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향기가 2024년 다시 돌아온다
1980년대 향수를 이야기하는 건 화려함이 전부였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쾌락주의와 과잉이 특징이던 시절, ‘절제미’는 찾아볼 수 없고, ‘조용한 럭셔리’라는 개념이 모순으로 들리던 시기였죠.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혁신적이고 대담한 정신으로 틀을 깨고 도발하려는 욕구가 두드러지던 10년이었습니다. 네온 컬러와 볼륨감 넘치는 파마, XL 사이즈의 액세서리가 대세였죠.
향수는 어땠을까요? 1980년대의 향수는 시대정신에 따라 대부분 강렬하고 화려했습니다. 매콤하거나 짙은 나무의 수지 향, 여성스러운 부케가 떠오르는 화려한 꽃 향이 후각을 아찔하게 마비시키는 것이 특징이었죠. 향기마저 과잉이었지만 1980년대는 향수 세계가 영감을 얻기 위해 가장 자주 찾는 때이기도 합니다. 담대한 표현력의 향기는 2024년 런웨이에 다시 등장한 맥시 숄더와 오버사이즈 액세서리와 같습니다. 향수 유행도 돌고 돕니다.
좋아하는 마돈나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1980년대 최고의 여성 향수를 떠올려보세요. 요즘도 여전히 판매 중인 향수 4종을 선정했습니다.
캘빈 클라인 옵세션
1985년 캘빈 클라인이 옵세션을 출시했을 때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전 세계가 캘빈 클라인과 지금은 전설적인 광고가 된 캠페인에 푹 빠지고 말았죠. 바질, 베르가모트, 만다린, 샌들우드, 고수, 오크모스, 삼나무, 오렌지꽃, 재스민, 장미 톱 노트에 앰버, 바닐라, 사향, 머스크, 베티베르를 베이스 노트로 구성한 관능적인 이 향수를 모든 여성이 뿌리고 싶어 했죠. 중독성이 매우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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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코코
1985년 칼 라거펠트의 뮤즈였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가 샤넬의 새로운 향수 코코의 캠페인에 등장했습니다. 이네스는 전 세계 모든 잡지에 일제히 실렸을 뿐 아니라 “아무도 코코를 거절하지 않는다”는 내레이션으로 끝나는 상징적인 광고에 출연해 전설이 됩니다. 우아한 향의 배후에는 샤넬의 오리엔탈 스파이시 계열 향수를 만든 샤넬 조향사 자크 폴주(Jacques Polge)가 있었습니다. 향수의 미들 노트에는 장미 추출물, 오렌지 블로섬, 미모사, 화이트 클로버, 베이스에는 샌들우드, 통카 빈, 오포파낙스(Opopanax,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견되는 같은 이름의 나무에서 생산되는 수지에서 추출), 앰버, 사향, 바닐라, 랍다넘 등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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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쁘와종
1985년부터 보랏빛 보틀과 함께 향수 진열대를 장식했습니다. 에두아르 플레시에(Edouard Fléchier)와 모리스 로제(Maurice Roger)가 만든 이 도발적이고 강렬한 향수는 오리엔탈 계열에 속하며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깁니다. 코리앤더, 야생 과일, 브라질 로즈우드, 아니스 시드(Aniseed)까지 더한 상큼한 톱 노트가 특징입니다. 중심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견되는 나무의 수지에서 추출한 인도산 투베로즈 앱솔루트가 중독성 있는 꽃향기, 꿀, 시나몬, 오포파낙스 향을 선사합니다. 바닐라, 앰버, 이끼, 베티베르, 버지니아 시더우드가 베이스에 은은하게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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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랑 삼사라
클래식한 우디 앰버 향은 전설적인 조향사 장 폴 겔랑(Jean-Paul Guerlain)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평생 향수를 뿌려본 적 없는 여성을 위해 독특한 우디 앰버 향수를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하죠. 동양으로 여행을 떠난 장 폴 겔랑은 그곳에서 최고급 재스민과 샌들우드 추출물을 가져왔고 여기에 일랑일랑과 바닐라를 결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 결과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향이 탄생했죠. ‘삼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생과 사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1989년 출시 당시 향수는 길쭉한 와인색 병에 담겨 있었지만, 포뮬러를 일부 변경한 후 레이몽 겔랑(Raymond Guerlain)이 디자인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로맨틱한 하트 모양 용기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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