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VELVET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고영’ 역을 맡은 남윤수가 <보그>와 함께했다. 어깨가 인상적인 실루엣을 완성하는 벨벳 소재 코트는 맥퀸 바이 션 맥기르(McQueen by Seán McGirr).
OVER THE WINDOW 창밖에서 바라본 남윤수의 실루엣. 톱은 보이즈 비 앰비셔스(Boyz, Be Ambitious), 블랙 데님 팬츠는 렉토(Recto), 팔찌는 크롬 하츠(Chrome Hearts).
HIS TIME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으니까.” 원작 소설의 문장처럼 남윤수는 주인공 역할이 자신의 것임을 증명한다. 벨벳 소재 코트와 데님 팬츠, 뾰족한 구두는 맥퀸 바이 션 맥기르(McQueen by Seán McGirr).
A ROOM WITH A VIEW 모델에서 배우로 성장한 남윤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안전지대를 벗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블랙 팬츠는 꾸레주(Courrèges at Farfeatch), 구두는 르메르(Lemaire).
BIG BREATH 톱은 마린 세르(Marine Serre at Farfetch), 가죽 팬츠는 렉토(Recto).
THIS IS ME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원작 소설의 문장과 잘 어울리는 남윤수의 얼굴. 러플 장식 블라우스와 반바지는 디올 맨(Dior Men).
FREE HUG 붉은색 가죽 재킷과 반바지는 페라가모(Ferragamo).
SILKY MOVE 실크 소재 셔츠와 팬츠, 구두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오늘 일요일이군요. 프리랜서인 배우에게 주말은 그리 특별하지 않죠?
작품에 들어가면 계속 달리니까요. 그때는 날짜 개념이 없어져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지난 겨울과 봄에 촬영을 마쳤는데, 요즘은 달리는 중인가요?
아버지와 수술을 하고 나서 조금 쉬었고, 지금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6월, 부친을 위해 신장 이식 수술을 했죠. 몸은 괜찮은가요? (손에 들고 있는) 커피 마셔도 돼요?
하루에 넉 잔씩 마시지 않는다면 이 정도는 괜찮아요. 흡연이 제일 안 좋아서 금연했어요.
보건복지부 생명나눔 희망의씨앗 홍보대사로 위촉됐어요. 장기와 인체 조직에 대한 가치를 몸소 느꼈다고도 했죠.
예전부터 관심 있는 분야라 유튜브에서 찾아보곤 했어요. 물론 제가 직접 신장 이식을 할 줄은 몰랐죠. 그 과정에서 몸의 변화를 체감했어요. 해독 기능을 하는 신장이 좋지 않으니 피부가 점점 칙칙해지고, 화장실도 쉽게 가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죠.
이번 일을 계기로 삶에 큰 변화가 있겠어요.
무엇보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아졌어요.(웃음) 아들만 셋이라 아버지와 살갑게 지내지 못했거든요. 이제는 이야기도 자주 나눠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에요. 부커상 후보에 오를 만큼 인정받은 퀴어 로맨스 소설이죠. 장르가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주변에 성 소수자 스태프가 많아 이질감이 전혀 없었어요. 각자의 세계가 있잖아요. 어릴 적 친구가 스무 살이 되면서 성 정체성을 밝히기도 했고요. 오히려 그 후에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어떻게 만났나요?
제작사에서 연락을 받고 감독님들과 미팅을 했어요. 이 작품은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등 네 분의 감독이 연출하는데 전에 뵌 적 없는 분들이라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각자 스타일이 다르지만, 다행히 모두 저를 괜찮다고 해주셨죠.
미팅 당시 퀴어 로맨스인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나요?
전혀 없었어요.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미팅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의외로 가장 힘든 시기를 궁금해하셨어요. 이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왜 나눴을까 돌아보면, 제가 연기한 고영이 스무 살 때부터 30대까지 작품에 나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기마다 달라지는 감정과 성장 과정을 보여줘야 하거든요.
고영의 10여 년 인생에서 현실의 남윤수는 딱 중간에 있군요.
3년 뒤엔 저도 서른이 돼요. 스무 살 고영의 이야기가 1·2부를 차지하는데, 3부와 4부를 먼저 촬영했어요. 20대 중반 시기를 먼저 촬영해서 좋았죠. 허진호 감독님이 연출하면서 제 감정을 편안하게 해주셨죠. 그러고 보니 감독님은 사운드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셨어요. 오케이를 한 후에도 눈을 감고 가만히 소리를 듣고 계셨죠.
네 감독이 독립적으로 연출했기에 저마다 다르게 묘사될 남윤수의 얼굴이 기대돼요.
편집본을 못 봐서 저도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요. 후에 제가 내레이션해야 할 부분만 확인할 수 있었죠. 소설처럼 묘사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정말 많아요.
내레이션으로 연기할 때 유념한 점은 무엇인가요?
감정이 잘 묻어나지 않게, 비슷한 톤으로 일정하게 읽었어요. 그래야 듣는 사람이 힘들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화면에 이미 감정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내레이션에까지 힘을 주면 듣기 버겁죠.
총 8부작인 드라마에서 고영은 2회마다 주요 상대 배우(이수경, 권혁, 나현우, 진호은, 김원중)가 달라지죠. 단편 네 작품을 찍는 기분이었겠어요.
재미있게도 감독님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 예를 들어 촬영감독님과 제작사 PD님도 바뀌었어요. 처음엔 조금 혼란스러웠죠. 게다가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달라 제게 원하는 것이 다양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나왔을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배우에게도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도전이었죠.(웃음) 이번 주에는 이 감독님, 다음 주에는 다른 감독님으로 바뀔 때마다 제 스타일도 변화해야 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고요.
전체 뒤풀이는 없었나요?(웃음)
각 팀별로 모인 적은 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네요.
<오늘의 웹툰>을 촬영할 때, 잘해보고 싶어서 예민함이 극대화됐다고요. 그러다 보니 살도 많이 빠졌고요. 이번 촬영은 어떤 상태였나요?
사실 예민함은 기본으로 가져가요. 물론 오롯이 제가 감당하고, 남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달라지는 고영의 표정과 말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어릴 때는 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늦춰지는 모습도 그중 하나고요. 아, 그리고 헤어스타일과 패션이 바뀌어요. 이건 감독님들마다 패션 취향이 다른 이유도 있죠.
모델 출신으로서 패션에 일가견이 있지 않나요?
전 없습니다.(웃음) 편안한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는걸요.
개인적으로 고영의 어느 시기에 가장 마음이 갔나요?
허진호 감독님과 3·4부를 촬영할 때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 아빠도 몸이 좋지 않으셨던 때라 연기할 때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많이 됐어요.
당시 본인도 아팠던 시기였군요.
몸은 괜찮았지만 마음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아픈 엄마를 앞에 둔 고영에게 동화됐어요. 감정이 잡히다 보니 리허설 없이 바로 촬영에 들어갔죠. 워낙 감정적으로 잘 나와서 다른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필요 없을 정도였죠.
묘한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슬픈 현실이 연기에는 도움이 됐으니.
사실 당시에는 그 장면에만 집중했고 아빠는 떠올리지 않았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빠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표현하기 쉬웠구나 싶었죠.
그 장면 촬영 후엔 어떤 상태였나요?
저는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거든요. 촬영 후엔 바로 현실로 돌아오죠.
어찌 보면 축복이군요. 연기가 현실로 이어져 상담을 받는 배우들도 있잖아요.
끝나면 또 다른 촬영을 해야 하잖아요. 그 장면만 계속 붙들고 있을 순 없죠. 물론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배려해주시면서 감정에 몰입해야 할 신은 언제 찍고 싶은지 물어봐요. 그만큼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저는 감정 신이어도 찍고 나면 바로 털어내고 집에 가죠.
고영은 사랑에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인물이죠. 본인은 어떤 편인가요?
사실 고영은 솔직하지만 가슴앓이할 때도 있어요. 20대에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을 표현하지만 나이 들수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죠. 저 역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해도 받았죠. 모델 일 할 때 숫기도 없고 눈치 보느라 인사를 못할 정도였거든요. 연기하면서 바뀌었어요.
지금은 상대를 따뜻하고 편안하게 대해주던데요?
그렇게 된 지 몇 년 안 됐어요. 제작사 담당자와 만날 때도 제가 무뚝뚝해서 작품에 관심 없는 줄 알았대요. 지금은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어요. 물론 억지스러운 상황은 별로 안 좋아해요.
억지스러운 상황이라면?
흔히 ‘여우짓’이라고 하죠. 잘 보이려고 거짓으로 좋아하는 척 꾸미기보단 솔직한 게 나아요.
오래 볼수록 좋은 사람이겠군요.
맞아요.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어릴 적 동네 친구가 대부분이죠. 다들 한창 사회생활로 바쁠 때라 자주 못 만나지만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거의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니 친해졌겠어요.
현장에서는 즐거웠죠. 그런데 제가 연락을 자주 하는 타입이 아니고, 진실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원치 않아요.
모델 출신 김원중 배우가 <보그>와 인터뷰할 때 윤수 씨가 많이 도와줘서 의지가 됐다고 하더군요.
형은 모델로서 톱이잖아요.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첫 작품이라 진행 상황을 잘 모를 수밖에 없죠. 보통 현장에서 세세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 부분을 이야기 나누면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려고 애썼어요. 형뿐 아니라 저를 위해서도요. 둘 다 같이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스킨십 장면도 꽤 있죠. 어떻게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나요?
일단 스케일링을 하고 일회용 가글을 나눠줬어요.(웃음) 여성 배우가 아닌 남성에게 가글을 권하는 것이 다른 점이랄까요. “형 가글 하실래요?” 하면서 서로 막 웃었죠. 남녀를 떠나 그저 서로 사랑하는 모습으로 비쳤으면 해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고영이란 캐릭터가 저돌적인 면이 있어서 대부분 스킨십 스타트를 끊어요. 8명의 배우와 그 장면만 300테이크 넘게 찍었어요. 저는 매번 상대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을 뿐, 생각만큼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평소에도 난관이 닥치면 태연할 것 같아요.
지금 하지 않으면 어차피 내일 해야 하니까, 빨리 해치우자는 주의죠. 사실 남들은 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다지만, 조용히 쌓이는 것 같기도 해요. 평상시 괜찮다가도 어느 날 밤 문득 느껴질 때가 있어요.
자기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는 몸으로 증상이 나타나잖아요.
가끔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고생하긴 하지만, 내 문제이니 남들에겐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계속 웃고 있군요. ‘웃상’이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제가 힘들다고 인상 찌푸리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영향을 받잖아요. 피해를 주면 안 되죠. 일종의 신념이에요. 얼마 전 한 스태프에게 고맙다는 장문의 문자를 받았어요. 자기는 배우에게 한 번도 연락해본 적 없는데, 힘든 현장에서도 웃으며 마무리해줘서 놀랐다고 길게 써서 보내셨더라고요.
근래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인가요?
그보단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여러 나라에서 고맙다는 DM을 받았어요. 특히 어느 브라질 사람은 자기 나라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이라면서 이 작품이 더 의미 있어 꼭 보고 싶다고 했어요. 물론 반대 의견도 많아요. 극 중 고영의 어머니가 기독교인인데, 실제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이 DM을 보내셨어요. 윤수 씨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고요. 하지만 10~20년 새 한국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듯이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거예요.
촬영을 마친 소회는요?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정말 컸어요. 서로 보완할 점을 회의하고 수정해가면서 완성했죠. 다른 드라마보다 등장인물이 적다 보니 배우 개개인과 스태프 간 소통이 더 깊어진 면도 있고요. 나는 연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작품은 함께 완성해가는 것이더라고요.
올해가 가기 전에 잘 마무리하고 싶은 게 있나요?
목표를 잘 세우지 않아요. 예전엔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 다짐하곤 했는데, 지금은 들어오는 작품마다 열심히 임하려고 해요. 미래를 계획하기보단 현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엔 야채를 갈아 마신 뒤 청소를 했고, 지금은 <보그> 촬영과 인터뷰를 잘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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