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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자연을 품은 크리에이터 패트리샤의 드림 하우스 #마이월드

2024.10.24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품은 크리에이터 패트리샤의 드림 하우스 #마이월드

끝없이 펼쳐진 잔잔한 수면 위로 새하얀 물꽃이 피어납니다. 스코틀랜드의 아름답고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크리에이터 패트리샤 로디(Patricia Rodi)의 집이 자리하죠. 다문화적 배경과 빈티지에 대한 애정이 깃든 패트리샤의 근사한 보금자리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감각 좋은 이들이 <보그>에 보내온 랜선 집들이 #마이월드, 그 열세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MYSELF 안녕하세요! 프렌치-스웨디시 출신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터인 패트리샤(@patriciarodi)입니다. 전 스웨덴 예테보리와 프랑스 지중해 부근의 어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현재는 남편 패트릭(@pjphillipsphoto), 반려견 ‘알바(Alva)’와 함께 스코틀랜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커뮤니케이션 및 광고, 정치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어요. 그러다 더 늦기 전에 오랜 시간 바라던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꿈을 이루기로 결정했죠. 돌이켜 보면 전 언제나 빈티지와 세월의 흔적이 깃든 건물을 좋아했다는 걸 깨달었거든요.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여정은 20대 초반, 처음으로 제 공간이 생겼을 때 시작됐습니다. 가구와 오브제를 선별하고 결정하는 일은 그 자체로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자유였어요.

5년 전 집을 처음으로 리모델링했을 때 느낀 감흥은 더욱 강렬했죠. 이후 홈 스타일링의 결과물인 저만의 인테리어와 사진, 여행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다양한 취향을 지닌 고객들과 함께 공간을 디자인하고, 브랜드를 위한 스타일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MY HOME 저희 집은 스코틀랜드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1870년에 지은 빅토리아 시대의 빌라예요. 처음 집을 리모델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점은 프랑스인이자 스웨덴인인 저와 영국인인 남편, 우리 두 사람의 문화적 배경입니다. 이를 충분히 반영해 인테리어 특징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문화적 유산과 우리가 지난 세월 쌓아온 취향은 언제나 소중히 여기고 싶고 집에서도 이를 느끼고 싶었죠.

이 가치관과 방향성이 가장 잘 드러난 공간이 바로 주방입니다. 절친한 친구과 함께 1910년대 초반의 고전적인 스웨덴 주방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스웨덴 베이스의 비스포크 브랜드 ‘쿨라달 키친(Kulladal Kitchens)’을 통해 제가 원하는 주방에 대한 그림을 완성했고, 현지에서 이에 관련된 것들을 모두 공수했죠.

앤티크한 브라스(황동) 손잡이와 클래식한 세라믹 싱크대, 브라운 톤이 감도는 그윽한 레드를 주방의 키 컬러로 선택했어요. 또 저는 하나의 테마 아래 물건이 혼재돼 있는 상태를 좋아하는데요. 이 취향을 바탕으로 긴 개방형 선반을 설치했어요. 덕분에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집은 너무나도 개인적인 공간이고 저와 밀접한 디자인적 요소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합니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으로, 각 룸을 조급하지 않게, 느린 템포로 개조하고 있어요. 먼지가 묻은 오래된 카펫을 치운 다음 바닥을 정성스레 샌딩하고, 안팎으로 석고와 페인팅을 덧칠하는 중이죠. 이를 전부 직접 해야 하니 때론 힘들지만 모든 일을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에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큰 보람을 느껴요.

전 복원과 빈티지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집이 지닌 개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석고보드로 덮여 있던 아름다운 처마 장식을 모두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린 것처럼 말이죠. 또 집을 이루는 공간 전반에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감돌도록 조율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나누는 문을 지나 각 룸에 들어서면 제 취향과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사실에 깊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INSPIRATION 저희 가족은 다양한 장소와 나라에 거주 중이에요. 니스(프랑스)부터 산레모(이탈리아), 프라하(체코), 예테보리(스웨덴), 그리고 지금은 스코틀랜드에 있습니다. 다문화 배경 덕에 제가 받은 혜택은 다채로운 양식의 인테리어와 그 디자인에 대한 사랑, 특히 어린 시절 추억이에요.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의 프랑스산 빈티지와 이탈리아산 타일, 세월이 깃든 오래된 우드 체어와 테이블이 선사하던 아늑함. 이 모든 게 갖춰진 공간에서 이를 직접 사용하고, 아끼며 함께 생활하던 순간순간이 영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경탄해마지않는 삶을 살아온 여성들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 존재하는 근사하고 멋진 여성들과 그들과 쌓은 추억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요. 이런 마음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공간을 디자인하고, 어린 시절의 요소를 한 스푼 섞고, 소중한 오브제로 방을 꾸몄어요. 동시에 예상 밖의 위트 넘치는 디테일을 병치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에요.

FAVORITE PLACE 다이닝의 창가 자리. 전 항상 창가 자리에 집착하는 편이에요.(웃음) 이 공간에 있으면 매우 영국적이고, 아늑하고, 절충적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집을 리모델링할 때 이 공간을 꼭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쿠션을 잔뜩, 그것도 다채로운 패턴과 색상으로 채웠죠. 브리티시 스타일대로 사이드 테이블엔 차 한 잔도 함께합니다.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고, 책도 읽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이 공간에 존재합니다.

또 저희 집의 매력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오브제를 언급하고 싶어요. 소호 홈(Soho Home)의 마블 소재 커피 테이블,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써온 프랑스산 앤티크 램프, 거실 벽난로 앞 장식 위에 둔 친구 커스티 래키(Kirsty Lackie)의 그림, 그리고 스웨덴에서 가져온 진정한 미드센추리 스타일의 블랙 레더 체어. 집에서 함께할 수 있어 무척 기쁜,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COLORS OF HOME 어스 톤의 내추럴한 컬러와 그린. 공간에 스며든 녹색은 싫증 날 일이 없을 만큼,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어요. 녹색을 통해 선명하고 뚜렷한 평온함, 그리고 자연과의 연결성을 느끼거든요. 시골에 있는 집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웃음)

또 남프랑스에서 영감을 얻은 듀얼 컬러의 조합 역시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복도, 욕실의 문과 창문엔 배색으로 페인팅을 칠했어요. 따뜻하고 아늑한 어스 톤의 벽과 시각적으로 포인트가 되는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나무 바닥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자연스럽게 서로의 매력을 살려줍니다.

MUSIC FOR HOME 음악은 제 일상생활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해요. 주방에선 ‘스윙 FM(Swing FM)’이 매일 재생됩니다. 스윙 FM은 ‘핫 클럽 드 리모주(Hot Club de Limoges)’ 시절의 1920~1940년대 최고의 재즈와 스윙 음악을 틀어주는 프랑스 음악 채널인데요. 이 채널에서 선곡해주는 재즈풍 음악은 낭만적이고, 유쾌하고, 차분하고, 느긋하죠. 음악과 함께하는 순간 집은 사랑으로 가득 찹니다.

SCENT WITH HOME 저희 집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온전한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어요. 모든 룸에서 창밖으로 스코틀랜드의 바다가 내려다보이죠. 덕분에 그 자체로 자연의 향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바다와 땅, 정원의 꽃 내음을 느낄 때마다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PERFECT DAY AT HOME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녹차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걸 좋아합니다. 알바와 함께 해변으로 산책을 나가고 로컬 베이커리에 들러 갓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사죠. 이후엔 집으로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고 음반을 들으며 남편과 오늘 하루부터 앞으로의 삶까지, 일상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오후엔 홈 오피스에서 일하고, 메일을 쓰고, 고객과의 업무에 집중합니다. 또 소셜 미디어에 올릴 작업물을 제작해 공유하죠. 휴식으로 차 한 잔을 곁들이고 정원을 산책하기도 하고요. 저녁엔 친구들과 함께 모여 만찬과도 같은 식사를 즐기고, 음악을 듣고 웃으며 아늑한 순간을 즐깁니다. 때론 느긋하고 여유로운 이브닝 타임도 좋아해서 친구들과 좋은 영화 한 편을 감상하기도 해요. 밤이 오면 깨끗하고 푹신한 시트에 몸을 맡기고 오롯한 쉼을 취합니다.

MEANING OF HOME 개인적으로 ‘집’은 흥미로운 동시에 ‘무언가’로 가득한 단어입니다.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고, 일종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집은 그 자체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장소를 기반으로 가장 사랑하는 아이템으로 둘러싸인 곳.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스코틀랜드의 멋진 자연, 돌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햇빛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고, 저와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하는 곳. 이처럼 아름다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마이월드는 정성과 애정을 담아 ‘집’이란 공간을 가꾸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들의 명료하고 오롯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시리즈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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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ia Rodi, Patrick Phil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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