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토록 치밀한 스릴러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참신한 소재가 돋보이는 스릴러다. 주인공이 한국 스릴러 드라마의 상투성을 벗어난 데다, 관객에게도 그 실체를 잘 감추어서 ‘좋은 의미로’ 전개 예측이 어렵다. 의심하는 자와 의심받는 자의 심리 게임을 섬세하게 묘사하려니 호흡이 느려질 때도 있고 단서, 반전, 인물이 꽉 들어차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평도 있다. 하지만 초반 4회만으로도, 한아영 작가가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판단은 가능하다. 연출도 탄탄하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영어 제목은 ‘Doubt’다. 그만큼 ‘의심’이 주요 키워드다. 의심이 직업인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는 친딸 장하빈(채원빈)이 사이코패스 살인자일까 의심한다. 이 의심은 하빈이 어린 시절 동생과 놀다가 동생은 사망하고 하빈은 피투성이로 발견되면서 시작되었다.
한편 딸 하빈이 태수를 경멸하는 게 그 의심에 마음을 다쳐서인지, 자기 일에 태수가 방해되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하빈이 영리한 심리 조종자이자 노련한 거짓말쟁이, 유독 겁이 없는 아이인 건 분명하다.
1~3회에서 시청자는 태수의 의심이 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드라마는 하빈이 가출팸 아이들의 절도를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때문에 하빈과 가출팸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이후 가출 소녀 한 명이 살해된 정황이 드러난다.
태수는 시체 훼손이 일어난 공간에 하빈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 하빈의 당일 알리바이가 조작되었다는 증거를 확보한다. 하빈을 조사하던 태수는 얼마 전 발견된 다른 백골 시신도 하빈과 관련 있는 인물임을 알게 된다. 태수가 하빈에게 자수를 종용한 직후 감찰반에 의문의 신고가 들어가 수사에서 배제되는 일도 생긴다.
이쯤 되니 태수의 망설임이 답답하다. 태수는 하빈을 적극 추궁하거나 하빈과 관련된 수사 자료를 경찰에 공유하지 않는다. 자기 의심이 틀려서 가뜩이나 비뚤어진 딸을 더 망칠까 봐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빈의 존재에 압도된 것 같기도 하다. 태수는 아버지로도, 프로파일러로도 결격이다. 그런데 하빈을 향한 시청자의 의심은 곧 태수의 그것과 더불어 시험대에 오른다.
가출팸 리더 최영민(김정진), 가출팸이 사는 집의 주인 김성희(최유화), 하빈의 교우 관계에 관해 증언했던 교사 박준태(유의태) 사이 기묘한 삼각관계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한층 복잡해진다. 영민과 실종된 소녀가 누군가를 협박해 거액을 뜯어내고 있었으며, 하빈이 가출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시청자들이 고려해볼 만한 용의자가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4회 엔딩은 하빈의 캐릭터를 완전히 뒤집을 만한 반전을 제공한다.
자살한 걸로 알려진 태수의 전처 윤지수(오연수)가 이야기에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태수의 폭주로부터 하빈을 보호하기 위해 이혼했던 지수는 과연 끝까지 하빈을 믿었을까라는 질문이 부상하고, 가족 드라마로서 깊이도 더 깊어진다.
이 드라마에서 누가 누구를 죽였나보다 흥미로운 건 그것이 밝혀지는 방식이다. 형사 오정환(윤경호)과 프로파일러 태수는 자주 다툰다. 오정환은 증거가 없으니 프로파일링이나 심문으로 뭔가 밝혀보라 하고, 태수는 증거가 없으니 프로파일링할 게 없다고 받아친다. 두 사람은 영민을 심문할 때 특히 크게 부딪친다. 태수는 영민이 ‘증거가 없으면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인물’이라고 판단한다.
이 논쟁은 작품이 가진 스릴러로서의 매력과 연결된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쉽게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시청자도 인물들을 따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도록, 아직까지는 치밀하게 추리를 구성했다. 모처럼 시청자와의 두뇌 싸움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야심만만한 스릴러다. 총 10부작이라는 분량도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의 완결성을 높였으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원작이 없는 창작 각본이다.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이다. 연출은 <옷소매 붉은 끝동>(MBC, 2021)을 공동 연출한 송연화 PD가 맡았다. 당시 공동 연출 중 정지인 PD는 토·일요일 비슷한 시간대인 오후 9시 20분 경쟁작 <정년이>(tvN)를 맡고 있다. 두 여성 PD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승부를 겨루는 것도 여성 시청자로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10월 11일부터 금·토요일 오후 9시 50분 MBC에서 방송된다.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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