업 동향과 지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전략 수립을 돕는다. 홀스타인은 숫자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회의에는 참석해요. 다만 걸러가며 듣는 편이죠.”

고객층은 다양하다. 비교적 어린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엔트리 아이템은 베스트셀러인 ‘베니(Benny)’ 벨트(580달러부터 시작하며, 틱톡에서 저렴한 버전의 카피 제품이 넘쳐난다) 혹은 청바지일 것. 럭셔리 브랜드가 명품을 동경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도하는 뷰티 라인의 론칭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홀스타인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은 고객은 주로 니트웨어와 아우터를 찾는다. 니만 마커스, 버그도프 굿맨, 에센스 같은 파트너사에서 눈에 띄게 잘 팔리는 제품이다.

케이트 제품이 잘 팔리는 건 여자들이 필요로 할 때 바로 입을 수 있는 실용성 덕분이다. 여자들은 남자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비현실적인 메시지 속에서 길을 잃곤 한다. 홀스타인은 미우치아 프라다, 피비 파일로, 가브리엘라 허스트 같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언급하며 여자 디자이너가 수적으로 부족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보다는 청바지, 티셔츠, 스웨터, 버튼다운 셔츠, 질 좋은 드레스처럼 옷장에 꼭 필요한 기본 아이템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에 맞서고 있다고 느낀다.

“홀스타인은 늘 자신을 위한 옷을 디자인해왔어요.” 패션 고문이자 컨설턴트인 줄리 길하트(Julie Gilhart)는 홀스타인에게 처음 주목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바니스의 패션 디렉터 시절, 파슨스 졸업 컬렉션에서 홀스타인의 세일러 드레스를 바잉했다. “지금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사업을 더 키우려는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성공할 겁니다. 패션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계속 전보다 더 잘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비롯되죠. 현재 수익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을 때조차 말입니다.”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했죠. 자기 매장이 있기 전엔 그저 디자이너에 지나지 않지만, 매장이 생기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폭넓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브랜드를 갖게 되는 거죠.” 홀스타인은 지난해 뉴욕 소호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를 케이트가 브랜드로서 가장 우뚝 선 순간으로 꼽았다. “고객이 완전한 세계에 들어섰다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4개의 벽 안에 옷 선반 몇 개가 놓인 공간이 아니라요.”

케이트는 최근 이스트 햄프턴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고, 곧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또 다른 매장을 연다. 다음 과제는 본거지인 뉴욕을 벗어나 바깥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댈러스와 캘리포니아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에 매장 오픈이 계획되어 있다. 클라인은 해당 매장이 진정한 케이트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타깃 고객층과 소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토리 버치에서 일하던 시절과 비교할 때 오늘날 패션 비즈니스의 가장 큰 변화는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다.

“고객을 우리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가장 중요해졌습니다.” 클라인이 강조했다. “대량 판매도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도 다른 많은 브랜드처럼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더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리테일과 브랜드 웹사이트를 통해 그렇게 하고 있죠.” 클라인이 모집하고 있는 직급 중 하나는 매장 전략을 주도할 리테일 책임자다.

해외 사업 확장 또한 클라인의 관심사다. 이미 대량 판매 수익의 50%가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하고 현재 두 번째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홀스타인은 파리 패션쇼처럼 뉴욕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파리 출신이 아닌데, 왜 파리에 가겠어요?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확고했다. 올겨울 파리에 쇼룸을 오픈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파리에서 브랜드를 시작했다면 지금과 달랐을 거라고 인정하지만(시기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유럽 지사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케이트가 뉴욕 브랜드인 편이 더 나았다고 믿는다. “뉴욕은 뭐든 가능한 도시니까요.”

그러나 뉴욕 디자이너들이 충분한 후원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매정한 사람처럼 말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누구나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업이 실패했다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건 옳지 않죠. 실패가 정말 중요합니다. 실패는 최고의 수업이니까요.” 그녀 역시 실패를 경험한 적 있다. 홀스타인의 이름을 딴 첫 브랜드는 불황에 문을 닫았다.

어쩌면 뉴욕이기에 홀스타인은 계속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관심을 요구해야 하며, 국제적인 패션 신에서 제외되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홀스타인에게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더 ‘가열차게’ 만들죠.”

전형적인 마무리 대신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행복해져도 괜찮은 때를 알기 위해 심리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아들을 낳은 뒤부터 엄마이자 사업가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기 시작했답니다. 케이트는 스타트업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들어서고 있었죠. 더 큰 브랜드로 성장 중이었고, 더 많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익숙지 않았던 것을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행복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최고의 시기라고 여겨요. 크리에이티브적인 면에서 완전한 통제권이 있고, 모두가 나를 신뢰하며, 고객은 우리 제품에 반응합니다.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정말 재미있고 즐거워요. 지금이 정말 좋은 시기라는 걸 깨닫고 있을 뿐입니다.” (VK)

    에디터
    김다혜
    Hilary Milnes
    사진
    곽기곤
    모델
    자기
    헤어
    권도연
    메이크업
    유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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